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슈퍼커브 C125가 국내에 공식으로 출시되었다
커브는 세계 2차 대전 패망 이후 경제 재건 시기에 출시되었고 서민들의 운송수단으로 퍼져나갔다. 커브는 설계 단계부터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운전자가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시트와 핸들바 사이를 깎아낸 스텝스루 디자인이 이때 만들어졌다. 당시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쿠터 섀시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클러치 레버 조작 없이 풋 레버만으로 변속할 수 있도록 만든 원심 클러치를 설계한 것도 한 수다. 손 하나가 자유로우니 물건을 나르기에도 좋았고 이 때문에 일찌감치 배달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58년 오리지널 슈퍼커브 C100. 사진출처=위키피디아
내수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커브는 혼다 모터사이클 최초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등 해외시장을 공략해나갔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해당 시장에 맞춤하여 신모델을 낸 것이 적중했다. 또한 자동차 보다 월등히 값이 싼 데다가 도로 사정이 열악한 동남아시아권 국가에서 모빌리티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는 우리나라 이륜차 역사와도 유사하다. 기아와 혼다가 합작한 기아기연으로부터 이륜차 제작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것이 1982년 자동차공업 합리화조치에 따라 대림자동차공업으로 합병되었고 오늘날의 대림 오토바이까지 이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배달 오토바이 대표 모델 대림 시티100도 거슬러 올라가면 조상은 혼다 커브인 셈이다.
125cc 클래스에서 느낄 수 있는 주행 즐거움이 있다
- 오리지널 디자인
새로운 혼다 C125의 디자인은 커브 원형 모델을 빼닮았다. 갈매기 모양으로 연출한 핸들바 커버와 동그란 원형 헤드라이트 그리고 큼직한 크롬 타이는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승하차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스텝스루 디자인, 각진 카울 디자인, 좁고 날씬한 치마 카울, 리어 캐리어와 듀얼 쇽 등 많은 부분에서 오리지널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고급스럽게 연출된 모델 명과 크롬 액세서리 파츠
메인 디자인이 고전 모델의 요소에서 따왔다면 세부 묘사는 현대적이다. 뒤쪽 깜빡이 디테일이나 스마트 키 조작부, 디지털과 아날로그 혼용 계기반 등 우아하게 뽑은 세부 요소 덕분에 ‘잘 만든 최신 클래식 바이크’라는 느낌이 난다.
스마트 키가 적용된다
C125는 스마트키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혼다 인기 소형 스쿠터 PCX125에서도 쓰이는 것이다. 키를 가지고 있으면 다이얼을 돌려 조작하는 식이다. 시동을 끈 후 라이더가 멀어지면 바이크가 삑삑 비프음을 내며 깜빡이를 점등하는 앤서-백 기능은 바이크와 직접 교감하는 것 같아 좋았다.
버튼을 눌러 정비 공구함을 연다
주행 자세는 간결하다. 의자에 앉아서 양손을 무릎 위로 뻗는 듯한 자세다. 아마 초기 라이딩 포지션을 복각한 듯하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니 바이크가 출발하니 무게 중심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시동을 걸면 125 엔진의 낮고 귀엽게 작고 도톰한 엔진음이 퍼진다. 박력 있으면서도 진지하지 않은 느낌이다. 이번 C125는 신설계 125cc 단기통 엔진을 얹었는데 프리미엄 125cc 클래스에 맞게 세팅을 했다고 한다.
냉각핀을 연출한 엔진 헤드는 디테일이 좋다
속도가 붙어가는 과정이 무척 매끈하고 부드럽다. 기어 조작 감이나 기어비도 마음에 든다. 기어가 들어갈 때 레버가 깊게 밟히고 하나하나 매끈하고 명확하다. 매뉴얼 바이크를 조작할 때의 그런 감각이랄까. 작은 엔진에서 나오는 당돌한 느낌이 꽤 기분이 좋다. 가장 즐거웠던 크루즈 속도는 6~70km/h이다. 도톰한 엔진 필링을 느끼며 빠르지도 조급하지도 않은 속도로 경치 구경을 하며 달릴 때 기분이 좋았다.
커브 시리즈를 관통하는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ABS가 작동하는 지점과 정차할 때의 움직임이 이해하기 쉬었으며 브레이크 레버 조작과 브레이크 작동 감이 클래스 이상의 피드백이다. 서스펜션의 작동 폭이나 과정 역시 125cc 클래스 내에서 이해하기 쉬운 타입으로 적절하게 노면 충격을 적절히 받아 주었다.
고급스러운 리어 램프 디자인
흔히 C125를 슈퍼커브110과 비교하지만 많은 두 모델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우선 설정 자체가 110은 상용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고 C125는 철저하게 승용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외장 부품 사용, 대형 모델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 부품 적용, ABS나 스마트키 등 전장류 적용 등만 보더라도 125cc 내에서 경쟁력이 있다.
다소 진지한 분위기의 사진도 잘 어울린다
혹자는 다소 높게 설정된 가격을 단점으로 꼽기도 한다. 공식 출시 가격 465만 원으로 PCX125가 403만 원인데 비하면 비싼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물론 절대적으로 보면 맞다. 하지만 외장은 물론 엔진과 패키지 설정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가격 설정이 무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오리지널 커브 스페셜 모델쯤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도심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점도 장점이다
그동안 커브에 관심이 있었지만 어쩐지 슈퍼커브110의 상용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C125가 대안이 될 것이다. 철저하게 승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유도 그렇지만 특별하고 멋진 언더본 바이크 하나쯤은 라이더가 부릴 수 있는 큰 사치 아닐까.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