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이 20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도 받는다. 사진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올해 7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인천지법 형사항소2부(이세창 부장판사)는 2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80시간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에게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대기업 회장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저버리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했다”고 했다. 이어 “밀수품들은 고가의 사치품이라기보다는 생활용품이 대부분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법질서를 경시하는 태도를 가진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관세 행정에 초래한 영향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조 전 부사장과 이 전 이사장은 올해 6월 열린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법정 구속을 면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2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명품 의류와 가방 등 8800여만 원 상당 물품을 203차례 대한항공 여객기로 밀수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이사장도 2013년 5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대한항공 해외지사를 통해 도자기·장식용품·과일 등 3700여만 원 상당 물품을 46차례 여객기로 밀수입하고, 2014년 1∼7월 해외에서 구매한 3500여만 원 상당 소파·선반 등을 대한항공이 수입한 것처럼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과 같은 혐의로 세관 당국에 입건돼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조현민(36) 한진칼 전무는 ‘혐의 없음’으로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