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8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종 진술을 통해 “다스를 창업할 수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며 “다스에서 만들어 주었다는 거액의 횡령금을 들은 일도 본 일도 받은 일도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서 최후진술을 하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약 30분간 최후진술을 했다. 그는 “국민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송구하고 부끄럽지만 끝까지 저를 믿어주시고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2007년 12월 대통령 당선 시기의 경제 위기와 임기 내 이뤘다고 생각하는 성과에 대해 늘어놨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 리먼 브러더스의 부도로 세계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는 해외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대책을 추진했다”며 “그 결과 전대미문의 위기라는 세계금융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G20 정상회담 개최와 저탄소 녹색서장 기본법 제정, 무역 1조 달러 달성 및 4대 원전수출국으로 도약 등을 성과라고 자평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한미 FTA를 비롯해서 비판과 반대에 부딪힌 일도 적지 않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을 수행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공과 과에 대해서는 오래지 않아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면서도 “이명박정부는 임기 동안 사리사욕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자신이 받는 혐의에 대해서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이미 30여 년 전 설립된 다스의 소유와 관련해 검찰수사는 물론 특검수사도 받았지만 결론은 다스 소유권이 저와 무관하다는 것이었다”며 “검찰은 다시 수사해 다스가 제 소유라면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정반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은 제가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시절 ‘현대 몰래 차명으로 설립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전문경영인이었고 현대 그룹 내 10개 회사 CEO를 겸직하고 있었다”며 “회사 모르게 창업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이유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주장대로 다스가 내 회사라면 1998년 제가 국회의원을 그만뒀을 때 다스를 되찾아와 경영하면 되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필요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간 다스 주식을 단 한주도 가진 적 없고 배당도 받은 적 없다. 만약 내 회사였다면 사장과 경리 책임자가 공모해 20년간 횡령하도록 놔뒀겠냐”며 “놀라운 건 검찰이 이들의 횡령을 밝혀내고도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더 놀라운 건 그들로 하여금 오히려 횡령금을 만들어 제게 줬다는 진술을 받은 것”이라고 따졌다.
이어 “다스의 소유권 문제는 대통령 재임과정에서 발생한 법률적 과오도 적폐도 아니다. 검찰은 30여 년 전 설립된 회사의 소유자를 찾겠다는 미명하에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는 수없는 사람들을 불러서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짜 맞춘 진술을 이끌어냈다”며 “이 재판 결과가 이 나라의 법치와 민주주의에 미칠지 모르는 악영향을 우려하게 된다”고 했다.
삼성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서도 “재임 중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커녕 대한민국 어떤 대기업 회장과도 단독으로 만난 적이 없고, 제 철학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이 재판은 이명박 개인에 대한 심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의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이 나라의 정의가 살아있는지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검찰이 증거라고 내세운 몇몇 사람의 거짓되고 모순된 진술과 강압에 의한 진술 이외에 무슨 확실한 증거가 있는지 살펴봐 달라”고 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총 징역 23년과 벌금 230억 원, 추징금 163억 원을 구형했다. 이 전 대통령의 2심 선고는 2월 19일 열린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