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시즌 정규리그 MVP 두경민이 KBL로 돌아온다. 사진=KBL
상무는 농구 종목에서는 1년에 10명 이내 소수만 입대가 가능하지만 모집 과정에 최소 2배수에서 3배수 이상 많은 인원이 몰린다. 국가대표 경력자 등이 가산점을 받기도 한다. 이에 ‘실력자’로 통하는 선수가 아니고선 상무 입대를 꿈꾸기 어렵다. 상무 선수들의 전역은 기존 소속팀 입장에서 전력 보강 요소다.
자연스레 2020년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올 선수들의 면면에 눈길이 쏠린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인물은 원주 DB로 돌아가는 두경민이다.
#리그 MVP의 귀환, 두경민이 반가운 DB
프로 입단 때부터 기대주로 꼽히던 그는 입대 직전인 2017-2018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당시 DB는 시즌 전 ‘꼴찌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깜짝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로 두경민의 성장이 꼽혔다.
두경민은 2017-2018시즌 47경기에 주전 가드로 나서면서 평균 득점 16.45점(국내 선수 2위), 어시스트 3.83개(11위), 스틸 1.36개(5위), 3점슛 2.72개(1위), 3점슛 성공률 42.95%(2위)의 기록을 남겼다. 뛰어난 기록과 더불어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아 리그 MVP를 차지했다.
국가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절정의 순간 입대를 해야 했다. 한 시즌 반 만에 재회하는 이상범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두경민 복귀전까지 승률 5할을 유지하면 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내왔다. “무엇보다 수비가 좋은 선수”라며 공수 양면에서 활약을 기대했다.
DB로선 두경민을 반길 수밖에 없다. DB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김종규를 영입하며 높이를 강화했다.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뒤따랐고 실제 시즌 초반 앞서 나가며 선두권을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드진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해 전력 공백이 생겼다. 순위도 중위권까지 처졌다. 두경민의 합류가 가드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이재도(가운데)와 전성현(오른쪽)은 군복무 중에도 휴가 등의 기회가 있으면 틈틈이 친정팀 KGC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사진=KBL
#KGC 약점 메울 예비역 2명
안양 KGC 인삼공사도 군 전역 선수가 반가운 팀 중 하나다. 입대 전부터 팀 내 주전으로 활용되던 이재도와 전성현의 합류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고공 행진을 펼치던 KGC에 2020년 새해를 앞두고 부상 암초가 드리웠다. 박지훈과 함께 팀의 앞선을 이끌던 변준형이 손목 골절을 당한 것이다. 회복까지는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시즌 내 복귀가 불투명하다.
복귀 시기가 절묘하다. 가드 이재도는 변준형의 부상을 메우고도 남을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입대 전 시즌 기록(득점 9.3점, 어시스트 4.9개)도 변준형의 이번 시즌 기록(득점 7.7점, 어시스트 2.4점)보다 높다.
전성현은 팀의 약점을 메울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정규리그 2위로 순항 중인 KGC의 약점은 외곽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28.5%로 KBL 10구단 중 가장 낮은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재도와 함께 돌아오는 전성현은 정교한 3점슛을 자랑하는 슈터다. 입대 전 41.9%에 달하는 성공률로 경기당 2.2개의 3점슛을 넣었다. 현재 팀내 1개 이상 3점슛을 넣는 국내 선수는 문성곤과 박형철 둘뿐이다.
서민수(오른쪽)는 입대 전 입던 DB 유니폼이 아닌 LG의 붉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진=KBL
#최하위 LG에 도착한 선물
이번 2019-2020시즌 내내 하위권에서 허덕여온 창원 LG에도 선물이 도착한다. 김종규의 FA 보상선수로 팀에 합류하는 서민수다.
지난여름 에어컨 리그에서 LG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의 기둥인 김종규를 잃었다. 보상선수 선택에서 고민에 빠진 LG의 선택은 서민수였다. 상무에 소속돼 곧바로 팀에 합류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를 선택했다. 그만큼 서민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김종규의 이탈로 LG는 단숨에 높이가 낮아졌다. 신장 197cm의 장신 포워드 서민수는 LG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자원이다. 입대 직전 시즌 급격한 성장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당 평균 6분 31초를 뛰던 백업에서 단숨에 주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 김동량, 정희재 등이 버티고 있는 포워드진에 큰 힘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보인다.
1개월 늦게 전역하는 전준범도 팀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슈터다. 군복무 중에 국가대표에도 이름을 올린 그는 올 시즌 리빌딩을 선언한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을 전망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선수들에게 마냥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입대 전 좋은 활약을 펼치던 이들이지만 복귀 직후 맹활약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자리를 비운 사이 친정팀의 사정이 일부 달라졌고 리그 판도가 변하기도 했다. 전역자들의 ‘사회 적응력’이 리그 중반에 돌입한 KBL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 요소가 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