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따진 뒤 27일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따진 뒤 27일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전 장관이 결백한 것은 아니지만,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만큼 현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는 판단이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데도 피의자가 일부 범행 경위와 사실을 부인하고 있긴 하지만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정 등을 보면 현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주의 염려가 없다는 점도 기각 이유가 됐다. 권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와 가족관계,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당시 진술 내용 및 태도 등과 피의자가 개인 이익 도모를 위해 사건을 범행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이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만큼,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와 치열한 법리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옆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조 전 장관은 바로 귀가했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17년 말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특별감찰반에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하고,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에 사표를 내게 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12월 16일과 18일 조 전 장관을 두 차례 불러 조사했고, 지난 23일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당시 감찰 자료가 이미 폐기되는 등 증거 인멸이 이뤄졌다며 조 전 장관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당시 파악할 수 있는 유 전 부시장의 비위는 경미했고, 유 전 부시장이 감찰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수사권이 없어 감찰을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으로 대응했다.
법원이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검찰은 보강 수사해 영장을 다시 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한 뒤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나서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