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올 시즌부터 두 사람의 스프링캠프 만남은 불가능해졌다. 류현진이 입단한 토론토는 플로리다에 훈련장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도 플로리다 주피터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최지만이 뛰고 있는 탬파베이 레이스도 플로리다에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소화하는 이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그렇다면 올 시즌 한국인 선수들의 맞대결은 어떻게 펼쳐질까.
올 시즌 류현진은 같은 지구의 최지만과 경기에서 자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27일 류현진의 토론토 입단 기자회견. 사진=AP/연합뉴스
가장 자주 만나는 선수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해 있는 류현진과 최지만이다. 동산고 선후배 사이인 두 선수는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맞붙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4월 17~19일(한국시간) 토론토의 탬파베이 첫 원정 3연전이 펼쳐지는 등 총 19경기가 예정돼 있다. 7월을 제외하면 매월 만나는 셈.
류현진은 토론토 입단식을 마치고 귀국한 공항 인터뷰에서 최지만과의 맞대결을 앞둔 소감을 묻자 “최지만이 2018년 자리를 잘 잡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2020년부터 많은 경기를 해야 할 텐데 후배라고 봐주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대결은 정정당당하게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변수도 존재한다. 그동안 좌타자 최지만은 주로 우투수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섰다. 올 시즌에도 탬파베이가 플래툰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최지만이 좌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나설 기회는 많지 않을 수도 있다. 2019시즌 최지만이 좌투수를 상대로 올린 타율은 0.210(81타수 17안타)에 그쳤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추신수와 류현진의 맞대결도 예정돼 있다. 두 팀은 오는 5월 12~14일 텍사스에서, 6월 5~8일 토론토에서의 4연전 등 총 7번 만난다. 추신수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투타로 만났던 건 2013년 7월 28일 당시 신시내티 레즈 소속의 추신수가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하면서 성사됐다. 당시 추신수는 류현진을 상대로 2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탬파베이 레이스가 모두 아메리칸리그에 속한 탓에 ‘코리안 매치’가 다양한 형태로 펼쳐질 전망이다.
김광현과 류현진의 사상 첫 맞대결이 메이저리그에서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2월 17일 김광현의 세인트루이스 입단 기자회견. 사진=AP/연합뉴스
류현진과 김광현의 만남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토론토와 세인트루이스는 6월 2~3일 세인트루이스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8월 19~20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4차례 맞붙는다. 아직까지는 류현진이 팀의 1선발로, 김광현은 5선발 자리에서 뛸 예정이라 양 팀의 선발투수로 만날 확률이 높지 않지만 KBO 리그를 제패한 좌완 투수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KBO 리그에서 두 사람의 맞대결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즌 한 차례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가 우천으로 취소된 적이 있을 뿐이다. 1980년대 최동원과 선동열이 세 차례 맞붙어 1승 1패 1무의 팽팽한 대결을 기억하는 야구팬들은 류현진, 김광현의 맞대결이 이뤄지지 않았던 사실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 아쉬움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해소될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
김광현과 최지만의 맞대결도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세인트루이스와 탬파베이는 오는 7월 11~13일 인터리그 3연전 맞대결이 예정돼 있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최지만이 플래툰 시스템에 갇혀 있다면 좌투수인 김광현과 투타에서 맞대결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최지만은 지난해 미국 진출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8월 18일 끝내기 안타를 치고 환호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최지만은 미국 진출 이래 2019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27경기 출전해 타율 0.261, 19홈런 107안타와 OPS(출루율+장타율) 0.822를 기록했다.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는 게 시급한 최지만에게 탬파베이가 올겨울 일본인 쓰쓰고 요시토모를 2년 1200만 달러(약 138억 원)에 영입한 부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요시토모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29홈런을 기록한 강타자로 포지션도 최지만과 겹치는 1루수다. 최지만은 요시토모와의 경쟁에서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좌투수를 상대로 조금 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만 한다.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요시토모와의 경쟁 구도가 흥미롭게 펼쳐질 전망이다.
