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성장과 수익성의 기로에서 전략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출혈이었다면 올해는 흘린 돈을 주워 담는 시기”라면서도 “속도전과 가격경쟁을 멈출 순 없겠지만 할인 시즌을 짧게 가져가는 등 조정하거나 물류 효용을 높이는 등 저마다 방식으로 수익성을 챙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이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며 온라인 전환에 사활을 걸었다. 쿠팡 위메프 같은 기존 업체들도 실탄을 투입하면서 업계 치킨게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 중구의 한 주차장에 있는 쿠팡 배송차량들. 사진= 최준필 기자
#“규모의 경제 일굴 것” 올해도 물류 ‘올인’
속도전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대체로 물류 체계 구축을 통한 저비용 구조를 만들어 최저가와 빠른 배송 모두 노리는 전략을 쓴다. 물류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그만큼 거래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올해는 속도 가격뿐 아니라 신선도와 반품 서비스 강화 등 상품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주력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볼륨 키우기에 사활을 건 대표주자는 쿠팡이다. 올해도 최근 확보한 자금을 통해 로켓배송과 최저가로 거래액을 늘리는 기존 전략을 유지할 전망이다. 쿠팡은 지난 12월 1165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난해 6월과 9월 각각 5200억 원과 154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것을 더하면 1년 새 3차례 자금 수혈로 약 7913억 원을 마련했다. 블룸버그뉴스가 최근 쿠팡이 2021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부각된다.
쿠팡은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대구에 33만㎡ 크기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영남·충청·호남지역까지 아울러 익일배송 품목을 늘린다. 상반기 로켓배송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제주도까지 확대하고, 새벽배송 가능 주문시간도 비수도권의 경우 오후 7시를 수도권처럼 밤 12시까지 늦추기로 했다.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은 지난 12월 김포에 온라인 물류센터 네오 3호기를 가동하는 등 물류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지난해 6월 새벽배송을 시작한 뒤 6개월 만에 서울 전역과 경기 22개 지역으로 범위를 넓혔다. 새벽배송 물량도 연말까지 지금의 2배인 2만 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쓱닷컴 관계자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물류 효율 제고가 목표다. 자동화 설비로 인건비는 줄이고 효율·수익성을 높일 것”이라며 “수산시장에서 직접 상품을 들여오는 등 신선식품 온라인 사업 부문에 집중하고 고객이 만족하지 못할 경우 100% 환불하는 등 반품 관리도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 프리미엄 이미지도 활용해 명품 분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지난 12월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대표 체제 아래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했다. 지난해 롯데리츠 상장으로 조달한 금액 30%를 이커머스에 투자해 올 상반기 온라인몰 롯데온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전국 백화점·마트·슈퍼 거점을 활용해 신선상품을 당일·야간·새벽으로 24시간 배송할 계획이다. 최근엔 쇼핑 기능을 탑재한 인공지능(AI) 스피커 샬롯홈도 선보였다.
배달앱 시장 1인자 배달의민족은 지난 11월 비마트를 론칭하며 간편식, 생활용품을 5000원 이상 주문하면 1시간 이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GS25 CU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도 배달 품목을 간편식에서 생활용품까지 늘리며 올해 배송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출혈경쟁으로 손실을 보면서 티몬과 위메프 등 일부 이커머스 업체는 올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선택과 집중’ 출혈경쟁보단 내실 다지기
배송 속도전에서 벗어나 쇼핑 본업에 충실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흑자전환을 이룬 11번가에 이어 티몬이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선언하면서 수익성보다 덩치 키우기에 힘썼던 업체들이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롯데와 인수·합병(M&A)설이 돌던 티몬은 올해 속도전을 버리고 상품 구색, 가격 경쟁력 강화에 힘쓴다. 신선식품 구매 시 특정 시간을 지정하면 그에 맞춰 배송해주는 슈퍼예약배송을 지난해 6월부터 중단하고 타사 물류서비스를 활용하는 3자 물류로 돌리면서 배송에 힘을 뺐다. 또 10분, 100초 등 특정 시간대마다 다양한 상품을 최저가에 제공하는 ‘타임커머스’에 집중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적자가 전년 대비 80% 개선되면서 올 3월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티몬 측은 설명했다.
위메프도 가격 경쟁력을 통한 물량공세에 힘쓴다. 위메프는 쿠팡처럼 물류센터에서 직매입 상품을 관리하며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던 전략을 2018년부터 직매입은 줄이고 특가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올해도 최근 넥슨과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받은 3700억 원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신규 입점한 셀러들에게 판매 수수료 인하, 빠른 정산 등을 지원해주는가 하면 MD도 연내 1000명 채용할 계획이다.
11번가도 ‘커머스 포털’ 전략으로 외형 성장 대신 수익성 챙기기에 집중한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실시간 인기 상품과 최저가 등 정보를 검색 결과에 제공하는 등 포털 기능을 강화한다. 이커머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올해 이커머스 시장의 흐름에 대해 “기존에는 속도전에 가격경쟁까지 모두가 뛰어들었다면 그간 각자 채널만의 특성을 유지해왔다”며 “올해는 적자를 감수하고 규모를 키우는 업체가 있다면, 흑자전환을 위해 선택과 집중에 힘쓰는 업체 등 저마다 마이웨이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저마다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감성 소비를 자극하거나 양극화 전략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무신사나 29cm는 힙한 감성 등 취향을 기반으로 접근하며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통용되는 문화를 접목해 인기를 얻었다”며 “롯데·쓱닷컴도 취향·감성을 기반으로 큐레이션하는 등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면서 확실한 콘셉트를 가져가야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며 “명품 등 프리미엄 제품은 더 고급화를 취하고 저가는 더 최저가를 내세우는 등 업계마다 양극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봤다.
공급자들이 과밀해지면서 업계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면서 시장은 과밀해지는데 한국 경제는 인구 감소, 내수 침체로 소비가 진작되기 힘들다. M&A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저가격은 기본이고, 속도·가격·위생 차원의 배송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콘텐츠 차별화 등 혁신성이 승부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의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도 “저마다 사업모델이 뚜렷해진 만큼 얼마나 수익성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희비가 극명해지는 시기”라며 “실력 차이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업체는 M&A를 통해 합쳐지면서 활로를 모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