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질주’와 ‘터치스타맨’은 부산경마장 2세마 중에서 모계 혈통이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임준선 기자
#영천질주(2세·수·5전2/0/0·이종훈·백광열 부:록하드텐 모:딕시어벤저 레이팅:42)
영천질주는 지난 12월 1일 펼쳐진 브리더스컵 대상경주에서 롤러블레이드에게 12마신이라는 큰 차이로 완패를 당했지만, 혈통적 기대치가 상당히 높고, 좋은 체격과 주행 자세를 지녀 3세가 되는 내년에는 더 큰 무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데뷔전에서는 단승식 2.7배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실망스럽게도 출전마 8두 중 6위에 그쳤다. 주행심사 기록이 1분 02초 6으로 매우 빨랐고 혈통적 기대치도 상당히 높았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좋은 출발을 하며 인코스 선입의 최적 전개를 펼쳤는데, 직선주로에서 현격히 무뎌진 걸음을 보이며 밀려났다. 데뷔전부터 잔뜩 기대했던 필자는 당시 심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데뷔전 졸전에도 불구하고 혈통이 워낙 좋아 두 번째 경주에서도 단승식 5.3배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는데, 이번에도 실망스러운 걸음으로 5위에 그치고 말았다. 초반 순발력을 발휘하며 선행에 나섰지만, 결승선에서 여전히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무너졌다. 1000m 경주였음에도 LF(막판 200m)가 또다시 14초대가 나오며 데뷔전에 비해 나아진 게 없었다.
그런데, 세 번째 경주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압승을 거두며 환골탈태했다. 이전 두 번의 경주와는 달리 1300m에 출전했는데, 안쪽에서 선입 전개를 펼친 후 직선주로에서 탄력 넘치는 걸음으로 2위 마를 무려 10마신이나 따돌리고 대승을 거뒀다. 기록도 1분 20초 8(7% 양호 주로)로 매우 빨랐고, 막판 50m부터는 붙잡고만 왔음에도 LF가 13초 4가 나올 정도로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걸음이었다.
네 번째 경주는 4등급 승급전이었는데, 이번에도 결과는 우승이었다. 여전히 빠른 출발을 보이며 안쪽에서 선입 전개를 펼친 후, 직선주로에서 탄력 넘치는 걸음으로 2위 마를 4마신 따돌리고 여유 있게 우승했다. 결과는 4마신이었지만, 느낌은 40마신 정도의 압도적인 경주력이었다.
다섯 번째 경주가 앞서 소개한 대로 브리더스컵 대상경주였는데, 중위권 전개로 최선을 다했지만 롤러블레이드를 비롯한 생애 처음 만난 최강의 편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9위에 그쳤다. 페이스가 워낙 빨랐고, 편성이 강하다 보니 기대했던 걸음이 나오지 않았다. 또한 당일 주로 출장 시 컨디션이 이전보다 훨씬 떨어져 보인 것도 원인이었다.
모마 딕시어벤저는 혈통전문가 사이에서 A급으로 평가받은 최고의 씨암말이다. 영천질주 이전에 모두 다섯 마리를 배출했는데, 그중에서 1군마가 두 마리(영천에이스, 영천더비), 2군마가 세 마리(딕시플로잇, 무한신조, 라이파이)로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빼어난 자마들을 생산했다. 필자가 여러 각도로 분석해본 결과 영천질주도 최소한 2군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데뷔 당시와 비교했을 때 능력향상은 물론 체격도 상당히 커졌고, 주행 자세도 한층 좋아져 관리만 잘 된다면 내년 3세마 대상경주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터치스타맨(2세·수·4전2/1/0·우만식·김영관 부:테스타마타 모:우승터치 레이팅:43)
터치스타맨은 당대 최고의 암말이었던 우승터치의 자마로 데뷔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결과는 4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후 세 번의 경주에서 뚜렷한 전력향상을 보이고 있고, 최고 명문 김영관 소속이란 점에서 내년에는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데뷔전에서 맨오브더필드와 복승식 2.5배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모았지만, 입상에 실패하고 말았다. 반 박자 늦게 출발한 이후 선입 전개로 최선을 다했는데, 막판 한발 부족으로 2마신 차 4위에 그쳤다. 필자는 당시에 ‘아직 힘이 덜 찬 망아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경주에서는 한 단계 늘어난 걸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번에는 1300m로 거리를 대폭 늘려 출전했는데, 끝번(11번)의 불리함 때문에 시종일관 외곽전개를 펼치고도 막판에 추입력을 발휘하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데뷔전과 비교한다면 완벽한 전력향상으로 볼 수 있다. 거리가 늘었고, 불리한 전개를 펼쳤음에도 막판에 탄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경주에서 드디어 첫 승을 기록했다. 직전 경주와 정반대의 상황 속에서 얻어낸 결과였다. 안쪽에서 차분하게 선입전개를 펼친 후 직선주로에서 근성을 발휘하며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우승을 따냈다. 차이는 1마신에 불과했지만, 영원히 잡을 수 없는 1마신이라는 느낌이었다. 또한 모래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안쪽이나 외곽을 가리지 않고 기수의 유도에 순응하며 경주마로서 완성돼가는 모습을 보였다.
네 번째 경주에서는 더욱 늘어난 걸음을 보이며 9마신 차 압승을 거뒀다. 걸음이 터졌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뚜렷한 젼력향상이었다. 5등급 승급전에 1600m 첫 도전이었는데, 초반부터 순발력을 발휘하며 쉽게 선행에 나섰고, 직선주로에서 좌구보에서 우구보로 바꾸자마자 2위 그룹을 대차로 벌리며 압도적인 경주력을 발휘했다. 막판 80m 부근에서는 우승을 확신하고 잡고 제어하는 여유까지 보일 정도였다.
이번 우승으로 4등급에 올라갔는데, 당장 4등급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며, 혈통적 기대치로 볼 때는 최상위군까지도 가능해 보인다. 부마 테스타마타는 지난번에 소개한 대로 거리 적성이 상당히 길게 나오는 혈통이고, 완숙형에 가깝기 때문에 2세보다는 3세나 4세 때 더 잘 뛸 가능성이 높다.
특히 모마 우승터치는 현역에서 최고의 암말로 평가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경주마였다. 2011년 코리안오크스에서 우승을 비롯해, 그해 코리안더비 2위, 농림부장관배 2위를 기록했고, 2012년 그랑프리에서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암말이었다. 우승터치의 첫 번째 자마인 파워터치(전형제마)가 현재 2등급에 올라있다는 것도 터치스타맨의 기대치를 좀 더 높여주는 요인이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