해마다 단골 트레이드 후보로 꼽히는 추신수는 올 시즌이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지난해 팀내 최고령 선수임에도 151경기에 출전하면서 팀내 최다 경기를 소화했고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홈런 24개를 터트렸다. 외야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다가 시즌 중반 외야수들의 줄부상으로 경기 출전을 이어나간 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따름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추신수의 2020시즌 이후의 거취를 예상하는데 추신수는 일단 올 시즌 준비에 집중하면서 시즌 동안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추신수는 팀내 최고령임에도 2019시즌 2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5월 30일 홈런을 치고 축하를 받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한편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비시즌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추신수는 최근 가족들과 조용히 귀국했다가 1월 초 다시 텍사스로 돌아갔다. 12월까지 개인 훈련과 휴식에 중점을 뒀다면 1월부터는 휴식보다 개인 훈련의 비중을 늘리면서 훈련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광현은 개인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만나는 류현진과의 경기에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 KBO 리그 최고 좌완 투수로 소속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두 선수는 각각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다. 이후 류현진은 부단한 노력 끝에 2019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2.32)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고, 김광현은 2018년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것은 물론 2019시즌 17승 6패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되찾았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류현진 선배를 보며 메이저리그 꿈을 키웠고 그와 같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설 수 있어 영광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은 “광현이와 만나면 서로 이기려고 더 열심히 할 것 같다. 맞대결만으로도 팬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 오키나와에서 2주가량 개인 훈련을 가진 뒤 귀국했다가 1월 말경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5세 연하의 재미교포와 결혼식을 올리고 미국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것으로 알려진 강정호의 2020시즌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 8월 미국의 NBC 스포츠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된 강정호가 밀워키 브루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후 그의 마이너리그 활약상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강정호의 결혼 소식만 공개됐을 뿐이다.
일요신문이 취재한 바에 의하면 강정호는 현재 댈러스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호가 왜 댈러스에 머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올 시즌 새로운 팀과의 계약을 위해 열심히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강정호가 새로운 팀과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기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로라도 계약을 맺는다면 강정호의 활약에 따라 새로운 반전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2020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상 중 강정호의 존재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추신수 선배가 롤모델” 마이너 절치부심 배지환·박효준의 새해 2020시즌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게 될 한국인 선수들이 눈에 띈다. 2019시즌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타격왕을 차지한 배지환(21·피츠버그 파이어리츠)과 어느새 마이너리그에서 5시즌을 보낸 박효준(24·뉴욕 양키스 산하 더블A)으로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생존을 위해 절치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배지환은 최근 호주프로야구 2019-2020시즌 질롱 코리아에서 실속 있는 오프시즌을 보냈다. 호주리그에서 19경기에 나서 타율 0.297 2홈런 출루율 0.416을 기록하며 실전 감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뛰는 박효준이 메이저리그 입성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2014년 7월 5일 뉴욕 양키스 입단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2015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와 계약금 116만 달러에 미국으로 건너간 박효준은 해마다 한 단계씩 승격을 이뤘고, 2루수, 유격수를 맡아 유망주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2019년 4월 10일 더블A 트렌튼 썬더에 합류한 후 113경기에 출전 타율 0.272 출루율 0.363 장타율 0.370 3홈런 41타점 20도루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남은 관문은 트리플A와 빅리그. 트리플A에만 올라선다면 박효준의 메이저리그 입성이 꿈속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박효준은 마이너리그 시즌을 마치고 귀국 후 하루도 개인 운동을 빠트리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들이 떠올리는 선수가 한 명 있다. 추신수다. 배지환은 오래 전부터 자신의 롤모델로 추신수를 꼽았다. 직접 마이너리그 생활을 경험해 보니 추신수가 루키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올라선 것은 물론 여전히 베테랑 선수로 인정받고 활약하고 있는 부분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박효준도 마찬가지였다. 박효준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마이너리그 캠프가 시작되면 추신수 선배가 하는 대로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한다. 새벽 5시 30분이나 6시에 훈련장에 들어서면 나 혼자밖에 없다. 외롭고 고단하지만 그래야 살아남을 것 같아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면 할수록 추신수 선배가 얼마나 대단한 길을 걸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는 그냥 버티는 정도가 아니라 살아남았고, 성공을 이뤘다. 그 롤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었다. 추신수 선배를 닮고 싶어서 말이다.” 박효준은 추신수가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 후 빅리그 데뷔하기 전까지 걸었던 길을 자신도 그대로 밟고 있다고 생각하면 전율이 일 정도라는 말도 덧붙였다. 과연 박효준과 배지환은 그들의 바람대로 추신수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그 과정을 만들기 위해 두 선수들은 오는 2월부터 열리는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