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특별사면을 두고 야권에서는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사면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별사면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은 두 명이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공성진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다. 둘은 2011년 나란히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10년간 피선거권을 상실했다.
‘원조 친문’ 이광재 전 지사는 2011년 1월 27일 대법원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 1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동시에 도지사직도 상실했다. 2021년까지 피선거권을 상실한 이 전 지사는 2015년 광복절, 2019년 삼일절 두 차례에 걸쳐 특사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 명단엔 포함되지 않았다.
친이계로 분류되던 공성진 전 의원도 2011년 6월 9일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 5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그는 2012년 1월 27일 또 다른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 7019만 원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5대 중대 범죄’와 관련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대 중대 범죄는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이다. 이 전 지사와 공 전 의원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와대는 이들을 ‘부패 범죄가 아닌 정치자금법위반 사범 중 장기간 공무담임권 등 권리가 제한됐던 소수 정치인’으로 규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원칙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선 이 전 지사를 사면하기 위해 공 전 의원을 끼워 넣었다는 지적도 들린다. 형평성을 맞춰 부정적인 여론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얘기다. 12월 30일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총선을 앞둔 자기 식구 챙기기”라면서 “일반 형사 사범, 야당 인사가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사면권이 정치인이나 지도층 인사 면죄부로 작용할 경우 사회 통합을 해치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긴다는 점에서 폐해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사면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2017년 5월 31일 한 전 위원장은 불법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은 뒤 2018년 5월 21일 가석방됐다. 한 전 위원장은 가석방 이후 1년 6개월 만에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서 세 번의 특별사면이 있었는데, 경제인들은 배제됐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형 집행까지 마친 한 전 위원장을 굳이 사면한 건 노동계 표를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정치권 입장은 엇갈린다. 김익환 새로운보수당 대변인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특별 사면과 관련해 “민주노총 눈치보기”라고 논평했다. 자유한국당 한 중진 의원도 “정권 초부터 민주노총은 대표적인 친여 지지 단체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부와 민주노총 사이가 벌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다급해진 여권이 민주노총을 달래려 한 전 위원장 사면을 밀어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진영은 한 전 위원장 특별사면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정권 잘못된 노동정책으로 실형 선고를 받고 형 집행을 이미 종료한 한 전 위원장이 늦었지만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별사면에 포함된 선거사범은 총 267명이다. 법무부는 “선거사범 특별사면은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사범을 대상으로 했다”면서 “2012년 총선, 2014년 지방선거 선거사범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거사범으론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 박형상 전 서울중구청장(민주당), 전완준 전 화순군수(무소속), 하성식 전 함안군수(무소속), 이철우 전 함양군수(한나라당), 최완식 전 함양군수(한나라당) 등이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범을 사면한 것에 대해 정치적 노림수가 담겨 있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라는 입장이다. 친여 성향 정치인들에게 족쇄를 풀어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얘기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선거를 앞둔 ‘내 편 챙기기’, ‘촛불 청구서 결재’가 이번 특별사면의 본질이다. 머리에 온통 선거만 있는 대통령의 코드사면-선거사면”이라고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사범 1879명에 대한 특별사면도 이뤄졌다. 이번 사면으로 가석방 중인 양심적병역거부사범 한 명의 형 집행은 면제됐다. 동시에 형기를 마친 1878명에 대해선 임원 결격, 공무원 임용 제한 등 각종 자격 제한이 해제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사범 특별사면은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대체복무를 병역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 관련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한 안보단체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청와대가 사면권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사범들을 복권한 것은 청와대가 강조하는 국민 통합과 거리가 멀다고 본다”며 “이들의 병역거부 사유가 국민 전반에 걸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특별사면이 진행되면, 군 복무를 정상적으로 마친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우려가 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지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이광재 강원지역 공천? 친문계는 “글쎄…” 노무현 전 대통령 복심콤비 ‘좌희정-우광재’. 왼쪽부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월 30일 청와대가 발표한 특별사면 명단에서 가장 크게 화제를 모은 인물은 단연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다. 이 전 지사는 노무현 정부 당시 ‘좌희정-우광재’라 불리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복심으로 통했다. 2011년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된 뒤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상실했던 이 전 지사는 예정보다 1년 빨리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이광재 전 지사가 이번 21대 총선 강원 지역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전 지사의 정치적 입지를 감안하면 여권이 조직적으로 그의 재기를 도울 것이란 말도 뒤를 잇는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 이 전 지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모습이다. 한 친문 의원은 “이 전 지사 사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이 전 지사 본인이 출마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지만 공천이 쉽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원 지역 정치권 관계자도 “현재로선 말 그대로 출마 가능성만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 전 지사의 총선 출마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친노와 친문 진영에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때 보였던 이 전 지사 행보에 반감을 가진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전 지사가 한때 친노인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친문)와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 (검찰 수사 때) 이 전 지사와의 관계가 끝난 것 아니냐. 굳이 이 시점에 이 전 지사를 사면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이 전 지사가 향후 강원도에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 원장직을 맡고 있는 이 전 지사는 특별사면 발표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동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