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부실 구조 및 초동 조치로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간부 6명이 구속을 피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며 영장 재청구를 촉구했다. 사진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사흘 앞둔 4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이 노란우산으로 리본을 형상화하는 플래시몹을 하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김 전 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과 여인태 제주지방해경청장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사고 당시 지휘라인에 있었던 만큼 업무상과실에 의한 형사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지만, 현 단계에서 도망 및 증거인멸의 구속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임 부장판사는 “사고 발생 후 본건 영장청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수사 및 조사 진행경과,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의 수준, 출석관계 등 수사에 임하는 태도, 직업 및 주거관계 등의 사정과 재난구조 실패에 관한 지휘감독상의 책임을 묻는 사안의 성격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역시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김수현 전 서해해경찰청장과 김문홍 전 목포해경서장, 유연식 전 서해해경청 상황담당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의 존재와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 부장판사는 “2015년 현장지휘자에 대한 형사처벌 전례 등에 비춰 상위 직급자인 피의자들의 형사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없지 않다”며 “다만 사고 발생 시기, 이후 수사 및 조사 진행 경과, 수집된 증거자료의 유형과 내용, 피의자의 현재 신분이나 지위 등 여러 사정과 아울러 ‘조난사고 구조 담당자의 상황판단 및 대응조치’에 관한 법적 평가를 주요 쟁점으로 하는 사건의 성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의 퇴선 유도 지휘 등 구조에 필요한 주의의무 태만으로 승객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이 상해를 입도록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사고 당시 구조와 상황 지휘 등 초동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고도 정상적으로 구조 활동을 한 것처럼 문건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지난 6일 김 전 청장 등 이들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단 출범 이후 첫 구속영장 청구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자 희생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은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는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내려진 9일 입장문을 내고 “사법부의 오만무도한 구속영장 기각 판결은 역사의 수치로 기록될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은 이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가족협의회는 “(해경 지휘부는) 304명의 국민을 살인했고, 5년 9개월 동안 진상규명을 막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증거를 훼손하고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가로막는 것은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검찰은 전력을 다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고, 사법부는 해경 지휘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드시 발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 참사 법률 대리인단도 “피의자들은 해경의 핵심 책임자들로서 지금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크고, 그 누구보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며 “법원의 기각 결정에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고, 침몰 원인을 밝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국민의 상식과 정서에 반하는 재판 진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법원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