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을 노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절실한 김학범 감독의 두 번째 도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한민국에 ‘축구의 봄’을 이끌었던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 두 번째 도전에 나선다. 김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1월 8일 태국에서 개막하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이 대회는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겸한다. 16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개최국 일본을 제외한 상위 3팀이 올림픽 본선에 나선다. 일본이 3위 이내에 든다면 4위까지 올림픽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김 감독은 지난 1년간 조심스럽게 팀을 다듬어왔다. 2018년 3월 열린 대회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선수단 소집과 평가전을 병행했다. 지난 12월부터는 국내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한 조에 편성됐다. 아시아 강호 이란, 연령별 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우즈벡 등 쉽지 않은 상대를 조별리그부터 만났다. 8강 이후로도 호주, 카타르 등 까다로운 상대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정우영(맨 왼쪽)도 국내 훈련 단계부터 팀과 함께하며 올림픽 진출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학범호가 이번 최종예선을 통과하며 올림픽 본선행을 이룬다면 9회 연속 본선 진출 기록을 세운다. 1988 서울올림픽부터 시작돼 30여 년이 넘도록 지속된 기록이다. 8회만으로도 세계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난 30여 년간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아왔지만 여전히 어려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2014년 신설돼 2년 주기로 열리는 AFC U-23 대회에서 한국은 쉽지 않은 여정을 걸어왔다. 2014년과 2018년에는 우즈벡, 카타르, 이라크, 요르단 등에 패하며 두 대회 모두 4위에 머물렀다. 올림픽 티켓이 걸렸던 2016년에는 결승에 오르며 목표를 달성했지만 결승서 일본에 패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 같은 전력은 김학범 감독이 본선 못지않게 공을 들이는 이유기도 하다. 김 감독은 오랜 기간 유럽에서 활약 중인 자원들을 이번 대회에 활용하기 노력해 왔다. 이례적으로 선수 차출 협의를 위해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와 함께 지난 11월 유럽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비록 백승호(다름슈타트), 이강인(발렌시아)의 합류는 불발로 끝났지만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은 국내 전지훈련 단계부터 팀원들과 손발을 맞췄다.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김 감독이 올림픽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쏠린다.
여자 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올림픽 메달의 꿈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슈퍼스타’ 김연경의 등장 이후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배구 강호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최근 3개 대회에서 금, 은, 동메달을 1개씩 각각 획득했다. 이는 V리그 흥행 몰이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배구 전성시대를 이끈 김연경을 비롯한 황금세대 선수들은 ‘올림픽 메달’을 입버릇처럼 외친다. 김연경의 첫 기회였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가장 메달 획득에 가까웠던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3, 4위전에서 분패로 4위에 그쳤다. 4년 뒤 리우에서도 선전했지만 5위에 만족해야 했다. 김연경으로선 올림픽 메달이 눈에 아른거릴 수밖에 없다.
그런 그는 리우 올림픽을 마무리 지은 직후부터 ‘4년 뒤’를 기약했다. 이와 동시에 “2020년은 개인 커리어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것”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올림픽 개막을 약 7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 본선 진출권이 걸려 있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아시아대륙예선이 오는 7일 태국에서 열린다.
앞서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행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19년 8월 열린 대륙간 예선이다. 당시 캐나다, 멕시코를 연파한 이후 사실상 ‘1위 결정전’에서 2-3으로 분패하며 올림픽 티켓을 러시아에 내줬다.
아시아 최강으로 평가받는 대표팀에 이번 아시아예선의 최대 대항마는 태국이다. 태국은 세계랭킹에서 공동8위 대한민국에 뒤처진 14위지만 국제대회 주요 길목마다 만나 명승부를 펼쳐왔다. 이들 또한 이번 예선에 사활을 걸고 자국 리그 개막까지 연기하며 훈련에 몰두해왔다.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2018년 부진을 겪은 대표팀은 사상 최초 외국인 지도자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체제에서 희망을 봤다. 일부 주축선수 부상이 발생했던 지난 대륙간 예선에 비해 전력도 갖춰진 상황이다.
#남자배구, 여자축구·농구도 출격
여자배구가 태국에서 티켓 전쟁을 벌이는 사이 중국 장먼에서는 남자배구 대표팀이 아시아대륙 예선을 치른다. 세계의 벽이 높은 남자배구는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대회 본선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밝은 전망만 내놓기 힘들다. 호주, 인도, 카타르와 한 조에 편성됐다. 이를 넘어선다 하더라도 벅찬 상대인 세계랭킹 8위 이란이 버티고 있을 확률이 높다. 대한민국은 24위에 랭크돼 있다.
여자축구와 여자농구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2월 3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3라운드에 나선다. 당초 한 조에 편성된 북한이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지만 대회 불참을 통보했다. 미얀마, 베트남을 상대하는 3라운드를 통과하면 이어지는 3월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나서야 올림픽 본선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그간 올림픽 본선 출전 경력이 없다. 올림픽 여자축구 본선 진출국은 12개국으로 문이 좁다.
여자농구는 오는 2월 6일부터 중국 포산에서 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한다. 대표팀은 지역예선에서 중국을 격파하며 최종예선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최종예선에서 A조에 편성돼 스페인, 영국, 중국을 차례로 상대한다. 조 3위에만 들어도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기에 1승만으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오는 6월 최종예선을 치른다. 베네수엘라와 리투아니아를 상대로 1996년 이후 24년 만의 올림픽 진출 도전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