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고성준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공공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유 전 연구관에게 13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혐의에 대해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유 전 연구관은 2016년 수석재판연구관 재직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맡았던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관련 재판정보를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정리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청와대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상고심 사건에 대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안 등을 퇴임 후에도 개인적으로 가져 나가고, 대법원 재직 시절 맡았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수석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혐의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 경과를 누설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문건 작성을 지시해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다거나, 임 전 차장이 청와대 등 외부에 이를 제공하는 등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가져나간 혐의에 대해서도 보고서 파일이 공공기록물이라 보기 어렵고, 파일 내용에 개인정보가 일부 포함됐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사건이 재직 시절 취급한 사건이라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직 당시 실질적으로 취급한 사건이라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검찰 수사가 위법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는 유 전 연구관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전 연구관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언론을 통해 표적·과잉·월권수사를 했고 피의사실 공표도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