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두 대에 60명의 멜론 계정을 가지고 음원을 재생하는 프로듀서 김대건. 사진=정민당 제공
음원 사재기 사건이 화제의 중심에 선 건 아이돌 그룹 ‘블락비’ 박경이 2019년 11월 24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 때문이었다. 박경은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을 게재했다. 언급된 뮤지션 대부분은 박경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한 뒤 실제 고소를 진행했다.
잠잠해지나 싶었던 음원 사재기 의혹은 1월 8일 다시 세간을 뒤덮었다. 정민당 창당준비위원회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9년 5월 25일 촬영된 영상 갈무리 장면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앤스타컴퍼니 관계자가 컴퓨터 화면 두 대에 플레이어 60개로 송하예 노래 ‘니 소식’을 연속으로 재생하는 장면이 찍혔다. 이 영상이 촬영된 뒤 송하예의 노래는 각종 음원 차트에서 수직 상승했다. 김근태 정민당 대변인은 “대한민국 수사기관에 정중히 요청한다. 지금 수사해야 할 건 블락비 박경이 아니라 바로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와 앤스타컴퍼니”라고 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앤스타컴퍼니 관계자는 프로듀서 김대건 씨로 나타났다. 그는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더하기미디어는 6년 전 잠시 언론 홍보를 맡았던 회사다. 현재 송하예 측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앤스타컴퍼니는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송하예의 소속사 더하기미디어의 과거 홍보대행사였다.
송하예 소속사 더하기미디어 소속 프로듀서 김경범(왼쪽)과 김대건 씨. 사진=김경범 소셜 미디어 갈무리
김대건 씨의 추가 해명에 음원 사재기 의혹 불길은 더욱 치솟았다. 그는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영상은 누구나 쉽게 접하고 공공연하게 활용되는 ‘앱 플레이어’ 스트리밍 시연 장면이다. 원본에는 수많은 가수 음원으로 테스트하는 시연 장면이 있었으나 해당 영상만 유포돼 음해가 된 부분이 유감스럽다. 이 방법으로는 멜론 플랫폼을 이용 시 2~3일 안에 이용 정지로 이용 및 유지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된다”고 밝혔다.
이 해명이 보도된 뒤 댓글 등을 통해 수많은 추가 질문이 세간에 쏟아졌다. “2~3일 해본 것 아니냐” “수많은 가수가 누구냐” “시연의 목적이 뭐냐” 등이었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일요신문은 전화와 문자 등으로 김대건 씨와 대화를 나눴다. 그 내용을 문답 형태로 재구성했다.
―’시연’이라고 했는데 왜 했나. ‘음원 순위 조작 시도’가 어찌 시연이 되나.
“지금 음반 제작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내가 제작한 음원이 10개 나왔다. 제작하는 입장에선 누구나 ‘차트 인’을 꿈꾸지 않나. 그래서 이른바 음원 ‘총공(아이돌 팬덤에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운영진의 진두지휘 아래 단체 행동을 선보이는 것)’ 방식을 혼자서 테스트 해본 것이다. 테스트 결과 두 번째 돌릴 때 멜론에서 정지되더라.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턱도 없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2~3일 안에 멜론 이용이 정지되고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고 했는데 그럼 2~3일 돌려 해봤고 비용도 계산해 봤다는 거 아닌가. 음원 사재기 시도를 인정하는 건가.
“2~3일 돌려 봤다는 게 아니다. 한 번 돌리고 2~3일 뒤 다시 켰는데 정지가 된 걸 말하는 거였다. 나머지는 수사 기관에서 밝히겠다.”
―상식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차트 인 하고 싶었다면 자신의 곡으로 시험을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남의 음악으로 했나. 송하예는 특히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다. 여러 뮤지션이라고 했는데 누구누구인가 공개해 달라.
“공개할 수 없다.”
―공개 못하는 이유가 뭔가.
“그걸 밝힌다고 송하예 사재기 의혹이 해결되지 않는다. 솔직히 공개를 못하고 있는 이유는 확대 해석과 억측 생산이 예상되고 또 다른 구설수에 휘말려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연 행위였는데 의혹이 아닌 기정사실화 됐다.”
―여러 계정으로 한 번만 돌리면 가능하다는 것 아닌가.
“지금도 누군가의 음해라고 생각이 든다. 내 행위 자체는 공공연하게 다 이루어지는 선이다. 나도 아이돌 팬이다. 딱 그 정도 선이지 그 이상도 아니다.”
―60명의 계정을 가지고 음원을 돌리는 게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선이란 건가. 60명 계정은 어떻게 가지게 됐나.
“나는 회사를 운영 중이다 보니 직원과 직원 친구, 동생들 등 많은 방법으로 동원할 수 있었다. 팬클럽이나 가수 팬덤에서는 ‘총공’을 할 때 계정을 적게는 몇 개에서 많게는 몇 백 개 이상도 모은다. 내가 파악한 바로는 실시간 차트의 경우 1시간 안에 최소 1만~2만 명이 감상을 하거나 다운로드 해야 차트에 진입되는 것으로 예상한다. 음원 플레이어 1만~2만 개가 돌아가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기에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사재기 의혹 영상에서 계정 60개를 돌렸는데 2억 원이면 100만 원짜리 컴퓨터로 1만 2000명 계정을 돌릴 수 있다. 연속재생이 카운트되지 않는 방식을 짐작해서 다른 곡을 끼워 넣는 방법도 있다. 일회성이 아니기에 한 번 투자하고 계속 의뢰를 받으면 충분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세팅 방법부터 과정들 공개할 수 있다. 그걸 보면 알 것이다.”
김대건 씨는 여러 계정으로 음원을 재생하는 방식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세팅 방법과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던 그는 ”어디로 가면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조건을 계속 내밀었다. 결국 공개는 없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