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가능성만 본 영입…부메랑 된다
청년 정치인이 국회의원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자신이 쌓은 경력을 토대로 영입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각 정당의 청년위원회에서 기회를 노리는 길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포장 가능성만 가지고 청년 정치인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31일 한국당은 1차 인재영입을 알렸다. 청년 기업인 장수영 정원에스와이 대표도 그때 소개됐다. 한국당에 따르면 장 대표는 최연소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으로 뷰티 기업인 정원에스와이를 이끌고 있다. 점조직이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배드민턴계와 청년, 기업인의 마음을 얻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장수영 대표의 부모 회사가 소유한 상가 건물. 1층에는 장 대표 회사가 들어서 있다. 사진=최훈민 기자
하지만 이내 장수영 대표의 이력이 부모 도움으로 완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장 대표가 이끄는 정원에스와이가 장 대표의 부모 회사인 ‘호성’ 소유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다고 드러난 까닭이었다. 이 상가 건물 가치는 최소 100억 원을 넘는다고 알려졌다.
기업인이었지만 장수영 대표가 보여준 실적은 기업인으로 내세우기에 어려운 수준이었다. 정원에스와이 최근 운영 실적은 자본잠식에 다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2014년 10월 24일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시작한 정원에스와이의 2015년부터 2017년 3년간 실적은 순손실만 1억 2638만 원이었다.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드러났다. 2017년 9월 13일 정원에스와이의 자본금은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4000만 원 늘었다. 순손실만 1억 원을 넘게 본 업체가 자본금을 올릴 땐 외부 조달이 필수다. 또한 장수영 대표는 정원에스와이가 위치한 상가 건물의 실소유자인 부모의 회사에 7000만 원을 투자한 주요 주주로 나타났다. 장수영 대표는 “증여세를 다 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성공한 청년 기업인의 이미지를 내세우기는 어려워 보인다(관련기사 자유한국당 ‘청년인재’ 장수영 “정치 생각 없다”고 한 까닭).
#철저히 고립되는 청년 정치인
검증을 마친 뒤 국회로 진입하더라도 버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수도 없고 일이 터지면 다들 나 몰라라 하는 특유의 정서 때문이다. 2016년 초선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에서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 손절이 엄청 빠르다. 철저하게 고립된다고 보면 된다. 그 누구도 신경 안 쓴다. 그게 바로 여의도”라며 “회사를 다니면 보통 사수가 있다. 일을 하나씩 가르쳐주면서 성장하도록 돕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여기엔 그런 거 없다. 뭐 조금 알려주긴 하는데 진짜 비기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청년 정치인, 영화를 만나다 ① “금배지는 목표 아닌 도구여야” 김수민 의원).
정은혜 의원실이 공개한 행사. 이 행사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고를 받았다. 사진=정은혜 의원 페이스북
선거구민을 국회에 초청해 관람시키고 식사를 대접하는 건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다. 국회의원이면 알아야 할 기초 상식이다. 아무도 그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은혜 의원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12월 18일 서면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는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중계자는 청년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민주당 총선기획단 황희두 씨였다. 정 의원은 이 외에도 남편이 스타트업 대표로 있다고 알려졌지만 국회 상임위원회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택해 이해충돌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겉보기와 달리 관심 밖 청년 정치
영입 외에 청년 국회의원이 되는 길은 어릴 때부터 당 활동에 참여하며 성장하는 길이다. 하지만 이런 청년 정치인 성장 구조는 답보 상태다. 중앙당은 청년 정치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구멍 메우기에만 급급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청년 정치가 관심 밖 일이다 보니 당 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관리 체계는 청년 대표를 두고 하나만 관리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권력은 특정인에게 독점되고 구태 정치는 계승된다. 민주당의 경우 최근 전국청년위원회에서 끓고 있는 내홍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에서는 최근 장경태 위원장을 향한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장경태 위원장은 2019년 초 민주당 중앙당에 청년 권리당원 명부를 요청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저촉이 우려돼 민주당 조직국 일부에선 명부 공유를 반대했다. 하지만 장 위원장은 “내가 전국청년위원장이다. 왜 청년 권리당원 명부를 주지 않느냐”고 따졌다. 결국 10만 명이 넘은 청년 권리당원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장 위원장의 개인 전자우편으로 넘어갔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은 “권리당원 명부 유출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청년위원회 내부에서는 장경태 위원장의 제 식구 챙기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7월 민주당은 청년위원회 우수활동 사례 공모전을 열었다. 당 대표 표창이 걸린 공모전이었다. 심사단 평가에서 3위였던 경기도당 청년위원회가 1등을 차지했다. 순위 변동에 대한 불만을 가진 당원에게 장 위원장은 당시 “정량평가에서 경기도당은 3등이었다. 경기도당이 3등이 2등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1등은 안 바뀐다.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얼마 되지 않아 결과가 발표됐다. 1등은 경기도당 청년위원회 차지였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은 “애초에 정량평가란 기준은 없었고 종합평가를 하기로 했었다. 등수란 건 사실 없었다. 그냥 설명할 때만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위원회 단위 공모전으로 개인 참가 자격이 제한된 이 행사의 수상자는 위원장 개인이었다. 1등을 차지한 경기도당 청년위원장과 장 위원장은 절친한 관계다. 1등과 2등은 당 대표 표창인데 당 대표 표창은 공천 심사 때 가산점을 받는다.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인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장 위원장은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이에 장경태 위원장은 “심사 대상은 위원회지만 포상 대상은 위원회를 대표하는 위원장이다. 당에 이렇게 포상해 왔다.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장경태 위원장의 제 식구 챙기기는 이뿐만 아니다. 2018년 말 전국청년위원회 소속 여성 당원 일부는 장경태 위원장에게 당내에서 있었던 추행 및 스토킹 피해를 읍소했다. 처음엔 조치가 있는 것 같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최근 상임위원회 때 또 다시 등장했다. 이 인물은 장 위원장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피해자는 현재 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장 위원장은 “가해 의혹자를 당직에 인선하지 않고 1년 동안 기다렸지만 문제 제기가 없어 10월 개편 때 인선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친구인 한 기획사 대표를 주요 보직자로 임명했다.
