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이 총리는 총리직을 내려놓고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받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종로는 지역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정치 일번지로도 불린다. 이 지역을 거쳐간 의원들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종로구 1대 국회의원은 장면 박사다. 군사 독재 전 까지는 윤보선 전 대통령 지역구였다. 과거 갑을로 나눠져 있었을 때엔 윤 전 대통령이 갑, 김두한 전 의원이 을이었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 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2년 만에 의원직 상실을 당한 뒤 보궐 선거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정 후보자 대신 출마할 유력한 후보로 이낙연 총리가 오르내린다. 전남에서 4선 의원과 지사직을 지낸 이 총리가 다시 전남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치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향후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상징성이 큰 종로 출마가 이 총리에게도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12월 19일 이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않았다. 내가 요청하거나 제안하기보다는 소속 정당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행정중심지인 세종 출마 여부를 묻자 “세종시는 상징성이 매우 큰 도시고 일하는 보람도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훌륭한 분이 많이 도전해주시면 좋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이 총리 주변에서는 ‘이 총리가 종로구 출마를 꺼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총리를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예상과 다르게) 이 총리가 종로구 출마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종로구가 만만한 곳이 아니다. 종로를 지키려면 이 총리 정도가 가줘야 하는 건 맞다. 다만 이 총리가 총리 생활하며 격무에 시달렸을 텐데 곧바로 선거전에 돌입하라는 게 본인으로서는 힘들 수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조금은 편하게 가고 싶을 수 있다. 비례 받고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등으로 전국 단위로 활동하는 게 향후 정치를 하는데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 같은 큰 선거를 통해 정치적 명분을 얻기 위해서는 안전한 길보다는 떨어질 각오로 부딪혀 보는 게 국민들 보기에도 더 좋아 보인다. 비록 떨어지더라도 최소한 명분은 챙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낙연 총리가 종로구에 출마할 경우 자유한국당에서도 중량급 인사를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당에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 카드가 거론된다. 한국당 한 의원은 “(황 대표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면서 “그럼에도 본인이 대통령 선거에 나갈 생각이 있다면 한 번쯤 승부를 걸긴 해야할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과거 분당에서 신승하면서 지지율이 급등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당 소식통도 “주변에서 황 대표에게 출마 권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다만 황 대표 본인이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수도권 판세를 봤을 때 종로구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난 11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지도부에 험지 출마 등을 위임한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 등이 그 대안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