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맞대결은 16강 최고의 빅매치로 꼽힌다. 이들은 2015-2016시즌 4강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은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레알 vs 맨시티…슈퍼 클럽 간 빅매치 성사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가 16강에서 만난다. 카림 벤제마·에당 아자르·토니 크로스·세르히오 라모스(레알), 세르히오 아구에로·라힘 스털링·케빈 데 브라위너·에데르송(맨시티). 양 팀 모두 세계 최고 선수들이 포진돼 있다. 지네딘 지단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 간 지략 대결도 볼거리다.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는 매치업이다.
레알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팀 중 하나다. 통산 13회로 최다 우승팀 지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2015-2016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3연패를 하며 대회를 지배했다. 이 역사를 일군 감독이 바로 지금의 지네딘 지단이다. 맨시티는 우승 경쟁이 가장 치열한 리그로 꼽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챔피언이다. 지난 시즌 승점 98점을 따내는 놀라운 경기력으로 리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사실상 결승전이라 해도 손색없는 두 팀의 맞대결에 섣불리 승자를 점치기 어렵다. 레알은 대부분 선수가 우승 경험을 갖고 있어 관록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맨시티는 리그 우승 경쟁에서 멀어진 것이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일정이 시작되는 2월이면 리그 성적보다 챔피언스리그에 더 집중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마지막 맞대결은 지난 2015-2016시즌이다. 결승 진출을 놓고 4강에서 만났고 1, 2차전 합계 레알이 1-0 신승을 거뒀다. 당시 레알은 결승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맨시티는 사령탑을 현 과르디올라 감독으로 교체했다.
최근 토트넘에 부임한 조세 무리뉴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경력을 자랑한다. 사진=토트넘 핫스퍼 페이스북
#사상 첫 맞대결…토트넘 vs 라이프치히
챔피언스리그 16강, 8개 매치업 중 가장 팽팽한 맞대결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와 RB 라이프치히(독일)의 경기가 꼽힌다. 유럽대회 진출 경험이 많지 않은 두 팀이기에 공식전에서 이들이 만난 것은 처음이다.
토트넘은 불과 1년 전 챔피언스리그에서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 도르트문트, 아약스, 맨시티 등을 연파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결승에 올랐다. 비록 리버풀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였다. 라이프치히는 현재 기세를 올리고 있다. 2009년 5부리그에서 시작해 단 10년 만에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호로 떠오른 이들은 현재 리그 선두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영원한 우승후보 바이에른 뮌헨과 승점 8점 차이다.
이들의 맞대결에는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감독의 만남이 눈길을 끈다. 토트넘의 무리뉴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물 중 하나다. 각각 FC 포르투와 인터밀란에서 두 번의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토너먼트에서 보여주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토트넘에서는 어떻게 발휘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율리안 나겔스만 라이프치히 감독은 유럽 전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감독이다. 1987년생으로 만 32세(대한민국 대표팀 박주호와 동갑)에 불과하지만 이미 2016년부터 분데스리가 감독직을 역임해왔다. 20세를 전후로 일찍 선수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자 무리뉴 감독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상대로 맞은 무리뉴 감독에 대해 “월드 클래스 감독”이라며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리버풀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홈 경기장에 좋은 추억이 있다.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페이스북
#얽히고설킨 인연들
이외에 다른 16강 매치업도 특별한 인연으로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파리생제르망(프랑스)의 토마스 투헬 감독은 전 소속팀 도르트문트(독일)를 만나게 됐다. 투헬 감독은 도르트문트 시절 축구 내적인 문제보다 선수단과 불화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율리안 바이글, 루카스 피스첵, 마르코 로이스 등 여전히 도르트문트에 남아 있는 ‘투헬 시절’ 주축 선수들이 옛 감독과 재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만난 위르겐 클롭 리버풀(잉글랜드) 감독은 반가움을 표현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리버풀이 불과 6개월 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장소가 아틀레티코 홈 경기장인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이기 때문이다. 클롭 감독은 “그땐 로커룸에 리버풀 로고가 가득했는데 아마 지금은 다 치웠겠지”라는 농담으로 소감을 전했다.
첼시(잉글랜드)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은 2011-2012시즌 결승에 이어 재대결을 펼친다. 먼저 반응한 구단은 준우승으로 눈물을 흘렸던 뮌헨이다. 뮌헨은 트위터 계정에 ‘금지 단어(Muted words)’로 ‘2012’와 ‘드로그바’를 설정하는 화면을 공개했다. 이들은 당시 디디에 드로그바에게 결정적인 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먼저 아픔을 드러내며 이번엔 같은 결과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 추첨 결과.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페이스북
또 이번 시즌 이강인이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른 발렌시아(스페인)는 아틀란타(이탈리아)를 만난다. 발렌시아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극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비교적 손쉬운 상대를 만났다. 이외에도 리옹(프랑스)과 유벤투스(이탈리아), 나폴리(이탈리아)와 바르셀로나(스페인)의 일전이 예정돼 있다.
가장 수준 높은 축구를 즐길 수 있는 대회인 챔피언스리그,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16팀이 살아남은 토너먼트는 2020년 2월 19일부터 일정을 시작한다. 축구 팬들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2월을 기다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