출처=SBS 스페셜 캡처
15일 방송되는 ‘SBS 스페셜’ 574회는 ‘심야의 초대장, 당신은 악플러입니까’ 편으로 꾸며졌다.
끔찍한 악플을 다는 평범한 손가락 ‘악플러’들은 미니홈피 세대를 지나 포털기사, 익명게시판, 그리고 개인 SNS까지 놀이판이 넓어졌다.
그만큼 이제 악플도 1차원적인 욕설을 넘어 상대에게 치욕감을 느낄만한 지능적인 댓글로 진화하고 있다. 익명의 가면을 쓴 채 키보드 뒤에 숨어있는 악플러,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이에 제작진들은 악플러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연예인과 악플러가 직접 마주하는 자리, 그들은 과연 어떤 고백을 할까.
어느덧 데뷔 22년차, 베테랑 가수이자 배우인 심은진 씨. 3년 전부터 개인 SNS에 악성댓글을 도배하는 악플러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한 사람에게 받아온 악플만 무려 1000개. 거듭된 고소로 중간에 벌금형을 받았지만 악플러는 그 후에도 계속 행동을 이어갔다.
심지어 구속까지 돼서 형을 살고 나왔음에도 악플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최근에 또 한 번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 중에 있다.
심은진은 “저를 보자마자 ‘언니, 안녕’ 이러더니 손 흔들면서 인사했어요. 반갑다면서. 회사 동료라고 해도 전혀 의심하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3년 동안 공들여 악플을 쓰면서까지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수감 중인 악플러의 어머니를 만나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어진 추적 끝에 밝혀진 또 다른 가수를 괴롭혔던 악플러의 정체도 충격적이었다.
그의 반전 실체는 바로 명문대 출신 사시준비생이었다.
가수 A 씨의 법률대리인은 “사법시험 준비를 하다가 수차례 낙방을 거듭하면서 문제가 생긴 경우였다. 다른 연예인에 대한 악플도 달고 있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 외에 다양한 악플러와 접촉을 시도한 제작진. 그러나 본인이 쓴 댓글을 기억조차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슬리피는 “악플을 당사자가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쓰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네티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마음이 큰 것 같지”라고 말했다.
거짓된 댓글을 볼 때마다 해명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악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라는 래퍼 슬리피. 익명게시판 댓글에 이름을 밝히고 해명하는 일명 ‘본인 등판’을 하면 욕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렇게 악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그도, 악성댓글에 면역력이 있는 건 아니다.
본인 스스로 개최한 ‘슬리피 디스 랩 대회’. 의도한 상황이었지만 막상 욕을 들으려니 꽤 고역이었다고 한다.
래퍼 콕스빌리는 “온라인 사회에서 사람들이 내 욕을 하니까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라고 한번쯤 생각하게 돼요. 마음의 웅덩이가 생기는 거에요. 사람들이 나를 더 깊게 빠지도록 만드는 거죠”라고 말했다.
콕스밸리는 몇 년간 자신을 괴롭히는 악플로 힘든 시간을 보냈었지만 지금은 악플러를 대면하는 용기를 갖게 됐다고 한다. 이제는 본인의 악플러에게 ‘숨지 말고 나와서 얘기하자’고 연락하여 그들과 직접 대면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최근 악플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배우 김정민과 29년 가수 생활동안 각종 산전수전을 겪은 가수 김장훈이 ‘악플러의 밤’ 호스트로 전격 출동했다. “뒤에 숨지 말고 직접 얼굴보고 말해보자”며 악플러들을 공개 초청한 것.
기다림 끝에 세 명의 악플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악플 달았던 심리요? 심심해서요. 세상이 너무 평화롭잖아요.”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악플이 더 달린다고 생각해요. 자업자득 아닌가요?”
“악플 받기 싫으면 연예인을 하지 말았어야죠.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생각해요.”
심심해서 악플을 쓴다는 악플러, 5000개의 댓글을 써봤다는 악플러, 그리고 한 번 악플을 썼다가 신고 당했다는 악플러까지. 여러 경험과 생각을 가진 이들과 격정적인 대화가 이어진다.
악플러와의 만남에서 김정민은 ‘선플 달기’를 권유하며 피해자에게 무엇보다 힘이 되는 것은 선플이라고 말한다.
한편 김장훈은 포털 댓글 시스템을 문제점으로 언급하며 이를 개선시킬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