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가진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CJ(주) 자사주와 교환했다. 이로써 이 상무의 CJ(주) 지분율은 0.13%에서 1.19%로 상승했고, CJ(주) 지분이 없던 이 부장의 지분율은 2.75%가 됐다. CJ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CJ그룹 지주회사 CJ(주)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지분 100% 가지는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에 있는 CJ(주) 본사. 사진=일요신문DB
편입 과정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4.83%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재환 대표의 장녀 이소혜 씨와 장남 이호준 씨도 각각 2.18%씩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환 대표 일가는 CJ(주)와 주식교환에 반대해 자사주 대신 현금을 받았다. 이들이 지분 매각으로 얻은 현금은 총 1041억 원에 이른다.
이재환 대표가 지분 대신 현금을 택한 배경에는 이재현 회장 측과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환 대표 측이 CJ(주) 지분을 가지면 그만큼 이재현 회장 측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환 대표가 현금을 택한 이유에 대해 “개인의 일이라 자세한 내용은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앞서 이재환 대표는 2019년 12월 30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투자업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 51.0%를 레저업체인 씨앤아이레저산업에 매각, 75억 7900만 원을 현금화한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선호 부장이 지분 51.0%를 가진 회사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재환 대표는 당초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신사업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터다. 하지만 향후 CJ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조카에게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CJ그룹 경영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환 대표는 이미 그룹 경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며 “이 대표가 CJ(주) 지분을 포기한 것도 CJ그룹 경영보다 다른 쪽을 알아보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재환 대표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매각했지만 CJ올리브영 지분이 남아있다. 서울에 있는 한 올리브영 매장. 사진=고성준 기자
그렇지만 이재환 대표 측에는 CJ올리브영 지분이 남아 있다. 2019년 11월 7일 CJ올리브네트웍스는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헬스앤뷰티(H&B) 사업부를 분할해 CJ올리브영 법인을 신설했다. CJ올리브영 주주구성은 기존 CJ올리브네트웍스와 같기에 이재환 대표와 그 자녀들의 CJ올리브영 지분율은 총 19.19%가 된다.
CJ에 따르면 2019년 1~3분기 CJ올리브네트웍스 IT 사업부의 매출은 3156억 원, H&B 사업부는 1조 4396억 원로 매출에서 큰 차이가 난다. CJ가 분할 전 발표한 계획서에 따르면 2019년 6월 말 기준 CJ올리브네트웍스와 CJ올리브영의 자본총액은 각각 2501억 원과 2990억 원으로 기업 규모도 CJ올리브영이 더 크다.
최근 몇 달간 CJ올리브영은 매각설과 기업공개(IPO·상장)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CJ그룹이 CJ올리브영에서 손을 떼고, 이재환 대표 측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매각으로 얻은 현금으로 CJ올리브영 지분을 매입하면 CJ올리브영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 또 이선호 부장이 CJ올리브영 지분을 매각해 CJ(주)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2019년 12월 30일 이재환 대표가 CJ올리브영 지분 4.80%를 두 자녀에게 각각 2.40%씩 넘긴 점도 눈에 띈다. 이재환 대표가 CJ올리브영의 경영권을 갖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이유들이다.
CJ그룹은 CJ올리브영과 관련한 매각설이나 상장설 등을 부인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CJ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CJ헬로도 처음 매각설이 나왔을 때 회사에서는 극구 부인했다”며 “CJ올리브영 매각설도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매각은 모르겠지만 향후 IPO를 진행할 생각은 있는 것 같다”며 “CJ올리브영은 그간 해외 사업을 확대하려 했고, 사업을 키울 의지도 수차례 보였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회사 규모는 CJ올리브영이 CJ올리브네트웍스보다 크지만 이재환 대표가 CJ올리브네트웍스가 아닌 CJ올리브영을 품는 게 꼭 이득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6월 말 기준 CJ올리브네트웍스 부채 1조 686억 원 중 8954억 원이 CJ올리브영에 이관됐기 때문이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과정에서 CJ파워캐스트 등 주요 종속회사 지분은 CJ올리브네트웍스에 잔존하는 가운데 차입금의 대부분은 CJ올리브영으로 이관됐다”며 “H&B 부문의 임차 점포 관련 금융리스 부채 또한 대부분 CJ올리브영으로 이관됨에 따라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가 상당히 개선됐다”고 전했다.
이재환 대표는 2005년 개인 회사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해 오래 전부터 홀로서기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2016년 CJ올리브네트웍스 자회사 CJ파워캐스트에 흡수합병됐고, 이후 이재환 대표는 CJ파워캐스트 대표로 활동했다. 당시 CJ 측은 합병 이유에 대해 “미래형 옥외광고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뒷말도 있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