제 식구 챙기기는 민주당만의 일이 아니다. 이번에 장수영 대표와 함께 한국당 1호로 영입된 청년 인재 백경훈 씨는 전북대를 나와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는 신보라 의원의 족적과 완벽히 일치한다. 게다가 백 씨의 아내가 신보라 의원실 소속 비서로 나타났다. 한국당 대학생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청년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과 대학생위원회와의 소통은 가끔 있는 전화통화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폐쇄적 끼리끼리 정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용만 당하는 존재…당은 청년이 필요 없다
정치권이 청년 정치인을 키우겠다는 말은 한낱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하다. 청년 비례대표 후보자에게도 돈 낼 일은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자에게 받는 특별당비 때문이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소연 시의원은 박범계 의원의 옛 비서관 변재형 씨와 전문학 전 시의원에게 공천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요구 받았고 박 의원에게 이를 네 차례나 보고했지만 묵살 당했다고 폭로했다.
정치자금 관련 사실 여부는 아직 판가름 나지 않았지만 비례대표에게 요구된 특별당비는 사실로 나타났다. 12월 7일 대전지법에서 열린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바른미래당 소속 김소연 대전시의원 의원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 민주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특별당비 납부는 전국 대부분의 민주당 시도당에서 이뤄진 것이 맞느냐”는 김소연 시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김소연 시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은 2018년 4월 2일 전국의 모든 시도당 위원장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회신 내용을 담은 ‘비례대표 후보자 선거비용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질의 회신서 열람의 건’ 공문을 발송했다. 각 지역당은 비례대표 후보자에게 특별당비 납부를 안내하고 후보자에게 돈을 받았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비례대표로 당선된 청년 가운데 대출을 받아 특별당비를 낸 인물도 있었다. 한 지역에선 분납 여부를 질의했지만 민주당은 거절했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청년 정치인을 포함 기초광역의원에게 지역위원회 관리비조로 한 달에 50만 원에서 100만 원씩을 걷어 가기도 한다. 특별당비라는 명목으로 공천권 판매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김소연 시의원에게 돌아온 건 제명이었다. 김 시의원은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 정치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신당 창당에 여념이 없는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청년 비례대표로 뽑힌 사람들 경력을 잘 따져 보면 대체 저 사람들이 뭘 했길래 정치를 한다고 나섰나 싶다. 하는 행동에도 문제가 많다. 지금 청년 비례대표라고 뽑아놓은 사람들은 기성 정치인 하는 짓을 따라 무슨 예쁜 정책 제안 같은 걸 한다. 그런 뒤 청년 여럿이랑 사진 찍고선 ‘난 청년한테 인기가 좋아’하며 자기 위로를 한다”며 “정치권에서 늘 청년, 청년 그러는데 그거 다 거짓말이다. 큰 그림으로 보면 구조적인 문제에 있어서 청년 문제만 떼어놓고 해결하려는 건 정상적인 접근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관련기사 청년 정치인, 영화를 만나다 ② 이준석·이기인 “차라리 청년 배려 하지 마라”).
그는 또 “정치권으로 청년이 오려면 뭐든 많이 줘야 한다. 연봉이 높은 곳으로 인재가 모이듯 어떤 큰 포상이 있어야 자연스레 인재가 모이는 것 아니겠나. 진짜 최고급 인재가 받는 수준을 세비로 줄 수 있어야 자연스레 최고 인재가 온다”며 “또한 선거에서 떨어지고 실패했을 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기존 정치권에서는 이런 청년의 고민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기에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