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달 회장은 1987년 자동차부품업체 남덕, 1989년 다른 자동차부품업체 우전을 설립했다. 우전은 2007년 남덕과 제과업체 두라푸드를 흡수합병했고, 사명을 두라푸드로 했다. 두라푸드는 2013년 제과업체 크라운소베니아를, 2014년에는 다른 제과업체 훼미리산업을 흡수합병해 회사 규모를 키웠다. 두라푸드는 현재 자동차부품 관련 사업은 하지 않고, 제과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26일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은 크라운해태홀딩스 지분 1.95%를 제과업체 두라푸드에 매각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이 2016년 11월 해태제과식품 상장 당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두라푸드는 대부분 매출을 크라운해태그룹에 의존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두라푸드의 2018년 매출 183억 7941만 원 중 99%가 넘는 182억 1872만 원이 크라운해태 계열사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에서 발생했다. 우전에 합병되기 전인 2006년에도 두라푸드 매출 35억 443만 원 중 33억 4213만 원이 크라운제과에서 발생하는 등 수십 년째 크라운제과에서 일감을 몰아 받고 있다. 크라운해태그룹은 자산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
두라푸드가 처음 크라운해태홀딩스 주주로 등장한 건 2000년 4월 크라운제과 지분 3000주(약 0.21%)를 장내매수하면서다. 이후 두라푸드는 꾸준히 크라운제과 지분을 매입했고, 우전에 흡수합병된 후에도 보유 지분은 유지됐다. 2016년 말 두라푸드의 크라운제과 지분율은 24.13%에 달했다. 수십 년에 걸쳐 지분 승계 작업이 진행된 셈이다.
2017년 3월 크라운해태홀딩스와 크라운제과가 분리되면서 크라운해태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이뤘다. 같은 해 10월에는 크라운해태홀딩스가 자회사 편입을 위해 크라운제과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고 이때 두라푸드는 보유한 크라운제과 지분을 대부분 크라운해태홀딩스에 매각했다. 또 비슷한 시기 두라푸드는 크라운해태홀딩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36.13%까지 늘렸다. 당시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지주사 전환에 대해 ”경영효율성 및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운해태의 지주사 전환이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회사 분할에 앞서 2016년 10월 윤 회장이 두라푸드에 크라운제과 지분 4.07%, 윤 사장에게 3.05%를 매각했다. 이전까지 윤 사장은 크라운제과 지분을 직접 갖고 있지는 않았다. 당시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윤 회장의 지분이 두라푸드 및 윤 사장에게 매각되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윤 회장이 1945년생임을 감안하면 중장기적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 윤영달 회장이 두라푸드에 지분을 매각한 것은 승계 작업의 본격화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크라운해태그룹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실제 윤석빈 사장은 존속법인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직을 유지하는 동시에 2018년 3월 분할법인 크라운제과의 사내이사에도 오르면서 경영승계가 눈앞에 둔 듯했다. 하지만 분할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경영승계에 대한 특별한 움직임은 없고, 두라푸드도 별 존재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윤영달 회장이 두라푸드에 지분을 매각한 것을 두고 승계 작업의 본격화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크라운해태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8.08%의 두라푸드고, 윤 회장(11.32%)이 2대주주, 윤 사장(4.57%)이 3대주주다. 두라푸드가 윤 사장 회사임을 감안하면 윤 사장의 실질적인 크라운해태홀딩스 지분율은 42.65%에 달한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윤 회장의 지분 매각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후 답변하겠다”고 했지만 17일 오후 3시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시기의 문제일 뿐 지분상으로는 윤 사장이 차기 회장에 오르는 게 기정사실로 보인다. 윤 사장이 회장에 취임하면 윤 회장의 사위 신정훈 해태제과식품 대표의 거취에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간 윤석빈 사장은 크라운제과를, 신정훈 대표는 해태제과식품을 맡으면서 오너 장남과 사위가 각자 경영을 해왔다.
신정훈 대표는 2014년 ‘허니버터칩’을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식품업계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허니버터칩 인기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해태제과식품의 실적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크라운제과의 매출이 2017년 3443억 원에서 2018년 3885억 원으로 늘어난 반면 해태제과식품의 매출은 2017년 7841억 원에서 2018년 7064억 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올해 3분기까지도 크라운제과 매출은 2869억 원, 해태제과식품 매출은 5339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다.
또 윤석빈 사장이 그룹 지주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 이사에 등기돼 있는 것과 달리 신정훈 대표는 지주사 이사에 등록돼 있지 않다. 더욱이 신 대표는 두라푸드 지분은 물론 크라운해태홀딩스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 여러 모로 사위가 오너 장남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