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보라스(맨 왼쪽)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게릿 콜(왼쪽에서 세번째)과 양키스의 계약에서 투수 역대 최고액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연합뉴스
투수 게릿 콜이 뉴욕 양키스와 9년간 3억 2400만 달러에 계약했고, 타자 앤서니 렌던(LA 에인절스)과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는 나란히 7년 2억 450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렸다. 이어 류현진이 4년 8000만 달러로 보라스의 고객 중 네 번째로 많은 돈을 받았고, 타자 마이크 무스타커스(4년 6400만 달러·신시내티), 투수 댈러스 카이클(4년 최대 7400만 달러·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 토니 왓슨(1년 300만 달러·샌프란시스코)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의 계약 액수를 모두 합치면 10억 1650만 달러(약 1조 1813억 원)에 달한다.
보라스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 에이전트다. 야구선수 출신으로, 1974년부터 5년간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2루수와 외야수로 뛰었다. 그러나 더블A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무릎 부상으로 은퇴했다. 이후 대학에 입학해 약사 자격증을 땄고, 맥조지 로스쿨에 진학해 법학석사 자격까지 얻었다.
한동안 의료 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선수 시절의 경험과 인맥을 모두 살려 1980년부터 야구 에이전트를 시작했다. 1983년 시애틀 소속 마무리 투수 빌 코딜에게 750만 달러짜리 계약을 안기면서 본격적으로 에이전트로서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에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차려 놓고 수백 명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보라스의 별명은 ‘악마의 에이전트’다. 그와 협상해야 하는 구단들 입장에서는 그렇다. 최대한 협상 시간을 오래 끌며 버티고, 결국은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낸다. 무엇보다 선수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준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꾸는 최고액 계약 기록을 연이어 경신해왔다.
1997년 그렉 매덕스의 5년 5750만 달러 계약으로 처음 신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케빈 브라운이 LA 다저스로 옮길 때 8년 1억 500만 달러를 받아내 역대 최초로 총액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2000년 텍사스로 옮기면서 10년 2억 5200만 달러를 받아낼 때, 프린스 필더가 2012년 디트로이트와 계약하면서 9년 2억 1400만 달러에 사인할 때도 역시 보라스의 손을 거쳤다. 특히 로드리게스의 계약은 당시 메이저리그는 물론 미국 프로스포츠 전체를 통틀어 최고액 계약이었다.
2004년에는 카를로스 벨트란, 매글리오 오도네스, 애드리언 벨트레, J. D. 드류, 제이슨 배리텍, 데릭 로까지 고객 6명에게 도합 3억 9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안겨주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에도 수많은 메이저리그 톱스타들이 보라스와 손을 잡고 천문학적인 몸값을 가져갔다. 올해 콜과 양키스의 9년 3억 2400만 달러 계약은 메이저리그 투수 역사상 최대 규모다.
무엇보다 보라스는 괴물급 신인들을 미리 낚아채 구단을 압박하기로 유명하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에는 수십 명의 전직 메이저리거가 스카우트로 일하고 있다. 경제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데이터를 분석해 선수들을 평가한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력을 바탕으로 주요 신인 선수들과 미리 에이전트 계약을 한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과 신인 최고 연봉까지 수시로 갈아치우는 비결이다.
스트라스버그도 보라스가 미리 잡아낸 선수 중 한 명이다. 스트라스버그는 프로에 입단하면서 4년 1510만 달러를 받았고, 올해 다시 보라스 덕에 7년간 2억 4500만 달러의 거액을 벌어들였다.
자연스럽게 구단과 보라스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졌고, 스몰 마켓 구단들은 아예 보라스의 고객인 선수들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보라스는 구단들에 ‘악마’지만, 선수들에게는 ‘천사’ 같은 에이전트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