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7개 사내하도급업체에게 4만 8529건의 선박 및 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 및 하도급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이 이미 시작된 후에 발급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회사를 분할하면서 한국조선해양으로 상호를 변경했지만 법 위반 행위 당시의 상호는 현대중공업이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들에게 선박·해양플랜트·엔진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는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징금 280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0월 국제 조선·해양 산업전시회에 참가한 현대중공업. 사진=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은 작업이 시작된 후 짧게는 1일, 최대 416일이 지난 후에 계약서를 발급했으며 4만 8529건의 평균 지연일은 9.43일이었다. 이로 인해 하도급업체는 구체적인 작업 및 대금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우선 작업을 진행한 후 한국조선해양이 사후에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됐다.
이후 한국조선해양 및 소속 직원들은 2018년 10월 진행된 공정위 현장조사와 관련해 조직적으로 조사대상 부서의 273개 저장장치(HDD) 및 101대 컴퓨터(PC)를 교체했다. 관련 중요 자료들은 사내망의 공유 폴더 및 외부저장장치(외장HDD)에 은닉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사대상자의 저장장치가 교체된 사실 및 중요 자료를 별도로 보관한 외부저장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조사를 방해할 목적이 있었다는 증거도 확보했다.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의 서면발급의무 위반 등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 현재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분할신설회사 현대중공업에게는 과징금 208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행위와 관련해서는 한국조선해양에게 과태료 1억 원, 소속 직원 2명에게 과태료 2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장기간 문제점이 지적돼 온 조선업계의 관행적인 불공정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관행적인 불공정 행위로 다수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들을 엄중하게 시정 조치함으로써 앞으로 유사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