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모모랜드를 찾아서’의 조작을 폭로한 전 모모랜드 멤버 데이지. 사진=MLD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7일 데이지는 KBS 뉴스9 인터뷰를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데이지 측은 또 기획사(당시 더블킥 컴퍼니, 현 MLD엔터테인먼트)가 프로그램 제작비 수천만 원 상당을 멤버에게 부담하도록 했다고도 폭로했다.
데이지가 폭로한 ‘모모랜드를 찾아서’는 2016년 7월 22일부터 방송된 엠넷의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은 ‘프로듀스 시리즈’와 유사하게 프로듀서 심사(60%), 온라인 국민 투표(20%), 마지막 무대 현장 방청객 투표(20%) 등이 합산돼 데뷔 멤버를 결정했다. 더블킥 컴퍼니 소속 연습생 10명이 참가했으나 이 가운데 데이지, 신시아, 희재, 3명이 탈락해 모모랜드는 7인조로 결정됐다.
그러나 데이지의 경우는 신규 멤버 태하와 함께 모모랜드 데뷔 약 6개월 뒤인 2017년 4월 추가 멤버로 발탁됐다. 이 당시 소속사 측은 “데이지는 ‘모모랜드를 찾아서’ 탈락 이후에도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결과 데이지가 새로운 멤버로 합류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추가 합류’가 실제로는 데뷔조를 뽑는 마지막 경선 당일에 정해졌다는 게 데이지의 주장이다. 데이지는 “(최종회가) 끝나고 대기실에서 회사 분이 저한테 ‘일단 뭔가 정해진 게 있다, 앞으로 계획이 뭔가 있으니까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데이지의 어머니 역시 “소속사 대표님이 이번 데뷔 앨범에만 빠지고 다음 앨범에 넣어주겠다고 했다”고 데이지의 폭로에 힘을 보탰다.
엠넷 ‘모모랜드를 찾아서’ 방송 당시 홍보 사진. 사진=MLD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뿐 아니라 소속사 측이 프로그램 제작비 수천만 원을 모모랜드 멤버에게 부담시켰다고도 폭로했다. 데이지가 밝힌 이들이 부담해야 할 제작비는 6600만 원 상당이다.
반면 모모랜드의 소속사 MLD엔터테인먼트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대응에 나섰다. MLD 측은 “모모랜드 멤버 선발 과정에서 투표 조작이나 부정행위는 없었다”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당사 소속 연습생 10인의 데뷔를 목적으로 기획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당시 데뷔를 위해 3000명 관객 모집을 해야 했으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데뷔 자체가 무산됐다. 그렇기 때문에 조작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또 데이지의 뒤늦은 합류에 대해서는 “프로그램 종영 후 탈락한 연습생의 계약 해지가 이뤄졌으나 대표이사는 데이지의 가능성을 보고 회사 소속 연습생으로 잔류를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제작비 등 정산과 관련해서도 “프로그램 제작비 관련 정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전속계약서를 기초로 한 전속계약서를 갖고 멤버들과 부모님들의 동의하에 결정된 내용”이라며 “이는 데이지 또한 합류 당시에 동의했던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소속사와 멤버 부모 간의 갈등도 수면 위로 불거졌다. MLD 측은 “데이지의 모친은 지난해부터 당사에 수차례 협박을 해 왔고, 이에 응하지 않자 이 같은 악의적 행동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데이지 측이 주장한 모든 사실에 대해 반박할 근거 자료가 준비돼 있으며 곧 법적 절차를 통해 적극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9인조 활동 당시 모모랜드. 사진=MLD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 데이지 측과 MLD는 2019년 데이지의 열애설이 불거진 이후 크고 작은 갈등을 표출해 왔다. 2019년 2월 보이그룹 아이콘의 멤버 송윤형과 데이지의 열애설이 불거지자 MLD 측은 곧바로 “본인 확인 결과 3개월 전부터 호감을 갖고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쿨’ 한 대응을 보였다. 반면 아이콘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몇 번 호감을 가지고 만났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양측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MLD를 두고 “걸그룹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열애설을 소속사가 너무 쉽게 인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당시 YG가 다시 한 번 열애설을 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MLD 측은 “만나고 있으니 만난다고 한 것”이라고 대응하면서 소속사가 멤버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다.
더욱이 이 직후인 3월 태하와 데이지의 갑작스러운 활동 중단이 공식 발표되면서 데이지 측과 소속사 간 갈등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단순히 이번 활동만 쉬어갈 뿐, 다음 앨범에서는 합류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소속사나 다른 멤버들이 SNS에서 모모랜드를 홍보할 때마다 이들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태하와 데이지 역시 SNS는 물론 공식 팬카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의혹을 더욱 키웠다.
tvN 금요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에 출연한 연우. 사진=MLD엔터테인먼트 제공
데이지는 자신이 2019년 5월부터 꾸준히 활동 재개 의사를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소속사 측에서 이를 막았고, 이로 인해 계약 해지를 요청했으나 위약금 11억 원을 요구했다는 게 데이지 측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데이지를 대신해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그의 소식을 알려온 데이지의 어머니가 소속사에 대한 저격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이지와 태하가 불쌍하다’는 내용의 모모랜드 관련 뉴스 댓글을 캡처한 뒤 “이런 팬 분도 계신다. 무척 감사하다. 6개월이 흘렀다. 내 가슴이 찢어진다. 반드시 밝혀내야지, 이 사회 안에 아주 작은 정의를 위해서라도 바로 잡고 씩씩하게 살아내야지”라는 글을 게시했다. 석연치 않은 활동 중단과 소속사의 무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멤버의 부모와 소속사 간 갈등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MLD 측은 8일 오후 다시 한 번 공식입장을 내 반박에 나섰다. 열애설이 불거지면서부터 데이지 측과 갈등이 생겼고, 데이지의 확인을 거쳐 열애설을 인정하자 데이지의 어머니가 “모모랜드에서 데이지를 빼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데이지 역시 당시 발매를 준비 중인 앨범 활동 참여에 대한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하지 않았다는 게 소속사의 주장이다.
이후 2019년 8월경 ‘별도의 위약벌 없이 계약 해지를 해주겠다’고 밝혔으나 데이지가 부당한 금전적 요구를 추가적으로 주장했다고도 덧붙였다. 이로 인해 데이지 측의 전속계약 해지 요구를 거부하고 그에 따른 위약벌 금액을 설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의 11억 원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에 적시된 조항에 따라 정확하게 추산된 금액이므로 문제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양측 간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결국 유사한 사건의 다른 아이돌 멤버들이 그랬듯 이들의 문제도 법정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모모랜드는 데이지 외에도 탈퇴한 멤버들을 두고 소속사의 일처리로 인한 논란이 인 바 있다. 배우로 전향한 연우 역시 2019년 6월경 공황장애를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는데 이 과정에서 팬카페에 그가 작성한 글들이 사라져 팬들을 놀라게 했다. 또 탈퇴설이 불거졌음에도 소속사 측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 수많은 의혹을 낳기도 했다.
결국 연우가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에서 “저도 늘 무대를 하고 싶다. 하지만 모든 일을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현 상황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나는 배우 연우가 아니라 모모랜드 연우”라며 그룹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하고 탈퇴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직접 밝혔다. 그러나 활동 중단 5개월 만인 2019년 11월 30일 결국 탈퇴 후 전업 연기자로 전향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