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강호 브라질과의 평가전은 김민재가 유럽행을 결심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보강 기회, 겨울 이적 시장
유럽 축구에서 여름 이적 시장에 비해 겨울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시기다. 시즌 중인 1월 한 달간 열리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시즌 휴식기인 여름만큼이나 선수들의 이동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단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우승, 유럽대항전 진출, 리그 잔류 등 각자 목표 달성을 위해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현재 리버풀과 아스널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버질 반 다이크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모두 겨울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페르난도 토레스가 5000만 파운드(약 752억 원)의 이적료와 함께 헬기를 타고 이적 시장 마지막 날 극적으로 팀을 옮겼던 것도 겨울이었다.
전력 보강 욕심 앞에선 순위도 의미 없는 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6승 1무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조차 겨울 이적 시장 개막에 앞서 일본 미드필더 미나미노 타쿠미의 입단을 확정지었다. 이는 신호탄일 뿐이다. 리버풀 외에도 유럽 각 팀들의 영입 소식이 곧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고 수비수 김민재의 선택은
국내 축구팬들의 주 관심사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이동 여부다. 그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인물은 국가대표 부동의 중앙수비수 김민재다. 김민재는 이미 2018년 겨울 유럽, 중국 등 여러 행선지를 놓고 한 차례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중국행에 지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기량은 막대한 부를 자랑하는 중국도 담기 어려운 그릇이었다. 김민재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던 2019 E-1 EAFF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선보였다. 단 1년 만에 이적 루머에 다시 불이 붙었다. 1년 전 중국행 당시 관심을 보이는 듯했던 잉글랜드의 왓포드는 여전히 김민재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왓포드 현지에서 2019년 연말에도 그의 이적과 관련한 뉴스가 전해졌다.
김민재는 기량, 주전 경쟁 등 경기 내적인 면에서는 큰 의심을 받지 않는다. 다만 현 소속팀 베이징의 존재가 이적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이징은 김민재를 영입할 당시 약 70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길 원하지 않는다. 또 팀 내 김민재가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김민재가 이적한다면 그에 걸맞은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는 올 시즌 황희찬의 맹활약에 방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의 눈’ 사로잡은 황희찬
어느덧 유럽에서 6번째 시즌을 맞이한 황희찬은 요즘 가장 화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2로 임대된 이후 하락세를 걸었던 그는 이번 시즌 반전을 맞았다. 소속팀(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은 후 22경기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만 23개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적을 확정지은 팀 동료 미나미노 다쿠미와 함께 황희찬도 잉글랜드 클럽과 이적설을 뿌리고 있다. 과거 ‘관심’ 수준의 의사를 드러낸 아스널이나 토트넘 이외에도 울버햄튼은 라이프치히 구단과 구체적인 협상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희찬의 이적설이 급물살을 탄 데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맹활약이 있다. 당초 황희찬은 이전의 좋은 활약으로 유럽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는 존재였지만 ‘쇼케이스’였던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부진으로 잊혀갔다. 그러나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우승팀 리버풀과 경기는 정점을 찍는 경기였다. 세계 최고 수비수로 평가받는 반 다이크를 넘어뜨리며 골을 기록한 장면은 빅리그 구단들의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다.
결국 황희찬도 구단 허락이 이적의 관건으로 보인다. 잘츠부르크는 이미 미나미노를 잃었다. 황희찬 외에 공격수 엘링 홀란드도 빅리그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자원이다. 선수 이적에 관대한 잘츠부르크지만 주축 선수들의 시즌 중 연쇄 이탈을 달가워할 팀은 없다. 이에 영국에서는 ‘황희찬을 원하는 울버햄튼이 겨울에 계약을 마무리 짓고 다시 잘츠부르크에 6개월 임대로 선수를 내줄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기성용은 올 시즌 경기장보다 훈련장 등에서 모습이 포착되는 일이 잦아젔다. 사진=뉴캐슬 유나이티드 페이스북
#‘이적 허용’ 구단 허락 떨어진 기성용
김민재·황희찬과 달리 기성용은 다소 씁쓸한 이적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 뉴캐슬에서 전력 외로 분류되며 경기장에서 좀처럼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기에 뛰는 것을 중요시하는 그가 유럽 커리어에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다.
뉴캐슬로 이적한 지난 시즌,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 체제에서 주전급 선수로 활용됐지만 올 시즌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개막전 스쿼드에서 제외되더니 8라운드부터는 아예 대기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명단 제외 이유는 부상’이라며 건강 상태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관련 보도가 이어지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지난 21일 “기성용은 아팠다”고 언급하며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새 팀을 알아봐야 할 기성용으로선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기성용과 뉴캐슬의 계약기간은 이번 2019-2020시즌까지다. 2020년 여름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돼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 기성용은 시기를 앞당길 심산이다.
아버지인 기영옥 전 광주 FC 단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1월에 새 보금자리를 알아보려 하는데 뉴캐슬이 배려를 해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뉴캐슬 측도 이적을 막을 뜻이 없음을 밝히며 화답했다.
이외에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동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선수로는 이재성이 꼽힌다. 이재성은 유럽 진출 2년차를 맞아 분데스리가2 홀슈타인 킬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팀이 소화한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고 팀 내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다.
성장한 이재성과 달리 정작 킬은 지난 시즌보다 팀 사정이 좋지 않다. 시즌 막판까지 승격 경쟁을 펼쳤던 1년 전과 달리 올해는 리그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킬은 2부리그가 좁게 느껴질 이재성을 더 이상 붙잡아둘 명분이 없다. 상위리그 또는 승격이 유력한 팀에서 제의가 온다면 극적인 이적도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