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킹 사건은 갤럭시S에서 삼성 클라우드 계정으로 백업된 자료가 해킹당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삼성전자 홍보관에 전시된 갤럭시S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하루 뒤인 8일 연예매체 디스패치가 주진모 등 배우 여러 명과 아이돌, 그리고 감독과 유명 셰프 등이 비슷한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모두 갤럭시S 이용자로 삼성 클라우드 계정에 백업된 자료가 해킹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진모 개인의 일이 아닌 여러 명의 연예인이 해커들의 협박을 받고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사건이다. 경찰 역시 바로 수사에 착수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서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갤럭시 또는 삼성 클라우드 서비스가 해킹당한 것은 아니며, 일부 사용자 계정이 외부에서 유출된 뒤 도용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혐의는 구체적이고 악랄하다. 이들은 스마트폰 관련 자료를 해킹당한 연예인에게 5000만 원, 1억 원, 심지어 10억 원 이상을 요구하며 협박했다고 한다. 이들이 해킹에서 확보한 스마트폰 속 문자와 영상, 그리고 사진 등에 담겨 있는 스타의 사생활이 협박 도구다.
수사가 그리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디스패치는 해커들이 연예인에게 보낸 협박 문자 등을 분석해 중국에 근거지를 둔 해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말투가 어눌하며 맞춤법과 어순, 그리고 어법 등 한국어가 서툴렀다. 반면 대응은 체계적이고 대담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해커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외국과 공조 수사를 해야 하는 등 수사가 상당히 복잡해질 수도 있다.
문제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금 시점 이후 해커들의 행보다. 본격적인 경찰 수사로 이들이 범죄 행각을 중단한다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유포해버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유포 위험성은 분명 존재한다. 이들은 거액을 요구한 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자료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스마트폰 자료의 일부를 연예인에게 보내는 방식으로 협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주진모 측은 “주진모 휴대전화가 해킹된 것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악의적인 협박과 금품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사진=SBS 드라마 ‘빅이슈’ 홈페이지
해커들이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스마트폰에서 클라우드로 백업되는 문자와 사진, 동영상 등이다. 정준영 단톡방 논란을 야기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은 클라우드에 백업되지 않아 해킹되지 않았다. 요즘에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문제 메시지보다는 카카오톡 등 SNS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아 그나마 피해 규모가 줄었지만 문제 대화 내용에도 민감한 사생활이 담겨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사진과 동영상 등에는 더욱 더 민감한 사생활이 담겨 있다.
물론 스마트폰 속 정보가 유출됐을지라도 관련 연예인은 해커에게 사생활을 침해당한 피해자일 뿐이다. 그렇지만 대중은 이런 과정을 이해하면서도 그 내용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자극적인 사생활 관련 내용이 유포되거나 문자 대화 내용이 부적절한 경우 피해자임에도 해당 연예인은 상당한 후폭풍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준영 단톡방에서 오간 대화처럼 매우 부적절한 내용이 해킹된 문자 메시지에 담겨 있을 경우 대중은 피해자임에도 그런 대화를 나눈 연예인에게 분노할 수 있다. 게다가 피해는 스마트폰을 해킹당한 연예인뿐만 아니라 그들과 문자로 대화를 나눈 연예인, 사진과 동영상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연예인 등 제삼자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다.
그나마 수사기관에선 유포가 아닌 돈이 목적인 범행인 만큼 유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런 유형의 사이버 범죄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유포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며 “유포가 아닌 금전이 목적이라면 이미 그 범죄는 실패한 것으로 유포보다 다른 희생양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다. 유포할 경우 수사망이 더 촘촘히 조여 들어올 것임을 범죄자들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커들이 앞으로도 연예인의 스마트폰을 꾸준히 해킹할 수 있거나 이미 확보해 놓은 다른 연예인 스마트폰이 많다면 본보기로 한두 명의 것은 유포할 수도 있다”며 “돈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정말 유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