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월 2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새해 국민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당초 황 대표는 지역구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난해 12월 초 황 대표계로 통하는 한 의원은 사석에서 “그래도 지금 한국당에서 간판으로 나설 사람은 황 대표밖에 없지 않느냐. 황 대표는 지역구보다 전국 유세를 다니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총선 출마 시 패배할 경우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황 대표가 출마라는 ‘결단’을 내린 것은 당 내부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패스트트랙 정국 패배와 지지부진한 인재영입 등으로 인해 황 대표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황 대표가 주도한 장외투쟁에 대한 피로감도 팽배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이 잇달아 황 대표를 정조준하고 나선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1월 2일 불출마를 선언한 여상규 의원은 황 대표를 겨냥해 “가장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할 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제 정가의 시선은 황 대표가 과연 어느 지역에 출마할 것이냐로 모아진다. 특히 이낙연 총리와의 맞대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총리는 종로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다. 황 대표가 종로에 나올 경우 전현 총리 간, 차기주자 지지율 1‧2위 간의 ‘빅매치’가 성사되는 셈이다. 황 대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구에 나올지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황 대표 종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 측근들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앞서의 황 대표계 의원은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택지에 아직까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낙연 총리와의 대결을 바라는 쪽에서 지어낸 이야기일 뿐”라고 했다. 그는 “황 대표가 서울 중구 쪽 상황을 여러 번 물어본 적이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황 대표 측근의 말이다.
“정치 일번지 종로에 출마하는 것은 나름 상징성이 있긴 하다. 지더라도 명분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몇몇 의원들도 황 대표 종로 출마를 주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상대가 이낙연이다. 대선에서도 또 붙을 수 있다. 전초전 양상으로 흐르면 패배할 경우 내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종로보단 더 의미 있는 지역구를 찾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출마를 결단했듯 지역구 역시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당 의원들 중에선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수도권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황교안 대표가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검찰은 1월 2일 황 대표를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국회 회의장 소동 3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충돌 수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 회의 방해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황 대표가 벌금 5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올해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뿐 아니라 2022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황 대표는 “불법에 대한 저항은 무죄”라며 “기소된 정보에 대해 무죄 주장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원외인 황 대표가 직접 충돌 등에 가담하진 않았지만 당 대표로서 당시 상황을 주도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