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히어로와 톱데이는 발전 기대치가 높아 내년에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메니히어로(2세·수·5전1/2/1·박정배·김동균 부:메니피 모:포킷풀어브머니 레이팅:41)
모마 포킷풀어브머니는 현역시절 암말 대상경주였던 KRA컵 클래식 우승을 비롯, 1군 경주에서만 5승을 올리며 당대 최고의 암말로 평가받았던 마필이다. 씨암말로 데뷔해서는 메니머니(1군)와 머니포켓(4군)을 배출했다. 메니히어로가 세 번째 자마인데 마명에서 알 수 있듯 부마가 메니피로 메니머니와는 전형제마다. 메니머니(암말)는 코리안오크스에서 2위, 동아일보배 우승 등 27전 8승을 기록한 뛰어난 능력마였다. 메니히어로는 포킷풀어브머니가 처음으로 배출한 수말이란 점에서 기대치를 좀 더 높게 보고 싶다.
데뷔전에서 인기 2위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결과는 3위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우승마는 탁트인으로 막강한 선두력으로 압승을 거뒀고, 그 뒤를 따라가던 메니히어로가 막판에 천지울림에게 잡히며 3위로 통과했다. 데뷔전 치고는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혈통이 너무 좋아 잔뜩 기대했던 필자는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내심 탁트인을 이길 수도 있다고 예상했는데, 아직 힘이 덜 찼고, 전체적인 경주력에서도 부족함이 느껴졌다.
두 번째 경주에서는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2위를 기록했다. 2선에서 선입으로 따라가다가 막판 탄력을 보이며 역전을 시도했는데, 우승마 메니챔프가 너무 편하게 선행을 나서는 바람에 반 마신 차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데뷔전과 비교해볼 때 기록도 0.8초 앞당겼고, 모래에 대한 반응과 주행 자세도 한결 안정된 느낌이었다.
세 번째 경주에서도 2위를 기록했는데, 직전 경주와 비교해 볼 때 한 단계 성장했다. 1300m로 거리를 늘려 출전했는데, 레전드스톰이 괴력을 발휘하며 우승, 또다시 2위에 그치긴 했지만, 경주 내용과 기록 면에서 볼 때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7% 양호 주로였음에도 1분 20초 6이라는 빠른 기록을 작성했고, 3위권과는 7마신의 큰 차이를 보였다.
네 번째 경주에서 드디어 첫 승을 기록했다. 5등급 승급전이었는데, 여유 있게 선행을 나선 후, 직선주로에서 압도적인 경주력을 발휘하며 8마신 차 완승을 거뒀다. 특히 막판 200m를 남겨놓고 이혁 기수가 추진을 멈추고 제어했음에도 1분 19초 8(6% 양호주로)이라는 우수한 기록을 작성했다. 물론 지난번에 밝힌 대로 최근 5등급 경주는 6등급의 2세마 경주보다 편성이 약한 건 사실이나, 이전 경주보다 확실히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었다. 기록도 단축시켰고, 전체적인 경주력도 한층 향상된 느낌이었다. 경주를 거듭할수록 엄마를 닮아가는 듯했다.
직전 다섯 번째 경주는 브리더스컵 대상경주였는데, 초반 자리싸움에서 밀리며 시종일관 외곽을 돈 끝에 7위에 그쳤다. 물론 안쪽전개를 펼쳤더라도 우승은 어려운 걸음이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패한 점이 아쉬웠다.
현재 4등급에 속해있는데, 500kg가 넘는 좋은 체구를 타고났고, 혈통적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수말이란 점에서 사양 관리만 잘된다면 최상위군 진출도 가능하다고 본다.
#톱데이(2세·수·6전2/0/2·고정수·김영관 부:한센 모:스피디퍼스트 레이팅:42)
톱데이의 모마 스피디퍼스트는 암말로서 코리안더비와 오크스를 동시에 제패한 당대 최고의 3세마였다. 활막염이라는 치명적인 부상 때문에 3세의 어린 나이에 경주로를 떠났지만, 짧은 현역시절 보여준 카리스마는 소위 장난이 아니었다. 선행과 추입을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암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강인한 근성도 보유했다.
2014년 씨암말로 전향한 후, 첫 번째로 배출한 자마는 프라이데이(3군)다. 데뷔 초 4연속 입상을 거듭하다가 컨디션 난조로 잠시 주춤한 후, 지난 12월 경주에서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는데, 현재 3세라는 나이를 감안해 볼 때 최소한 2군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톱데이는 부마가 한센이란 점에서 프라이데이보다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데뷔전부터 뛰어난 능력을 과시하며 우승했다. 단승식 1.5배로 압도적 인기를 모았고, 결과 역시 압승이었다. 여유 있게 선행을 나선 후, 결승선에서도 2위 그룹을 4마신 차로 따돌리며 손쉬운 우승을 거뒀다.
두 번째 경주에서도 우승을 이어갔다. 5등급 승급전에 거리도 대폭 늘어난 1300m 경주였는데, 외곽선입 전개 후, 직선주로에서 역전에 성공하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와의 차이는 2마신에 불과했지만,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세 번째 경주는 육성심사마 특별경주였는데, 세이브더월드와 닥터카슨의 뒤를 이어 3위에 그치며 처음으로 쓴맛을 보고 말았다. 선입 전개로 최선을 다했지만, 세이브더월드가 너무나 강했다. 거의 괴물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며 6마신 차 압승을 거뒀다. 선행을 나섰던 닥터카슨이 2위를 기록했는데, 끝나고 보니 두 마필의 능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세이브더월드는 지난 브리더스컵에서 늦발주로 경주를 망치긴 했지만, 당시 단승식 배당 1.9배로 롤러블레이드(2.7배)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닥터카슨도 지난 경남도민일보 대상경주에서 외산마들을 모조리 잠재우고 압승을 거둔 바 있다. 즉 두 마필의 능력이 워낙 뛰어났기에 3위에 그쳤다고 보는 것이다.
네 번째 경주인 4등급 첫 도전에서는 단승식 1.5배의 압도적 인기를 모으고도 3위에 그치며 팬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말았다. 다섯 번째 경주였던 브리더스컵 예선 역시 이렇다 할 경주력을 전혀 보이지 못한 채 7위에 그쳐, 이제는 그저 그런 평범한 경주마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직전 12월에 펼쳐진 브리더스컵 대상경주에서 깜짝 4위에 오르며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당시 단승식 배당 82.2배가 말해주듯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초중반 후미 그룹에서 레이스를 전개한 후, 직선주로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4위까지 올라온 것이다. 당시 필자는 소위 지우는 말로 판단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데뷔전부터 브리더스컵까지 필자가 지켜본 결과 톱데이는 전 구간을 꾸준하게 뛰는 스태미나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주 거리 역시 단거리보다는 장거리가 유리하다. 1200이나 1400은 순간 스피드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장거리는 다르다. 일정한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마필이 매우 유리하다. 톱데이는 장거리 경험이 전혀 없지만, 장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숱한 명마를 길러낸 김영관 소속이란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