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와 정치권의 ‘강대강 매치’가 이어지면서 이를 지켜보는 업계 시선이 엇갈린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운전기사들도 나섰다. 타다와 또 다른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차차 운전기사들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철회를 위한 ‘프리랜서드라이버조합 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는 개정안 통과를 막고자 연일 정치권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3일 “과거의 실패한 택시 정책에서 벗어나서 국민의 편익과 미래를 보고 정책을 만드는 국토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이 대표는 “국토부는 국민인 택시기사가 신산업 때문에 피해를 봤다면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고 보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조금 없이 국민 이동 편익을 증가시킨 타다가 정부 보조금 수천억 원 받는 택시업계 피해를 파악해 상생책을 마련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같은 날 국토부가 타다에 “혁신산업을 죽이고 살리느냐는 이분법적 논쟁으로 몰지 말고 택시와의 구체적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따져 물은 것이다.
정치권과 타다 갈등이 극에 달하자 이를 지켜보는 동종업계 내에서는 여러 시선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우선 타다 금지법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차량공유사업은 수익성은 크지 않은데 차량 구비와 기사 월급, 유류비 등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전까지 계속 적자인 구조다. 때문에 초기 투자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객법 개정안 발의 이후 투자시장이 경색되고, 법안 통과 시 총량 제한으로 운행 대수를 대폭 늘리기가 어려운데 면허 취득을 위해 기여금까지 내야 한다. 사업 확장이나 수익 창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법안이 시행되면 총량제와 기여금으로 손발이 묶이는 만큼 사업이 될지 모르겠다. 투자 받지 않고는 진출하기 힘든 사업인데 여객법 개정안이 나온 뒤로 자금줄이 뚝 끊겼다”며 “개정안 통과야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만큼 어쩔 수 없지만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장벽을 낮춰 투자자들에게 사업해볼 만하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했다.
시행령은 정확한 택시면허 수와 기여금 부과 규모·방식, 렌터카 허용 여부 등 여객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상세한 세부 규정을 담은 것으로, 국토부는 시행령 마련을 위해 지난 12일 플랫폼 업계와 간담회를 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일정 규모 이하 스타트업에는 기여금을 면제해주거나 대폭 감면하겠다고 했다.
타다와 정치권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업계 일각에선 거듭된 논쟁으로 법제화가 미뤄지면 사업 진출 기회조차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온다. 사진=임준선 기자
다만 일각에서는 양측 갈등으로 모빌리티 법제화가 미뤄지는 상황에 불만이 터져나온다. 타다와 차차 등 일부 업체들이 법을 어기고 승차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택시업계로부터 고발당하는 등 제도적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크다. 사업 진출과 확장을 앞두고 법적 허용 기준이 세워지기만 기다리는 업체들이 많은 이유다.
그러나 거듭된 갈등에 그간 법적 논의도 미뤄져왔고, 힘들게 마련된 개정안도 연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이재웅 대표가 연일 쓴소리를 던지면서 정치권 내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데다 국회 일정도 여야 갈등으로 안갯속에 놓인 탓이다.
스타트업 업체 사이에서 사업 진출의 기회조차 잃게 생겼다는 항변이 나온다. 앞의 관계자는 “타다 입장을 공감하고 법안 통과 시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들이 많다”면서도 “택시기사들이 분신까지 하면서 거듭 충돌하는 마당에 정부도 갈등을 막기 위한 합리적인 중재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답해했다.
택시업계와 정치권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여온 이재웅 대표의 소통 방식이 국회와 정부를 자극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타다가 다른 업체들이 손발 묶인 상황을 틈타 점유율을 높임으로써 경쟁자의 등장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스타트업 업계 다른 관계자는 “빨리 기준이 정해져야 차를 구비하든 준비를 할 텐데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며 “플랫폼 사업은 빨리 진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관건인데 제도가 미비한 상황을 질질 끌며 법 테두리 내에서 사업하려는 스타트업들의 등장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와 타다 등 선발주자가 덩치를 키워 장악하면 후발주자는 설 자리를 잃고, 소비자 선택권 보장과 경쟁을 통한 서비스 혁신도 힘들어진다”며 “타다는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법안 내에서 사업 자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업계 힘을 모아 정부와 대화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업체들은 가맹형 택시 플랫폼 등 다른 사업 유형도 불필요한 규제가 많은데, 왜 타다에 대해서만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토로한다. 법인·개인택시와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가맹택시플랫폼의 경우 타다 등 플랫폼운송사업자처럼 운행대수 제한이나 기여금이란 장벽이 없다. 대신 특별·광역시 기준 4000대 또는 지역 전체 택시 대수의 8% 이상 차량을 보유해야 한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1000대 및 2%로 줄였으나 업체들은 이도 버겁다는 입장이다.
법인택시회사들은 택시기사들에게 받는 월 기준금을 정해놓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해 안정적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만큼 굳이 가맹사업을 하려 하지 않는다. 한다고 해도 택시가맹·중개업을 독점한 카카오처럼 수익을 보전해줄 만한 대형 업체와 결합한다는 얘기다. 현행법상 복수 가맹점엔 가입할 수 없는 만큼 택시업계가 규모가 작은 업체와 계약해 묶이길 꺼린다는 점도 이유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가맹사업자들이 등장할 수 있게끔 면허 대수 기준을 완화하고, 택시기사들이 다양한 차량호출서비스를 이용·선택할 수 있도록 중복가입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