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 자회사 웅진씽크빅이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서 대규모 차입금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내려놨지만 여전히 자금난은 해결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웅진씽크빅 본사. 사진=연합뉴스
웅진씽크빅과 넷마블은 2019년 12월 30일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 7400억 원에 넷마블이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웅진그룹은 2019년 3월 웅진씽크빅을 통해 과거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팔았던 코웨이 지분 22.17%를 되사오면서 약 1조 6849억 원을 지불했다. 또 추가 자본 투입으로 지분을 25.08%까지 늘리면서 인수에 총 1조 9000억 원가량 썼다. 재무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다 보니 인수대금 대부분 차입금이었고, 그룹 차원의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인수 3개월 만에 매물로 내놨다.
이번 매각으로 웅진씽크빅은 재무 부담을 덜게 됐다. 웅진코웨이 인수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에서 조달한 1조 1000억 원과 전환사채(CB)로 발행한 5000억 원 가운데 이미 상환한 1000억 원을 제외한 1조 5000억 원을 모두 갚을 예정이다. 또 단기 차입금 730억 원을 상환하고 나면 1600억 원 수준의 잔여 현금이 발생한다. 웅진그룹은 남은 돈으로 웅진씽크빅의 AI(인공지능) 기반 교육 신산업, 웅진IT의 클라우드·스마트팩토리·렌털시스템 인프라 구축 등 IT 사업에 적극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문제는 급하게 매각하다 보니 큰 손실을 봤다는 점이다. 코웨이 인수에 투입한 자금보다 1600억 원 이상 밑진 데다 재매각 과정에서 법률·회계 자문 등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손실분은 더 커진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 소식 직후 오르던 주가는 다시 하향세다. 인수 이전인 2018년 평균 5000~6000원 선에서 움직이던 것에 비교하면 지난 2일 기준 종가 285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신산업에 투자하더라도 수익성을 일부 높일 순 있겠으나 손실분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이다. 씽크빅의 주 타깃 층인 초등·중학생 인구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줄어드는 등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 인수 과정에서 유상증자로 전체 자본 비율이 높아졌고, 차입금 상환으로 부채도 줄어들 예정”이라며 “코웨이 인수 직전인 2018년 부채비율은 105%였고, 지난해 상반기엔 280%로 치솟았는데 올해 빚을 다 갚고 나면 50~60%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인수금액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면서 회사 규모와 처한 상황에 비해 큰 손실을 봤다. 주주 입장에선 경영진의 오판으로 큰 손해를 입은 것”이라며 “코웨이 매각을 끝으로 새로 시작하는 만큼 향후 전망은 어떻게 꾸준히 수익성을 유지·개선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큰 손실 탓에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주)웅진은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단기차입금은 제2금융권인 OK캐피탈로부터 지난 8월 대출한 1050억 원 등을 비롯해 총 2292억 원이다. 웅진씽크빅의 단기차입금 730억 원을 빼도 1000억 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누적 순손실은 685억 원으로 실적도 좋지 않다. 웅진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 등 기존 매각을 추진했다가 중단한 계열사에 대해 추가 매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앞의 관계자는 “웅진씽크빅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이 돈을 많이 버는 회사는 아니다”라며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매각하려던 계열사는 매각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봤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