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카페에서 결혼미래당 창당준비위원장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를 만났다. 사진=최준필 기자
―결혼정보회사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흔히 말하는 흙수저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사를 다섯 번 다녔다. 어머니는 계란 행상을 했다. 집안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기 어려워 검정고시를 통해 성균관대학교를 나왔다. 리어카 행상을 해서 모은 돈으로 책을 빌려주는 우리나라 최초의 독서회를 창업해 회원을 1만 명가량 모았다. 독서회가 망하면서 원래 하려던 결혼정보회사를 1991년 창업했다. 지금까지 외길을 걸어왔고 약 20년 만에 다른 길인 정당 활동을 하는 셈이다.”
―정당을 창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부터 정치권에서 권유는 있었지만 정말 싫었다. 항상 ‘안 하겠다’고 했다. 선거 방법 등 정치권 문화가 나와 너무 안 맞았다. 정치권에서 사회적 재앙으로 다가온 저출산 문제 하나만큼은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비례정당이 출현할 수 있게 됐고 그렇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은 없고 인생에서 딱 한 번 이번 선거에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정치권 인사들이 그다지 잘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부담을 덜어줬다.”
―언제 결심했나.
“선거법이 통과되는 그 시간, 생맥주 한잔하고 있었다. 선거법이 개정되는 뉴스 보면서 결심했다. 결심까지는 했는데 이게 뉴스가 됐다. 책임이 따르게 됐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과 책임감에 이틀 동안 정말 힘들었다. 이제는 한 발짝씩 나가기로 했다. 정당을 창당하는 과정을 SNS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저출산 대책은 30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라며 “한 세대에 걸쳐 만들 정책의 초석을 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최준필 기자
“바로 무엇을 바꾸기보다는 일단 초석부터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30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0년이 걸리는 셈이다. 당장 어떻게 바꿀 수는 없다. 다음 세대를 향해 준비해야 할 국가적인 정책이 단기처방에 집중된 것 같다. 사업도 기승전결이 있듯 한 세대에 걸쳐 만들 정책 변화의 시작점을 만들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저출산 정책은 당리당략이 돼서는 안 되고 바로 앞이 아닌 멀리 보고 천천히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 출발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미래 세대가 결혼해야 할 이유, 출산해야 할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 사람은 동기부여가 돼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다들 ‘왜 결혼을 해야 하냐’며 독신이 좋다고 한다. 독신이 좋을 수도 있지만 결혼과 출산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화, 홍보 사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더 나아가 신혼부부를 지원하는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혼부부 3000만 원 지원 공약이 화제다.
“현실적으로는 금액이 낮아질 수 있지만 상징적인 정책으로 일단 내세웠다. 애를 키우기 힘든 맞벌이 부부를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원을 1000개든 1만 개든 만들어야 한다.”
―지원금을 주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게 이 시대 젊은이들 생각 아닌가.
“결혼하지 않은 세대가 늙어 20년, 30년이 지나면 독거노인이 되는 시대가 온다. 인생 총량의 법칙이라고 하지 않나. 결혼 생활에도 불행이 있고 책임감이 따르지만 반면 독신으로 늙은 이후 외로움, 어려움과 고통을 안 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60세 넘은 사람에게 혼자 사는 게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독신의 즐거움만 알려지는 게 아니라 고통과 어려움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출산 대책에 100조 원을 썼다고 하는데 그 돈 일부를 이런 어려움을 알리는 데 썼다면 지금과는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된 것 같다.
“지금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나처럼 살지 말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자유를 찾아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다. 그렇게 독신이 된 딸을 보며 어머니들은 ‘그래도 결혼은 해야 하는데’라며 뒤늦은 후회를 하는 분들도 있다. 결혼이 나쁘지만 않다는 것, 출산이 지옥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는 알려야 사회적 대재앙인 저출산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정당과 차별점이 있나.
“클라우드 정당으로 정당 사무실이 없다. 의사결정 과정도 고리타분하지 않다. 기존 정당에 염증 내는 사람이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정당이 결혼미래당이 될 수도 있다. 이념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저출산 문제 하나만 집중하겠다는 게 특징이다. 미혼 및 결혼 세대 유권자를 비롯해 여성과 청소년 가정 문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현실 맞춤형 정당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