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친구’가 진행한 투표 결과 선호도 1위에 오른 김세연 아나운서. 사진=최준필 기자
김세연 아나운서는 2018년 열린 같은 조사에서도 1위에 올라 2연패를 차지했다. 그는 “올해도 그렇지만 작년엔 정말 쑥스러워서 어디에 말도 못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주변에서 잘 몰라주니까 좀 섭섭하기도 하더라. 그래서 이번엔 소셜미디어에 그 내용을 한 번 올려줄까 한다. 부끄럽지만 자랑스럽기도 하다. 내가 안 알리면 아무도 모른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세연 아나운서는 야구팬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에 대해 “팬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덕분 아닐까 생각한다”며 “다른 선배들과 같이 여신 같은 신비로움보다 동네에 있을 법한 동생 같은 느낌이라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나도 스포츠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터뷰 시점, 며칠 남지 않은 2019년은 그가 스포츠 아나운서 3년차를 보낸 해다. 3시즌의 KBO 리그를 마무리했고 세 번째 V리그 시즌을 지나고 있다. 그는 3년차를 마무리하며 달라진 점으로 “이제는 즐기게 됐다”는 소감을 말했다.
“첫 시즌은 긴장해서 떨기만 했고 두 번째 시즌은 적응하는 단계였다. 올해야말로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된 시즌이다. 처음 야구장에 갈 때는 끝내기 안타나 홈런으로 마무리되는 경기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제발 끝내기 안타가 나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끝내기 경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더 극적인 승부가 나오길 기대하는 나를 발견하면서 ‘이제는 즐기게 됐구나’라고 느꼈다.”
김세연 아나운서는 눈물을 흘리는 선수를 보며 함께 울컥하는 자신에 대해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 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구자욱에 대해서는 “의외의 상황이라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끝내기 홈런을 치고 소감을 묻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을 했다. 개인적으로 그 선수는 눈물을 흘릴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워낙 스타플레이어이기도 하고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지내 걱정이 없어 보였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이 종종 있지만 구자욱 선수는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에 함께 눈물짓는 상황에 대해 “아무래도 선수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많다. 알려진 것과 선수들의 성격이 다른 경우도 많다. 선수들이 경기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알고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서 나도 함께 감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만의 캐릭터가 생긴 것을 2019년의 성과로 꼽기도 했다. 지난 여름, 김세연 아나운서의 리포팅에는 ‘TMI(Too Much Information) 리포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경기 전 선수들의 소소한 대화를 놓치지 않고 기억해 뒀다가 리포팅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연타석 홈런으로 활약한 한화 이성열 선수가 ‘들기름 먹어서 잘했다. 들기름은 좋은 음식’이라고 말했는데 이걸 리포팅에 전했다. 사소한 부분이라고 넘길 수 있는데 팬들이 좋아해 주시더라. 이후로도 ‘과도한 정보’를 취재하면서 즐겁게 시즌을 보냈다”며 웃었다.
여름 내내 전국 야구 현장을 누볐던 그는 현재 V리그가 열리는 체육관을 드나들고 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던 지난 12월 24일과 25일에도 V리그 현장 리포팅에 임했다. ‘야구 아나운서’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배구의 매력에도 흠뻑 빠져 있었다.
“야구와 배구는 정말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는 종목이다. 팬의 입장에서 야구는 생각할 시간을 많이 줘서 재밌고 배구는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재밌는 것 같다. 계절에 따라 팬들이 다양하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인터뷰 당시 그는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 12월 26일 밤 미국 뉴욕으로 출국을 앞둔 상황이었다.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2020년에 딱 서른 살이 된다. 전부터 서른이라는 나이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막연하게 이때가 되면 많은 변화나 대단한 성취가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막상 그렇지 않아 실망감이 컸다. 그래서 특별한 장소에서 그 순간을 맞이하려고 여행을 계획했다.”
2020년 한국 나이로 서른을 맞이한 그는 “전엔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웃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1991년생, 김세연 아나운서는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인기라는 단어와 동떨어질 수 없는 직업 아닌가. 그래서 더 집착을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많아지고 인기가 떨어지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실제 서른 근처에 와보니 아직 나도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고 이미 그걸 경험한 선배들도 오히려 더 잘하고 계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런 선배들을 바라보며 우울감, 두려움 등이 사라졌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전엔 ‘내가 상처받기 전에 이 분야를 먼저 떠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제는 할 수 있는 데까지 이 재미있는 일을 더 오래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면서 “그러려면 역량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 3~4년 전 ‘앞으로 10년 동안 더 현장을 지키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다시 바꿔서(웃음), 앞으로 10년 동안 스포츠 현장을 지키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0년을 맞이하며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김세연 아나운서는 “이제는 4년차가 되니까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고 싶다”면서 “아직 회사에서 막내 아나운서다. 앞으로도 충원 계획이 없어서 당분간은 막내일 것 같은데(웃음), 그동안은 풋풋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면 이제부턴 막내 티를 벗겨내고 싶다. 에이스까지는 욕심이더라도 임팩트 있는 ‘특급 마무리’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