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코미디 영화 연기에 도전한 배우 강소라.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일요신문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강소라를 만났다. 오랜만의 강행군에 조금 지친 듯 “당이 떨어졌다”며 과자를 한 개 먹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2019년 3월 ‘자전차왕 엄복동’ 이후 약 1년 만의 스크린 복귀. 1월 15일 개봉을 앞둔 웹툰 원작의 영화 ‘해치지 않아’에서 강소라는 수의사 겸 사자 역할을 맡아 양쪽 다 열연을 펼쳤다.
“VIP 시사회에서 부모님이 영화를 보시고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그 모습만 봐도 저도 좋더라고요. 성오 오빠도 오랜만에 아이도 볼 수 있는 12세 영화를 해서 너무 행복해 했어요(웃음).”
영화 ‘해치지 않아’는 강소라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유일한 코미디 영화다.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동물원 동산파크를 구하기 위해 신임 원장 태수(안재홍 분)의 지시에 따라 사자 탈을 쓰고 연기하는 수의사 소원 역을 맡았다. 북극곰, 고릴라, 나무늘보로 변장한 다른 직원들과 달리 유일한 완전 사족 보행 동물을 맡았기 때문에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 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화면 속에서 큰 머리와 갈기로 몸을 가린 채 누워 있는 사자 강소라의 모습은 실제 사자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판타지 장르 애호가이기도 한 배우 강소라.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아무래도 배우니까 제 얼굴이 스크린에 나오면 더 좋긴 하겠죠. 하지만 언제 또 이런 옷을 입고 연기해 보겠어요, 평생에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경험인데(웃음). 사자 연기를 잘해 보려고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고 공부했는데, 어떻게 (연기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없더라고요. 목적 자체가 ‘어떻게 하면 안 들킬 수 있을까’ 여기에만 있다 보니까 움직일 수가 없잖아요(웃음). 그래서 나중엔 그냥 가만히 누워만 있었어요.”
극중에서 강소라는 안재홍과 철저한 비즈니스적인 직장 동료 관계를 유지한다. 러브 라인이 뚜렷하게 드러난 김성오-전여빈과 달리 남녀 주연이 달달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그 여지를 뿌리 뽑아 버리는 코미디 영화는 참 오랜만에 보는 설정이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큰 키에서 나오는 철두철미한 분위기 탓인지, 왠지 강소라는 사랑에 울고 웃는 캐릭터가 잘 상상이 되지 않기도 한다.
“저는 제가 로맨스에 잘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웃음). 아무래도 이제까지 커리어 우먼처럼 많이 나오다 보니까 로맨스 쪽으로 제 모습이 상상이 잘 안 되시는가 봐요. 제가 대중께 사랑받은 작품에는 대부분 러브라인이 없었거든요. 로맨스 장르를 또 해보고 싶은데, 박정민 배우님이랑 해 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진짜 팬이거든요. 저도 연예인이지만, 연예인이 연예인을 봐도 신기할 때가 있잖아요(웃음). 제가 동경하고, 멋있는 분하고 한 번 로맨스를 찍어보고 싶기도 해요.”
다양한 장르에도 욕심이 난다고 했다. 최근 강소라가 빠져 있는 장르는 판타지였다. HBO ‘왕좌의 게임’, 넷플릭스 ‘위쳐’, 게임 판타지 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을 줄줄이 읊었다. 판타지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 출연이 들어온다면 열일 제쳐두고 바로 수락할 기세다. 그러면서도 하나, 양보가 없는 설정이 있다. “용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극 연기 제의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배우 강소라.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강소라가 욕심을 내는 또 다른 장르는 사극이다. 아직까지 드라마와 영화 모두 사극 출연 경험이 없지만 이 역시 제의만 들어온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판타지와 마찬가지로 다른 조건이 붙었다. “볼 살을 가리는 헤어스타일이면 좋겠다”고.
“저는 볼 살이 있어서 올백 머리를 하면 힘들어요. 한다면 고려시대였으면 좋겠어요. 머리로 이렇게 가려서 볼 쪽으로 향하는 시선을 분산시켜야 되니까요(웃음). 사극은 그 시대가 주는 복식이나 분위기 이런 게 참 좋아요. 영화 ‘스캔들’에 나오는 복식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장신구 하나까지 그 영화가 가진 모든 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 정서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저한테 있는 것 같아요.”
잠깐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강소라의 ‘셀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셀카를 가장 못 찍는 연예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그를 두고 팬들은 “왜 예쁜 얼굴을 그렇게 쓰냐”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 주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강소라도 그런 반응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그걸 잘 나왔다고 생각했으니까 올렸겠죠(웃음)? 그런데 저 진짜 발전했어요. 옛날에는 두 장 찍어서 한 장 올렸는데 지금은 다섯 장 찍고 골라서 한 장 올려요. 저는 다 잘 나왔다고 생각해서 올려 왔던 건데, 지금은 불안해서 매니저들이 다 확인하고 괜찮다고 하면 올리는 거예요. 아마 제가 정말 셀카를 잘 찍게 돼서 괜찮다고 해주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네 맘대로 하라고 포기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웃음)… ‘엘사’ 영상도 매니저들이 찍어주신 거예요. 제 나이도 30대인데 이제는 말려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나 봐요(웃음).”
1990년생인 강소라는 올해로 딱 만 서른 살이 됐다. 30대로 접어들면서 데뷔 연차도 어느덧 10년을 넘어섰다. 인간 강소라와 배우 강소라 각자의 삶을 돌아보기 적절한 시점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30대가 되고 나면 제가 더 예뻐지긴 힘들겠죠. 하지만 저는 지금이 마음에 들어요. 제 사촌언니가 해준 말인데, 언니가 30대 때 약간 통통해서 수영복을 못 입었대요. 그런데 마흔 살에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바로 그때였다는 거예요. 그 싱그러움과 그 나이가 주는 아름다움, 그런 건 그때밖에 못 누린다는 거죠. 그 말을 듣고 나중에 다시 오지 않을 것들, 내가 지금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길게 가고 싶다’는 거예요. 연예인 강소라와 나 강소라의 밸런스를 끝까지 맞춰서 이 직업을 계속 하는 게 고마워질 수 있기를, 너무 당연해지지 않기를, 뭔가 하게 된다면 계속 두근거리고 즐거워할 수 있기를 바라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