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뉴욕 양키스 투수 도밍고 헤르만에 대해 가정폭력 혐의로 2020시즌 8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헤르만은 지난 시즌 양키스에서 선발로 뛰면서 무려 18승을 올린 투수다. 양키스의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팀 동료가 주최하는 자선행사에 참가한 뒤 공공장소에서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빚었다. 이어 곧바로 행정 휴직 처분을 받아 경기 출전을 중단했다. 양키스 구단은 헤르만의 데이트 폭력이 적발된 직후 “가정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강경 대응 방침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2015년 8월 ‘가정폭력과 성폭력, 아동학대 방지 협약’을 발표한 이후 아내나 애인을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선수에게 높은 수위의 징계를 해왔다. 금지약물 복용 수준으로 처벌이 강화됐고, 음주운전 관련 징계가 오히려 너그럽게 다뤄질 정도다. 이 협약을 위반한 사건은 대부분 경찰에 먼저 신고가 접수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소식을 듣고 움직이지만, 헤르만의 사건은 제보자가 사무국에 곧바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사무국 관계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폭행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헤르만은 이후 관리리스트에 등재돼 잔여 정규시즌 경기와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헤르만을 포스트시즌에서 중간계투로 활용하려 했던 양키스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지만, 가정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확실하게 심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포스트시즌 승리보다 중요했다.
이뿐만 아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1월 3일(한국시간) 헤르만에게 81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확정했다. 자체 조사 결과 헤르만이 분명하게 가정폭력 관련 협약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징계에는 지난 시즌 행정휴직 기간에 출전하지 못한 18경기가 소급 적용돼 헤르만은 올 시즌 첫 63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개막 이후에도 2개월 넘게 자리를 비워야 한다. 헤르만은 항소를 포기했고, 소속팀 양키스도 징계 내용을 받아들였다.
정규시즌 게임 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헤르만의 81경기 출장 정지는 2015년 관련 협약이 시행된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무거운 징계다. 헤르만보다 더 센 징계를 받았던 선수가 3명 더 있었다는 얘기다.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던 선수는 샌디에이고 투수 호세 토레스다. 그는 2017년 12월 집에서 아내를 폭행하다 구속됐고, 2018년 6월 정규시즌 잔여 10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미 제한선수 명단에 올라 스프링캠프부터 참가하지 못했고, 샌디에이고가 시즌 62경기를 치른 시점에 징계가 확정됐으니 사실상 한 시즌 전체를 뛰지 못한 셈이다.
또 지난해 7월에는 필라델피아 외야수 오두벨 에레라가 5월 말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해 팔과 목에 부상을 입힌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그 결과 잔여 정규시즌 85경기에 모두 출전하지 못했고, 연봉 500만 달러(약 58억 원) 가운데 약 263만 달러(약 30억 원)도 수령하지 못했다.
현재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는 내야수 헥터 올리베라 역시 애틀랜타 소속이던 2016년 4월 한 호텔에서 한 여성과 격하게 다투다 상대가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해 체포됐다. 올리베라는 헤르만보다 한 경기 더 많은 82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2017년에는 직전 시즌에 51세이브를 올려 내셔널리그 구원왕에 오른 특급 마무리 투수 쥬리스 파밀리아(뉴욕 메츠)가 비시즌에 일으킨 가정폭력 사건으로 1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뉴저지주에 있는 자택에서 아내의 오른쪽 뺨과 가슴을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된 탓이다. 사건 담당 검사는 아내의 의사를 존중해 기소를 취하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와 별개로 “아내를 일부러 해치려 한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해 리그 협약을 어겼다”며 제재를 결정했다.
뉴욕 양키스의 광속구 소방수 아롤디스 채프먼도 2015년 10월 여자친구와 다투는 과정에서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가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지만, 사무국은 파밀리아와 마찬가지 이유로 채프먼의 2016시즌 30경기 출전을 금지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