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로 평가받는다. 자연스레 국내에서도 대회 16강 대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나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감독에게도 챔피언스리그는 ‘살아있는 축구 교과서’다. 현장에서 활약 중인 국내 축구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K리그1 승격에 성공한 이후 “집에 갈 시간이 없다”며 바쁜 근황을 전한 조덕제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12월은 국내 축구 구성원들에게 ‘휴식의 시간’으로 통한다. 리그 일정을 마친 시점, 다음 시즌을 위한 훈련 일정도 잡혀 있지 않은 시간이다. K리그의 선수, 코칭스태프들은 12월을 이용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거나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든다. 일부 선수들은 지도자 교육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지난 12월 8일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K리그1 승격을 확정지은 조덕제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아직도 쉴 틈이 없다. 그는 “아직도(16일 밤) 숙소에 있다. 강행군을 하느라 집에 갈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승격의 주인공이 되며 밀려오는 축하인사와 방송 출연 때문이다. 그는 “시즌은 끝났는데 방송 출연이 이어지면서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이다. 오랫동안 집에 가지 못하고 있어서 쫓겨날 판”이라며 웃었다.
16일에는 지도자 보수교육까지 일정이 겹쳐 챔피언스리그 대진 추첨 결과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어지는 질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승리 예상팀을 줄줄이 읊었다. 그는 “파리가 기술 면에선 뛰어나지만 독일 축구의 힘이 우세할 것 같다”며 도르트문트의 손을, “레알이 요즘 상태가 안 좋다”며 맨시티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우승 팀으로는 바르셀로나를 꼽았다.
조 감독과 친분이 있는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조 감독이 선수 시절엔 수비수였지만 지도자로선 굉장히 기술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그런 성향 때문에 바르셀로나의 우승을 점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축구인들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승부예측.
FC 안양을 K리그2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을 올린 김형열 감독은 레알, 발렌시아, 리버풀, 뮌헨 등의 승리를 점쳤다. 토트넘과 라이프치히의 맞대결에 대해서는 토트넘을 선택하며 “말해 뭐하나”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이 꼽는 승리 팀에는 각자의 취향이 더욱 강하게 묻어났다. C급 지도자 라이선스 교육을 받고 있는 대전 수비수 윤신영은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축구를 선호한다”며 발렌시아가 아닌 아틀란타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면서도 “이탈리아를 좋아하지만 이 팀은 별로”라며 유벤투스의 8강 진출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윤신영의 룸메이트로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부천 FC 1995의 주장 문기한은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을 만난 아틀레티코의 선전을 기원했다.
그는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을 좋아한다. 열세로 평가받는 팀이 승부를 뒤집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또 “선수 시절 램파드의 팬이었다”며 첼시를 향한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반면 이상윤 해설위원은 리버풀의 우승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이 위원은 “물론 2시즌 연속 우승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리버풀은 주전과 후보 모두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분위기도 너무 좋다.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하더라도 결과를 가지고 오는 능력마저 갖췄다. 지난 시즌의 경험을 토대로 2연패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