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조국 전 장관)을 향한 사건을 두 개의 검찰청(서울중앙지검·서울동부지검)에서 나눠 수사한다는 점 △부부에 대해 서로 다른 혐의로 각각 영장을 청구한다는 점 등에서 모두 이례적이었다. 최근 검찰 개혁 필요성과 함께 특수부 수사 확대를 비판받자 검찰이 내놓은 ‘분리 수사’라는 새로운 트렌드다. 그리고 법원도 이에 대해 “부부 중 한 명이 이미 구속됐다”는 점을 명분 삼아 영장을 기각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2월 2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사건 분리 수사의 의미…대검 지휘력 강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12월 23일. 이미 한 주 전부터 검찰 내에서는 ‘서울동부지검이 영장을 치고, 서울중앙지검은 구속되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만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대검찰청에 이미 영장 청구 의견이 올라갔고, 시점만 조율 중이라는 부연설명과 함께였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동부지검이 수사 중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민정수석으로 내린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사안들이 더 중하다고 봐서 이미 영장 청구 루트를 서울동부지검으로 단일화했고 시점만 조율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언론에는 ‘검찰’로 단일화돼 표현되지만, 사실 이례적인 수사 방식이다. 현재 조국 전 장관을 수사 중인 곳은 두 곳. 부서로 확대하면 세 곳이다. 일단 피의자 신분인 곳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가 진행 중인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이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이 수사 중인 ‘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에서도 수사 대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는 참고인 신분으로 거론되지만, 수사 진행 과정에서 피의자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통상 한 곳에 몰아 수사하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좋지만 특수수사 축소와 함께 파견 등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분리 운영’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검찰청이 사건 전체의 흐름을 강하게 주도하는 형태로 각 지검에서 진행 중인 사건을 개별적으로 기소하는 안까지 이미 확정짓고 말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조국 전 장관이라는 인물의 화제성에 가려 있긴 하지만, 앞으로 검찰이 대형 특수사건을 진행할 때 필요하면 얼마든지 검찰 고소장 접수지나 거주지 등을 이유로 여러 개의 지청에서 수사를 크게 벌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 곳에서 하는 것보다 효율성은 떨어지겠지만, 그런 문제를 막기 위해 사건 그립(장악·지휘를 표현하는 말)을 대검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잡고 간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서울동부지검이 수사 중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지시 직권남용이 더 중한 혐의라고 봐서 영장 청구 루트를 서울동부지검으로 단일화 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실제 대검은 서울동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하면서도 ‘기각되면 나머지 건은 불구속 기소로 간다’는 방침을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도 별건으로 각각 기소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동부지법에서 재판도 따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조국 전 장관 가족 일가 사건의 경우, 이미 정경심 교수를 주범으로 보고 영장을 발부받은 만큼 공범 성격인 조국 전 장관까지 치기는 무리라는 내부 판단도 반영된 결정이었다.
한 특수통 검사는 “사건을 합쳐서 한 곳에서 영장을 청구하면 조국 전 장관에게 적용될 혐의가 엄청 많겠지만, 그동안의 검찰이 비난받은 부분이 ‘먼지털이식 수사’ 아니냐”며 “결과를 떠나 더 크고 중한 범죄 혐의인 감찰무마 지시 직권남용 혐의로만 서울동부지검에서 영장을 청구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것이 더 나아진 수사 방식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가중처벌이 된다는 점도 장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총장이 조국 전 장관을 향한 처벌 의지가 엄청나다고 들었다”며 “한 재판장이 두 개의 사건을 합쳐 처벌하면 양형이 다소 감형되는 측면이 있지만 두 개의 사건으로 진행되면 처벌이 각각의 양형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어 형도 세진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사건 명분 삼아 영장 기각한 법원
그런가 하면, 법원도 이례적인 영장 기각 사유를 등장시켰다. 통상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의 우려 △범죄의 중대성이 영장 발부 여부를 가늠하는데, 법원은 ‘이미 배우자가 구속됐다’는 점을 근거로 추가했다. 법원 내에서조차 “심정적으로 가늠할 수는 있지만, 이를 법원 영장 기각 사유에 넣은 것은 다소 생소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검찰 반발이 나오는 것 역시 당연한 흐름이다.
12월 26일 조국 전 장관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을 결정하며 “범행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여러 이유를 들어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주거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할 때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피의자(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등 피의자를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서울동부지법 전경.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에 이례적으로 ‘이미 배우자가 구속됐다’는 점을 추가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검찰은 ‘기각 사유’ 대목에서 반발한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부부 중 배우자가 먼저 구속돼 있으면 서로 다른 두 범죄를 저질러도 하나는 구속하지 않고 봐줘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 사건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명백하게 비리가 있는 공직자를 ‘친분’을 이유로 봐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비해 더 중대한 범죄인데도 영장을 기각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선 검찰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배우자 등 가족이 함께 범죄를 저질렀을 때 한 명만 구속하던 관례는 검찰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의혹 수사 때도 가족들이 받은 뇌물 등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특히 김윤옥 여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 루이비통에 담아 받은 2억 원 등을 합치면 액수는 5억 5000만 원 상당의 뇌물 혐의 과정에 공모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지만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다른 대기업들도 가족들의 비리를 총수 한 명에게 몰아서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법원 고위직 관계자는 “사실 기각 사유를 법조계에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직접 명시한 부분은 과하지 않았나 싶었다”면서도 “검찰이 그 부분을 언급해 비난한다면, 검찰이 수사 및 기소 과정에서 가족 중 일부의 범죄는 자체 판단으로 눈감아주는 관례부터 없애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