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택배는 1999년 설립된 업체로 2007년 유진기업이 3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유진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미래에셋증권과 나이스F&I의 컨소시엄 ‘미래에셋나이스사모투자전문회사(미래에셋나이스PEF)’가 2010년 800억 원에 인수했다. 또 미래에셋나이스PEF는 2013년 베어링PEA에 160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8년 8월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로젠택배의 시장점유율은 7.1%로 CJ대한통운(45.5%),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12.6%), 한진택배(12.2%), 우체국택배(8.1%)에 이어 5위였다. 2년 이상 지났지만 현재 로젠택배의 시장점유율은 그때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은 2012년 14억 598만 박스에서 2018년 25억 4278박스로 늘었다. 한 우체국에 쌓인 택배 물량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로젠택배 매각과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상황이 좋아 보일 수 있다. 우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택배시장도 그만큼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사상 최대치인 12조 7576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11월(10조 6114억 원) 대비 20.2% 증가한 수치다. 또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은 2012년 14억 598만 박스에서 2018년 25억 4278박스로 늘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택배 물동량은 온라인 성장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택배업체들의 단가 인상도 지속되며 가격과 물량 모두 상승하는 질적 성장을 전망한다”고 전했다.
로젠택배의 영업이익률이 다른 업체보다 높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업체는 B2C(기업과 개인 거래) 택배에 공을 들이는 반면 로젠택배는 단가가 더 높은 C2C(개인과 개인 거래) 택배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8년 CJ대한통운 택배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0%, (주)한진 택배사업부는 2.15%지만 로젠택배는 5.57%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로젠택배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큰 이유로는 물류센터 수가 적은 것이 꼽힌다. C2C 택배는 B2C 택배에 비해 물량 비중이 적어 물류센터 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은 10개가 넘는 허브터미널을 갖고 있지만 로젠택배는 8곳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로젠택배는 약 7%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리점의 영업력에 의존하는 C2C 택배이며 계열 물량도 없다”며 “국내 시장은 이미 유통업과 물류업의 경계가 없어지고, 기존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물류·유통업체 위주의 시장 재편이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하나같이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택배업체들도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택배사들이 로젠택배 인수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B2C 택배가 전체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C2C 택배는 물량 자체가 적다 보니 로젠택배를 인수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SK에너지마저 모두 “로젠택배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베어링PEA는 이미 로젠택배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2016년 영국계 사모투자펀드 CVC캐피탈파트너스에 로젠택배를 330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CVC 측이 베어링PEA가 로젠택배의 실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계약을 파기했다. 당시 미국 물류업체 UPS와도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때도 국내 업체들은 로젠택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