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사진=연합뉴스
가장 첨예한 유형은 이번 한진그룹처럼 형제 간 지분율이 팽팽한 곳이다. 효성그룹과 사촌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이 대표적이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과 동생 조현상 사장이 지주사인 (주)효성 지분을 각각 21.94%와 21.42% 보유 중이다. 지난해 효성을 중공업과 화학, 첨단소재 등으로 인적분할한 만큼 일정 시점에서 형제 간 영역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이 같은 방식으로 효성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기업이 한국타이어다. 조현상 사장 몫으로는 첨단소재가 유력하다. 그룹의 최대 주력인 섬유와 산업자재는 조현준 회장이 양보하기 어려운 만큼 화학부문이 변수다. 한편 조현준 회장은 27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양래 회장이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 지분 23.59%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두 아들인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19.32%와 19.31%로 박빙이다. 남매인 조희원 씨도 10.82%를 갖고 있다. 조 회장의 지분이 어느 한 쪽에 집중 승계되지 않는 한 사실상 공동경영체제를 갖춰야 한다. 타이어사업 비중이 75%에 달해 회사를 쪼개 가지기도 쉽지 않다. 조현범 사장은 최근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돼 향후 승계구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형제 또는 남매 간 지분율은 팽팽하지만, 구조상 서로의 몫이 이미 나눠진 곳들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몽근 명예회장의 장남 정지선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부회장과 동거하는 형태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사격인 현대백화점 지분을 21.4% 보유 중이고, 정 부회장은 자신이 대주주(지분율 23.8%)인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현대백화점 지분 12.05%를 갖고 있다. 이어 정 회장도 현대그린푸드 지분 12.67%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해서는 형제가 의결권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형제가 향후 백화점과 식품 부분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모두 지분을 각각 18.22%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에서 각각 10.33%, 9.83%를 가진 2대주주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사장이 신세계 경영을 맡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후계자가 이미 정해졌지만, 동생들과의 분할 문제가 남은 기업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의 후계승계가 확실시된다. 다만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그룹의 어느 부분을 떼어갈 것인지가 변수다. 삼형제 후계구도의 핵심은 에이치솔루션인데, 지분율이 50:25:25다. 김 부사장이 화학과 방산 등 주력을, 김 상무가 보험과 증권 등 금융을, 동선 씨가 레저부문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사업 분할 방법으로는 에이치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주식 맞교환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권이 집중된 LG그룹을 제외한 범LG가는 현재 공동경영체제다. 뚜렷한 1인 총수보다는 형제 가문의 집단지도 체제다. 범LG가 외 두산 역시 현재 형제 공동경영체제다.
다만 두산은 공동경영체제의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박정원 회장의 지분율은 7.41%에 불과하다. 친동생인 박지원 부회장(4.94%) 지분을 합해도 12.35%다. 삼촌인 ‘용’자 항렬 전 회장들도 3~4%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중공업과 건설은 종가인 박 회장이 갖고, 신사업을 다른 형제 가문에 넘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상장한 소재기업 두산솔루스는 시가총액이 5500억 원에 달한다. 연료전지 기업인 두산퓨얼셀 시총도 4600억 원으로 이에 버금간다. 유망업종인 만큼 미래 전망도 밝다. 주력이지만 사양산업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시총이 1조 원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나눌 만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