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비판을 받는 불륜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사진은 영화 포스터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일요신문DB
#한 시의원은 3년에 걸쳐 내연녀를 협박하고 폭행한 혐의 등으로 경찰서에 고소당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B 시의원과 내연관계였던 여성은 아이들의 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내연관계로 발전한 뒤로 B 시의원은 여성이 배우자와 다정한 모습을 보이거나, 가족여행을 가는 모습을 참지 못했다. 고소인에게 배우자와 각방을 쓰고 잠자리를 하지 말라는 강요도 지속적으로 해왔다. 심지어 고소인 아이들의 연락처를 몰래 알아내 아이들에게 전화를 하고, 고소인과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을 프로필에 올리는 방법으로 고소인의 아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공직자의 불륜이 큰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불륜에, 폭행에 판사가 가지가지 한다” “법원이 저모양이니 판결들이 엉망이지”와 같은 비판과 조롱을 하고 있다. 공직자의 불륜은 그 끝이 경찰 수사나 소송으로 이어졌다. 일반인의 외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돼 뜨거운 불륜을 해도 결국엔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소송, 아니면 또 다른 불륜을 시작한다. 이번엔 익명 커뮤니티와 카페에서 화제가 된 일반인 불륜 사례를 살펴봤다.
불륜의 끝은 소송과 법정다툼으로 힘겨운 싸움이 된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연합뉴스
#미혼녀-기혼남 커플입니다. 그를 너무 좋아했고, 그가 내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이선 사진 한 장 못 찍고 여행도 갈 수 없었습니다. 제한이 많은 관계라 늘 만나면 밥 먹고 술 마시는 게 다였습니다. 하지만 그와 1년 가까이 만나는 동안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큰 걸 바란 건 아니지만 데이트조차 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제게 오라는 말에 그의 대답은 ‘NO(노)’였습니다. 이젠 제 맘도 많이 편해졌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레 헤어지게 되거나, 친구로 남거나 우리 관계는 그렇게 흘러가겠지요.
#기혼녀-미혼남 커플에서 저희 정식 부부 됩니다. 길고 길었던 이혼소송을 끝으로 저희는 정식 부부가 되기로 했습니다. 재산분할에 욕심내던 전 남편 때문에 2년간 끌어오던 소송이 드디어 끝났네요. 길고 힘들었던 소송 과정에서 남자친구는 변하지 않고 힘이 되어줬습니다. 불륜의 끝이 모두 해피엔딩일 수는 없지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드리고 싶네요.
#기혼남녀 커플입니다. 불륜이 아닌 엄마들도 애들끼리 집에 두고 자기생활 하지 않나요? 육아는 양보다 질입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지죠. 한 공간에서 잔소리하며 있어준다고 다 좋은 엄마가 아니에요. 죄책감 때문에 애들한테 훨씬 잘하게 되고 애들도 더 좋아졌어요. 아빠가 유해지니 기남(기혼남) 애들도 외도 후 사이가 더 좋아졌다고 하네요. 애들 고민도 나누는 저희 관계는 윈윈인 셈이죠.
#기혼녀-미혼남 커플입니다. 외도하다가 걸렸어요. 알고 지낸 지는 4개월 정도, 깊은 관계는 2개월 정도 됐네요. 남편에게 들통 나고 나서는 그냥 파트너였을 뿐이라고 변명했지만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시댁으로 가버렸어요. 아이가 5세인데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네요. 연락을 해봐도 남편은 소송할 거라며 짐만 들고 집에서 나가라네요. 막무가내로 아이를 못 보게 하고, 매일 눈물만 나요. 저 정말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건가요? 유책 배우자라서 양육권을 포기해야 되나요? 가정의 모든 빚도 제 이름으로 되어 있고, 앞이 막막합니다. 외도 한 번 걸려서 이 지경까지 왔어요. 어떡하죠? 저, 너무 벼랑 끝에 있네요.
불륜에서 힘든 부분은 드러내놓고 만날 수 없다는 점이다. 만남 장소와 데이트 패턴이 한정되는 게 불륜남녀의 고민 중 하나다. 남들 눈을 피해 만나다 보니 실내 데이트를 많이 하게 되고, 이 때문에 데이트 비용도 주요한 이슈다. 불륜 커플들은 외도 기간이 길어질수록 드는 비용도 커 이에 대해 부담과 불만을 토로했다. 가정주부인 기혼여성과 직장인 기혼남성이 내연 관계를 가질 경우 데이트 비용을 여성이 내는 경우도 많다. 기혼 남성이 본인의 가정에서 경제권을 갖지 못해 딴 주머니(?)를 차지 못한 탓이 대부분이다.
뜨거운 외도의 끝은 대체로 아름답지 않다. 상간남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주변인과 가족에게 불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송 과정이 알려지는 걸 극도로 꺼린다. 판결이 난 뒤에는 판결문이 공개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혼전문 변호사들은 이런 애로사항을 십분 고려해 상간자 맞춤형 변호를 진행한다.
불륜 피해자들은 판결문을 확보하고 인터넷에 공개해 망신을 주는 ‘판결문 폭로’가 마지막 공격 카드다. 배우자 외도로 가정을 잃은 피해자로서는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하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명예훼손 벌금형에 대한 액수가 크지 않아 시도해볼 만하다는 것도 판결문 폭로를 부추긴다.
불륜 카페에서 법률 자문을 맡은 한 법률사무소는 ‘상간자소송 이벤트’를 진행한다. 불륜 카페 회원임을 인증하면 무료로 판결문 열람제한 신청을 해 주는 행사다.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 이를 주변인들에게 뿌려버리는 아내들을 막기 위해 판결문 열람 제한 신청을 진행합니다. “판결문을 받아 네 주변에 뿌려서 사회생활을 못하게 개망신을 주겠다”와 같은 협박성 문자들은 반드시 저장하고 캡처해 두시길 바랍니다. 또한 주변인에게 뿌린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으니 이 점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안내글도 게시했다.
불륜 관계자들이 직접 서로를 공격하는 데는 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도 한몫을 한다.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됐다. 불륜에 대한 형사처벌이 사라졌지만, 이 공백을 민사적으로 보완할 수단은 마련되지 않았다. 상간자소송을 해 위자료를 청구해도 그 액수는 통상 1500만 원에 수렴한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