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게임사업과 렌탈사업의 시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소문로 코웨이 본사.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의 렌털 사업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시너지를 어떻게 낼 것인지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넷마블은 이번 인수 배경과 관련해 그간 게임 사업을 운영하며 확보한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IT 기술을 웅진코웨이가 보유한 디바이스에 접목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게임업계가 보유한 IT 기술은 스마트홈 서비스에 최적화됐다기보다 유저들을 관리·분석하고 자동 전투가 이뤄지도록 하는 등 게임과 결부된 기능이라는 점에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서비스 차원의 AI 기술을 얼마나 연구해왔는지 언급한 적이 없다”며 “통신사들이 미디어·IT 쪽으로 진출하는 것처럼 넷마블도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가진 코웨이를 인수해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려는 것 같은데, 단기간에 성과를 내긴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본업인 게임 산업 전망도 흐리다. 앞의 관계자는 “유망한 게임들은 거의 출시됐고 ‘제2의 나라’ 등 넷마블이 출시를 앞둔 게임들은 돈을 빨아들이는 장르가 아니다”라며 “당장 신작 라인업이 약하고 국내 게임시장도 성장성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 판호 규제도 여전한 만큼 본업도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수익성을 끌어올릴 게임 회사를 인수하지 않고 본업과 전혀 다른 회사를 사버리니 게임을 버리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웅진코웨이를 통해 안정적 현금흐름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코웨이는 국내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렌털 시장에서 점유율 3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미국 등 활발한 해외 진출로 전망이 밝다는 것이 증권업계 중론이다. 앞의 관계자는 “게임산업 성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코웨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다양한 영역 간 융·복합이 핵심인 4차산업 시대에서 플랫폼 사업은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니만큼 국내 최대 렌털 인프라를 갖춘 코웨이의 탄탄한 체계와 고객 기반을 활용해 정수기 렌털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하면 승산이 있다는 긍정론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배당주인 웅진코웨이가 배당금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간 주인이었던 MBK파트너스와 웅진그룹 등은 최대한 자금을 뽑아내야 했던 성격상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다. 그러나 넷마블은 재무 여력이 넉넉한 만큼 배당금을 줄이는 대신 그 재원으로 렌털 사업 투자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IB 업계 다른 관계자는 “숏리스트 후보에도 없던 넷마블이 갑자기 등장해 인수한 만큼 시장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잠깐 맡아놨다가 웅진한테 되파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온다”며 “대주주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배당금이 줄어들 우려가 있어 코웨이 투자자들 입장에선 안심하기 이르다”고 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