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준 이천시장
[이천=일요신문] 유인선 기자 =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각오로 새로운 이천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아름답고 편안한 도시 안에서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하며 행복할 수 있는 시민중심의 새로운 이천을 약속드립니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이천 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엄태준 시장이 밝힌 당선 소감이다.
‘시골 변호사’,‘동네 변호사’,‘런닝 맨’ 등의 별칭으로 불리며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한 번의 시장선거 등을 거쳐 3전 4기 끝에 이천시를 이끌 단체장으로 선출됐다.
변호사, 정치인, 지역 사회의 일꾼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시민 여러분과 함께 꿈꾸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이천시장이 되겠다” 고 약속했다.
그는 시장 취임 후 시민들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매일 아침 SNS를 통해 전날 발생됐던 시정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사진 그리고 본인의 생각을 적어 올린다. “굿모닝 이천입니다”로 시작해 “이천시민의 대표일꾼 엄태준 올림”으로 끝을 맺는 그의 글에 시민들은 댓글로 화답하며 응원한다.
찾아가는 현답 시장실, 파라솔 톡, 이천시장이 갑니다. 도란도란 콘서트 등을 통해 시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민선 7기 이천 시정을 이끌고 있는 엄태준 시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취임 2년차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 하느라 어느 때보다 바쁘실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행정이나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민과 공직사회가 함께 가야만 다시 역행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방향이나 목표 설정은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만, 그 속도만큼은 시민사회가 인정하고 공직사회가 동의하는 그러한 속도를 맞춰서 가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생각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시민들께서 동의하고 계신지. 내 정치적 신념을 실천에 옮겨 이천지역사회를 바꾸는데 개혁의 속도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임 후 지난 경험을 통해 우선 시민사회와 공직사회 양쪽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시장이 되어야만 이천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가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 이천은 잘하고 있는 것도 많지만, 못하고 있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잘하고 있는 것은 다듬기만 하면 되지만, 못하고 있는 것을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잘못되거나 잘 안 되는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서 업무분담을 통해 계획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 약속드렸던 공약과 계획된 사업들을 하나하나 실천해서 살고 싶은 이천! 떠나기 싫은 이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기쁜 일도 많으셨지만 근심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 기쁜 일과 아쉬운 점은
작년 한해 열심히 일한 결과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전국 자치단체 일자리대상 수상과 지방세정 운영평가, 재정분석평가 최우수 기관에 선정됐고 경기도 시군종합평가에서도 최우수 기관에 선정되는 등의 대외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반도체특화클러스터 유치문제가 시민들의 기억 속에 가장 크게 남아있으실 것 같습니다. 시민연대를 구성하고 큰 기대와 열의로 유치를 위해 애썼는데, 유치를 하지 못해 아쉽고 실망이 컸습니다.
축구종합센터 유치를 위한 노력도 결과가 좋지 못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4년 전 이천에 터를 잡았던 현대엘리베이터가 수도권규제에 막혀 이전할 계획입니다.
잇따른 유치 실패와 향토기업의 외부이전 계획으로 힘든 시기였으나 좌절하지 않았고 실패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뜻을 관철하기 위한 이천시민의 결집된 위대한 힘과 희망을 보았고 큰 용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교훈으로 삼되 거기에 묶여 있지 않을 겁니다. 이천시 발전과 시민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고 무엇이라도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 다양한 이름으로 소통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시 비전이 ‘시민이 주인인 이천’입니다. 시민을 대신할 수 있는 권한을 시민들께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그 권한을 남용하거나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시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입니다. 시민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시민이 원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습니다.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 시민들이 왕래가 많은 곳에 파라솔을 치고 시민들을 기다리는‘파라솔 톡’,시민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만나는 ‘이천시장이 갑니다’,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도란도란 토크콘서트’등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생생한 현장목소리를 청취하고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 시민의 생각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민 모두를 만족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민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행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대한 시민들이 원하는 행정을 펼칠 수는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시민의 시정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시민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예산과 감사, 시민리더 등의 분야에 교육기회를 제공해 실질적인 시정 참여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시민이 주인인 이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천시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진정한 시민리더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시민이 주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정을 운영하시는데 시장님이 생각하시는 주인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입니까?
시민이 주인이라는 것이 제가 만든 말이 아니라 본래 그러하다는 의미입니다. 세금을 내는 시민이, 세금을 내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시의 주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뜻을 잘 살피고, 행정에 잘 반영해야합니다.
요즘 운동할 시간이 없어 걸어서 출근을 하는데 걷다가 보니까 우리 아파트에 나오는 길이 맨 처음 만들어 놓은 길이 있어요, 그런데 그 길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고 다른 길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서 길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걸 보면서 행정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민들이 다니기 편한 길을 미리 알아서 그 길을 내주는 행정을 펼쳐야겠다. 그렇지 않고 길을 내 뜻대로 만들어 놓고 거길 다니라고 한들 시민들은 그 길로 안다닌다는 걸 그 순간 보고 배웠습니다.
시민이 주인이라면 그런 마음을 가지고 행정을 펼쳐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엄태준 이천시장이 국산품종 ‘해들미’를 수확하고 있다.
-일본에서 도입된 벼 품종을 대체하는 국산품종 해들미가 임금님표 이천 쌀의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데 국내품종으로 육성한 계기가 있었나요?
임금님표 이천 쌀의 품종이 일본에서 도입된 외래품종이어서 품종을 우리 것으로 바꾸자는 여론이 수 년 전부터 있어왔습니다.이천쌀은 조생종(고시히카리), 중만생종인 추청벼(아끼바레)가 재배되어 현재까지 고품질 이천 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외래품종으로 도입된 지 오래되었고, 그동안 밥맛 좋은 고품질 국내육성품종이 많이 개발되면서 품종전환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부터 ’수요자 참여형 지역 특화 맞춤형 품종개발사업‘을 추진했고, 2017년 조생종 해들과 2018년 중생종 알찬미가 최종 선정됐습니다.
특히 우리가 개발한 품종은 병충해에도 강하고 밥맛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단의 결과도 있었습니다. 임금님표 이천 쌀의 원료 곡을 대체하는 큰 사업인 만큼 최단기간 내에 대체품종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는 2020년까지 해들 품종을 500ha, 알찬미 품종을 1000ha까지 확대 보급하고 2021~2022년 사이 이천 전 지역에 서 일본산 품종이 사라지도록 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내년 시정 운영방향에 대한 소개와 시민들에게 새해 인사.
삶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서로 돕고 화합하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을, 동네가 즐겁고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이천시가 지원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읍면동장의 권한을 확대해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고 요구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시정을 운영함에 있어서도 균형과 조화의 원리를 잘 적용해 어긋남이 없도록 원활히 하고 부득이 발생될 수 있는 공공갈등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적의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경자년의 화두를 去彼取此(거피취차)로 정했습니다.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다.’라는 뜻입니다.
이천 시장으로서는 ‘먼 미래에 이천에 살게 될 시민의 행복보다 지금 이천에 살고 있는 시민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라는 의미로 새기며, 현재 이천시민의 행복한 삶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내년에는 경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치면 거뜬히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새해에는 기쁜 소식, 행복한 소식이 많이 전해지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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