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대 전북체육회장 선거 정강선 당선자
[일요신문=전주] 신성용 기자 = 전북체육회장 선거에서 대이변이 연출됐다. 당초 최약체로 분류되고 정치권의 도움에서도 배제됐던 후보가 유력한 당선 후보자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당선을 일궈낸 것이다.
10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36대 전북체육회장 선거에서 정강선(52) 후보가 129표로 38.6%를 얻어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던 김광호(78) 후보를 31표차로 누르고 신임회장에 당선됐다.
김광호 후보는 29.3%인 98표를 얻는데 그쳐 고배를 마셨고 나머지 고영호(69) 후보 33표, 박승한(61) 후보 26표, 윤중조(60) 후보 21표 등으로 기탁금 반환 요건인 득표율 20%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날 투표는 전북 종목단체 관계자와 14개 시·군 체육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334명 가운데 307명이 투표에 참여해 91.9%의 높은 투표율을 나타냈으며 오후 2시 후보 소견발표를 시작으로 5시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최약체로 분류됐던 정강선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자 전북 체육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체육인들은 출마를 강행하는 정 당선자에게 종목 회장이라고 맡아 활동한 후에 차기를 모색하라고 충고까지 한 정도로 가능성을 매우 희박하게 봤던 것이다.
이번 전북체육회장 선거는 첫 민선 선거였으나 전북체육회 전체 예산 250억여원 가운데 240억여원을 전북도에서 지원을 받고 있어 정치적인 입김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고 도지사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 체육계는 전북도지사인 송하진 지사를 배후에 두고 송심(宋心)을 받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했고 그간 송지사와의 관계를 토대로 김광호 후보의 압도적인 당선을 예견했다.
막바지 선거운동 기간에 각 후보들에 대한 전력 분석에서도 1강 2중 2약의 구도가 가시화되는 분위기였으며 김광호 후보 측도 강하게 부정하지 않았고 “어차피 정해진 표인데 토론회나 소견발표회를 가져봐야 의미가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광호 후보를 1강에 두고 고영호 후보와 박승한 후보가 추격하는 2중 구도에 윤중조 후보와 정강선 후보가 고군분투하는 양상이라는 분석이었다. 일각에서는 정강선 후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탐문되기도 했으나 당시 찻잔 속에 태풍 정도로 평가 절하됐다.
이날의 투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이상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제로였다. 예측은 크게 빗나갔지만 투표 결과에 대한 분석 결과 전혀 우연은 아니었다.
사실 김광호 후보의 출마는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후보 등록 전 8명의 입지자들이 난립했을 때 일부 입지자들이 김 후보에게 후배들을 위한 용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불응할 경우 5명이 후보를 단일화할 것이란 풍문이 나돌았다. 후보 등록 결과 실제로 5명 가운데 3명은 출마를 포기했다.
여기에 학교 동문인데다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김광호 후보와 고영호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김 후보가 차기를 약속하며 고 후보에게 양보를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은 이로 인한 표 분산 우려도 무시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투표 결과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박빙이지만 승리를 거뒀을 수도 있었던 것이여서 아쉬움은 컸다. 두 사람의 표를 합치면 133표로 정 당선자보다 4표가 많다.
이처럼 대이변을 일으키며 정강선 후보가 당선되자 전북체육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과도 결과지만 정 당선자가 공약과 소견 발표를 통해 체육계의 정치적 독립과 체질개선을 주창했기 때문이다.
이번 민선 체육회장 선출은 표면상 체육계의 정치적 독립이지만 재정적 독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70%에 가까운 예산을 전북도에 의존하는 전북체육회의 정치적인 독립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
전북체육계의 정치적 독립이 어떻게 이뤄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정 당선자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체육인들은 정치적 독립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명분에 집착하다가 전북도와의 마찰시 결국 체육인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의 당선은 그동안 정치적인 폐해와 정치적 입김에 대한 반발, 체육계의 체질개선에 대한 필요성 등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란 분석과 함께 기대의 눈길을 보내는 체육인들도 적지 않다.
정 당선자는 경희대 대학원 체육학 석사를 거쳐 전북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인 출신으로 전라일보 체육부 기자와 뉴시스 국제국 특파원으로 일했다. 중국 베이징체육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스포츠미디어를 연구했으며 현재 전시·디자인업체인 ㈜피엔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향후 임기는 3년이며 16일부터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정 당선자는 “선거를 통해 제시한 공약은 꼭 지켜내 체육인의 위상과 자존감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뛰겠다”며 “이제 우리 모두 전북체육의 발전을 위해 하나로 뭉쳐 새로운 전북체육의 시대를 열자”고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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