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CEO 후보로 확정된 구현모 사장. 사진=연합뉴스
KT 이사회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회장후보자 결정안을 보고 받은 후 차기 회장 후보로 구현모 부문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KT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전날 9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 관련회의를 진행했다.
KT 차기회장에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이상 KT 내부후보)와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 김태호 전 KT IT기획실장(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최두환 전 KT종합기술원장(포스코ICT 사내이사),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 부문 사장, 윤종록 전 KT R&D 부문장(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이상 KT 출신),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정치인 출신) 등 9명이 최종후보로 올라 경쟁했다.
이에 따라 KT 현직 임원과 전직 임원, 정치인 출신의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KT 이사회는 마지막 순간 현직 임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KT 이사회의 김종구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다”며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 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구현모 부문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석·박사를 지냈다. KT에서 경영전략담당(상무), T&C운영총괄(전무) 등을 거쳤다. 특히 구 부문장은 황창규 회장의 첫 번째 비서실장을 지낸 뒤 3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해 눈길을 끌었다.
구 부문장은 ‘황창규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다보니 황 회장과 관련한 비리 의혹에 함께 연루돼있기도 하다. 황창규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있는 것.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KT 대관부서인 CR부문을 통해 제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 3790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인자금으로 상품권 등을 구입한 후 업자에게 바로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도 쓰였다.
이를 고려한 듯 KT 이사회는 구 부문장에게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일 것’을 제안했다. 구 부문장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T 이사회는 현행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고, 급여 등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고, 구 부문장이 이를 수용했다. ‘회장’이라는 직급이 국민기업인 KT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KT 이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정관개정 등의 후속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구현모 부문장은 오는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 차기 CEO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KT CEO는 연간 23조 4000억 원의 매출과 1조 2000억 원의 이익을 내는 국내 2위 통신사를 이끄는 자리다. KT 계열사는 42개에 달하며, 본사 직원 2만 3000여 명에 계열사까지 합하면 직원이 6만여 명에 달한다.
구 부문장은 신임 CEO로서 통신업의 경쟁력 확보, 신사업 확장과 성과, 조직 안정화 및 혁신 등의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기본인 통신업에서 KT는 업계 3위 LG유플러스에 추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에너지, 보안, 미디어 등 비통신 분야 신사업에도 실적을 보여야 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