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커진 몸집, 불어난 시가총액
코스닥 상장사인 YG를 향한 시장의 평가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지표는 단연 시가총액. 2019년 8월 26일 종가 기준 1만 9450원으로 약 3565억 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올해 1월 6일 기준 종가 3만 원, 시가총액 약 5000억 원으로 크게 뛰어 올랐다. 이 시기 상승률만 50%에 이르고 시가총액이 1500억 원가량 늘어났다. 버닝썬 게이트로 인한 이미지 타격과 매출 감소, 게다가 2019년 10월에는 프랑스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너시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약 674억 원을 상환하며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는 YG에 다시금 녹색 신호등이 켜진 셈이다.
승리를 제외한 4인조 빅뱅은 오는 4월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을 통해 컴백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장 상징적인 움직임은, 빅뱅의 컴백이다. 그룹을 떠난 승리를 제외하고 이제 군복무까지 모두 마친 4인조 빅뱅은 오는 4월 10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 Arts Festival)을 컴백 무대로 삼았다. 코첼라 측은 지난 3일 공식 라인업을 발표하며 빅뱅을 포함시켰다.
이 결정에 외신이 먼저 반응했다. 미국 빌보드는 ‘코첼라 라인업 즉각 반응 10가지’라는 기사에서 빅뱅을 세 번째로 다루며 “단순히 인상적인 차원이 아니다. 빅뱅의 2020년을 암시한다”고 풀이했다. 영국 매체 메트로 역시 “빅뱅이 코첼라 라인업에 합류하며 컴백이 확정됐다”며 “K-팝 레전드가 공백을 끝내고 4인조로 첫 번째 공식 무대를 꾸미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YG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건재하다. 냉정하게 말해, ‘건재하다’는 수준을 넘어 ‘역대 K-팝 걸그룹 중 최고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블랙핑크는 ‘여성 BTS’라 불릴 만큼 해외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 중 가장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는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는 아시아권에서 ‘넘버1’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는 수치로 증명된다.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뮤직비디오는 1월 4일 오후 11시 55분 기준 유튜브에서 조회수 7억 뷰를 돌파했다. ‘뚜두뚜두’를 비롯해 ‘붐바야’, ‘마지막처럼’ 등으로 7억 뷰 고지를 밟은 블랙핑크의 기록은 K-팝 그룹 최초다.
게다가 블랙핑크는 2019년 ‘킬 디스 러브’로 빌보드 ‘핫100’과 ‘빌보드200’에 각각 41위와 24위로 첫 동시 진입하며 K-팝 걸그룹 최초·최고 순위 기록을 만들어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0’에서 기록한 33위 역시 K-팝 걸그룹 신기록이다.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도 블랙핑크에 열광한다. ‘킬 디스 러브’는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 QQ뮤직에서 ‘2019 K팝 디지털 앨범’ 최고 판매량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케이케이박스(KKBOX)가 꼽은 ‘2019 K팝 톱20’ 1위에 등극했다.
블랙핑크는 K-팝 그룹 최초로 유튜브에서 조회수 7억 뷰를 돌파했다. 사진=블랙핑크 인스타그램
이 외에도 YG가 보유한 원조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 역시 오는 1월 28일 컴백한다. 메인보컬 강성훈이 빠지며 다소 주춤했으나 오랜 팬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YG의 2020년을 여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이르다? 여전한 날 선 시선
YG 소속 그룹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오랜 시간 빅뱅 등을 기다린 팬들은 열광하지만 적잖은 대중은 그들의 활동이 이르다는 반응을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출석 당시의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사진=최준필 기자
이런 이유 때문에 빅뱅의 국내 활동 가능 여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TV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재해 있다. 그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 활동으로 컴백 시동을 건 것 역시 이런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복무 전에도 워낙 해외 활동이 많아 국내보다는 해외 투어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앨범만 발표한 후 국내 활동 없이 해외 위주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버닝썬 게이트 관련 수사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승리의 경우 이미 YG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YG와 빅뱅에 몸담고 있을 때 발생한 사건이라 수사 결과는 또 다시 YG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 역시 여전히 여러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다고 하더라도 YG의 최대 주주이자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그를 둘러싼 수사 결과 역시 YG의 향후 행보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