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퀸메리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존 옥스포드 교수는 “어린 아이들은 대개 어른들보다 위생상태가 불량한 편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반드시 독감 예방접종을 시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백신이 만능은 될 수 없다. 백신 주사를 맞았다 하더라도 완전히 효과를 발휘하려면 최대 2주일이 걸린다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
최근 영국의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백신 접종이 아직까지는 독감의 확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밖에 다른 예방법도 충분히 많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쉬운 독감 예방법들이다.
겨울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독감. 손소독제보다는 비누로 손을 씻는 게 독감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손소독제 대신 따뜻한 물로 씻어라
독감 바이러스는 사람들 간의 접촉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이를테면 손을 잡는다거나 독감 환자가 만졌던 물건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하면 손을 잘 씻는 것이 있다. 손이야말로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주요 경로인 까닭이다.
가령 독감에 걸린 사람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바이러스 입자들이 손바닥, 즉 피부에 묻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묻은 바이러스 입자는 손바닥에서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15분 정도 생존한다.
더 큰 문제는 바이러스가 단단한 표면으로 옮겨 붙을 경우다. 이런 경우 독감 바이러스는 최대 24시간까지도 생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맘때가 되면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슈퍼마켓 카트를 사용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손을 어떻게 씻느냐다. 흔히들 추천하는 방법은 손세정제나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손소독제보다는 차라리 따뜻한 물과 비누로 씻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지난 9월, 교토의과대학의 연구진들이 학술지 ‘mSphere’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감 바이러스는 비누나 물로 씻을 때보다 손소독제만 사용할 때 확산될 가능성이 더 높다.
요컨대 손소독제를 사용해서 손을 닦아도 예상외로 독감 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감염된 환자의 점액이 손세정제 성분인 알코올의 기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가 손세정제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려면 최소 4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따뜻한 물과 비누는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딱히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에만 손세정제에 의존하라고 권고한다. 임피리얼칼리지런던의 면역학자인 피터 오픈쇼 교수는 “손소독제의 효과에 대한 증거는 미약한 편이다“라고 조언했다.
#기침하는 사람과는 멀리 떨어져라
누군가 옆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심하게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떨어져야 안전할까. 이에 대해 옥스포드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처럼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방울을 통해 퍼지는 전염병의 경우에는 바이러스 감염자와 최소 1.8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독감 바이러스 입자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밖으로 이동할 경우 꽤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 더 불쾌한 사실은 이 바이러스 입자들이 심지어 몇 시간 동안 공중에 떠다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추울수록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만일 누군가 옆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는데 미처 피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이럴 때는 공기 중에 떠있는 오염된 방울이 비강(콧구멍)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콧구멍으로 천천히 숨을 내쉬도록 한다. 오픈쇼 교수는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는 바이러스가 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며, 이에 따라 독감에 걸릴 확률도 낮아진다”라고 설명했다.
#독감에 걸린 가족과는 당분간 떨어져 지내라
일부 전문가들은 가족 가운데 누군가 독감에 걸렸다면, 가능한 물리적으로 거리를 둬서 접촉을 피하는 것이 독감의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옥스포드 교수는 “이는 독감에 걸린 어린이나 가족들을 2~3일 동안 다른 방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방법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방에서 따로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갈 때만 밖으로 나오도록 한다. 이런 식의 격리는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가장 강한 기간(보통 2~3일)이 지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다소 지나치다는 의견에 대해 옥스포드 교수는 “이는 전염성이 높은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의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예방법 가운데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가족 가운데 한 명이 잠자리에서 기침을 하고 재채기를 한다면, 베개와 침구에는 독감 바이러스 입자가 넘쳐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도 충고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한 환자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린 환자들보다 항체 수치가 두 배 높게 나타났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라
충분한 수면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독감과 관련해서 수면은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을 거의 겪지 않고 매일 밤 7~8시간을 자는 사람들이 수면 부족을 겪는 사람들보다 독감 백신에 더 잘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시카고대학의 과학자들은 독감 주사를 맞은 후 10일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환자들이 주사를 맞기 전 수면 부족에 시달린 환자들보다 독감 바이러스 항체 수치가 두 배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만일 적정한 수면을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대한 충분한 항체를 생성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에 오픈쇼 교수는 “수면이 면역체계가 백신에 반응하는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들은 많다”라고 보충 설명했다.
#직장에서는 사무용품을 공유하지 말아라
독감 바이러스는 단단한 표면을 좋아한다. 이렇게 단단한 곳이야말로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 밖으로 나왔을 때 가장 오래 생존하는 곳이다. 따라서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문구류나 컴퓨터 키보드 등 직장에서의 사무용품은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다.
오픈쇼 교수는 “따라서 반드시 직장에서는 자신만의 개인 펜을 사용하라”고 추천했다. 또한 업무 목적으로 통화를 할 때도 공유용 전화기가 아니라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오픈쇼 교수는 “만약 독감이 유행하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직장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전화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알코올 솜으로 수화기를 닦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는 방법이 여러모로 덜 민망할 수 있다”라고 충고했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먹어라
건강한 식습관은 면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독감도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저탄수화물 식단, 가령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는 어떨까. 독감에 걸렸을 경우 이런 식단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육류, 생선류, 가금류, 그리고 채소로 이루어진 ‘저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한 쥐들이 전통적인 식이요법을 한 쥐들보다 독감에 덜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탄수화물 식단이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를 줄지 확신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오픈쇼 교수는 “흥미로운 결과이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해야만 이 방법을 추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