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당시 감독(오른쪽)과 김광현(왼쪽)은 감독과 선수로 함께 SK 왕조를 일궈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 정도면 메이저리그라고 해도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다. 2017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변화된 모습을 보였는데 그게 바로 마운드에서 완급 조절이다. 내가 SK에 있을 때 김광현의 완급 조절을 시도해봤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수술을 받은 선수가 그걸 깨우치고 마운드에서 해보였다는 게 대단한 것 같다. 무엇보다 투심 패스트볼을 완성시킨 것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를 향해 출국한 지난 12월 16일, 원래는 김광현과 김 코치 고문의 저녁 식사가 약속돼 있었다. 김광현은 갑자기 결정된 출국에 앞서 스승에게 전화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고, 김 코치 고문은 잔뜩 긴장한 채 먼 길을 떠나는 제자에게 따뜻한 조언을 전했다고 한다.
김 코치 고문은 김광현을 처음 만났던 2007년 1월의 스프링캠프를 떠올렸다.
“19세 신인이 나를 찾아와 1월까지 공을 던지지 않겠다고 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신인 선수가 감독을 찾아가 자신의 훈련 루틴을 설명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김광현은 그걸 해냈다. 보통이 아니구나 싶더라. 그래서 단장·코치한테 5월까지는 김광현한테 손대지 말라고 지시했다. 5월 이후부터 조금씩 만지기 시작하니까 금세 실력이 성장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투구 템포가 너무 빨라 속도를 조절하라고 주문했는데 그걸 자꾸 잊어버려 야단도 많이 쳤다.”
김 코치 고문은 김광현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SK 시절이 즐거웠다고 회상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은 존재하겠지만 김광현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보였다.
“처음에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해야 한다. 자기식대로 해보고 그게 잘 안 되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찾아내고 대응해야 한다. 머리가 영특한 친구라 잘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