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진행한 군복 입찰에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병무청 주최로 열린 ‘찾아가는 입대 전 병역진로 설계 설명회’에서 학생들이 군복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논란은 방위사업청이 2019년 7월 발주한 육군의 춘추운동복 입찰이다. 22만 5900벌의 육군 춘추운동복을 사들이는 입찰은 방사청 군복 발주 중에서도 제법 규모가 큰 건이다. 춘추운동복 건은 89억 원을 써낸 유명 군납업체 A 사에게로 돌아갔다. 입찰 공고에 따르면 방사청은 7월 30일 입찰을 마감하고, 낙찰을 따낸 업체는 11월 29일에 1차 납품을 해야 한다. 하지만 A 사의 납품기한은 돌연 12월 24일로 한 달가량 미뤄졌다.
이처럼 A 사의 납품일정이 지연되자 논란이 일었다. 방사청의 사정으로 계약이 지연됐다면 1차 납품기한 변경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지만, 계약업체의 귀책사유로 지연됐다면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이미 방사청 안팎에서 A 사의 납기 연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방사청과 A 사의 춘추운동복 계약체결이 지연된 이유가 생산시설 문제 때문이라는 루머가 떠돌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업계에서 의심을 하는 데는 A 사가 급성장한 것에 비해 생산 공장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2014년 88억 원이던 A 사의 매출은 2017년 291억 원으로 급증했지만 매출 규모만큼 공장 수가 늘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청은 “납품 연기가 이례적인 일이기는 하다”며 “당시에 조직개편이 크게 있어서 행정적으로 바빠 계약이 미뤄졌고, 입찰업체가 많을 경우 심사가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방사청 내부 사정과 응찰자수가 많아 심사가 오래 걸려 A 사에 납기를 미뤄줬다는 것. 방사청 조직개편으로 당시 진행된 입찰에 대해 계약이 미뤄졌다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다른 입찰도 비슷한 영향을 받았어야 한다. 하지만 납기 연장은 유독 A 사에게만 해당됐다.
일요신문은 춘추운동복보다 하루 전날 입찰 마감된 ‘동운동복’과, 하루 뒤 입찰이 마감된 ‘하운동복’ 진행 과정을 살펴봤다. 두 입찰 건은 공고에 제시된 납기일에 맞춰 납품됐다. 또 32명이 응찰한 춘추운동복보다 응찰자 수가 더 많았던 하운동복 입찰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심지어 동운동복 발주건은 방위사업청의 긴급 공문을 받고 납품업체가 한 달가량 조기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납업체들은 A 사의 납기가 연장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 A 사 경쟁관계인 한 군납업체는 “납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룰이다. 공고 때부터 납기일이 정해져 있는데 그것이 연장된다는 이야기는 이제껏 처음 들어봤다”며 “관급 입찰에서 납품기한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군납업체 관계자는 “납기가 가장 중요한 것은 납기 일정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입찰 단가를 조정하기 때문”이라며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특정 계약 건에서 방사청이 납기를 미뤄준다는 건 특혜가 아니라 불공정 행위다. 해당 건은 상위 기관에서 조사를 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납업계와 사정당국은 방위사업청과 특정 군납업체가 유독 긴밀하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군납업계에서는 A 사에 대해 유독 방사청의 반복적인 배려 조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디지털무늬 방한복 상의’ 사업을 따낸 A 사의 납품과정에서도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상 입찰공고에는 납기 계획에 시점별로 납품해야 할 물품 수량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수급에 맞춰 납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고와 달리 계약 수정을 거듭하며 방사청이 A 사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배려했다는 의혹이다.
A 사 관계자는 “통상 입찰 후 적격심사를 거쳐 계약체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한참 걸린다. 방사청의 행정소요기간이 길어져 요청을 했고, 자연스럽게 납기가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또 “디지털 방한복의 경우 정부에서 원단을 받아 생산하는데 원단 수급이 지연돼 납기가 미뤄졌다. 불가피한 입장에서 계약을 맞추기 위해 방사청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건데 납기 연장이 특혜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2018년에는 군납업체와 방사청 유착의혹을 폭로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글도 게시됐다. 여기서 문제로 지목된 업체가 A 사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업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상위 소수업체의 독식이 이어진다는 것. 또 청원자는 “A 사는 여러 개의 공장을 등록해놨는데 주사업장 외의 공장은 전부 임의 등록된 것이다. 실제 사장은 다른 소위 하청공장”이라고 주장했다.
방사청의 의복류 군납 입찰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에 해당한다. 입찰 진입을 중소기업에 한정하는 대신 재하청을 주지 않고 직접 생산을 하는 중소기업에게 그 자격을 준다. 다시 말해 입찰을 따낸 업체가 또 다른 영세업체에 하청을 줘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직원을 직접 고용해 상시근로자가 있고 공장을 운영해야 중소기업청이 직접생산확인서를 발급해준다. A 사가 소유하고 ‘직접생산확인 인증’을 받은 공장은 7개 정도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일부 공장은 직접생산인증을 받고도 정상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청 전산에는 A 사의 부산공장이 직접생산인증 공장으로 올라있다. 부산공장이라고 등록된 연락처에 연락을 취했으나 전혀 다른 답변이 나왔다. 부산공장 측은 “여기가 A 사의 직접생산 공장으로 등록은 돼 있지만 운영을 중단한 지는 오래됐다. 중간중간 일감이 필요한 업체에 공장을 대여해주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A 사는 “인터넷 상 주소가 오래된 것이어서 공장이 이사했는데도 반영이 안 됐다. 공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소기업청은 “직접생산인증을 받은 곳은 주소지 변경 시 한 달 안에 신고해야 하고, 직접생산을 중단할 경우 바로 청에 이를 알려야 한다”며 “직접생산공장 취지는 사업장에 상시 근로자를 두고 운영하는 점인데 실제 운영을 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바로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