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돔’과 ‘캡틴불릿’은 훌륭한 마체를 타고났고, 혈통적 기대치도 높아 큰 활약이 기대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한국마사회
#스피돔(3세·수·4전2/1/0·강무웅·최용구 부:CONGRATS 모:HARPER‘S SONG 레이팅:60)
스피돔은 데뷔전에서 인기 순위 4위를 기록, 복병 정도로 평가받았으나 뛰어난 스피드를 과시하며 선행으로 완승을 거뒀다. 선입 전개로 뒤를 따르던 정상백호를 막판에 5마신이나 따돌리고 여유 있게 우승했다. 주행 심사에서 1분 03초 0으로 1위를 기록했음에도 인기가 높지 않았던 이유는 주행 심사를 세 번 만에 통과했고, 스타트 또한 매우 불안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선행으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2세 신마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 마필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에 스타트만 보강되면 얼마든지 질주 습성도 바뀔 수 있다. 이번을 계기로 신마들은 한두 번 뛴 결과로 질주 습성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었다.
스피돔은 두 번째 경주에서도 우승했다. 거리를 대폭 늘려 1300m에 출전했는데, 앞다리를 쳐들며 한 박자 늦게 출발했음에도 막판에 탄력 넘치는 추입력을 발휘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선행 우승을 예상했던 많은 팬들은 출발이 늦는 순간 당황했지만 막판에 짜릿한 추입력을 발휘하자 탄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선행뿐 아니라 추입력도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팬들에게 어필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경주였다.
세 번째 경주는 과천시장배(L) 대상경주였다. 3군 첫 도전이었고 편성도 매우 강했지만, 이전 두 번의 경주에서 워낙 좋은 경주력을 보여 단승식 2.9배로 인기 1위를 기록했다. 직전과 달리 좋은 출발을 보이며 외곽에서 선입 전개를 펼쳤다. ‘라온퍼스트’와 ‘이스트제트’라는 막강한 선행마가 있어 세 번째로 레이스를 펼쳤는데, 막판에 다소 힘겨운 걸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2위는 다소 아쉬운 결과였지만, 스피돔이 못 뛰었다기보다는 라온퍼스트가 괴력을 발휘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런 내용은 아니었다.
한 달 후에 펼쳐진 네 번째 경주에서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스피돔은 단승식 1.5배로, 그야말로 배당판을 압도했다. 결과는 폐출혈이 발생하며 12두 중 7위. 당시에 필자가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당일 주로에 나갈 때 컨디션이 이전보다 떨어져 보이긴 했지만 입상에서 탈락할 것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경주가 끝난 뒤 여러 번 동영상을 돌려본 결과 패인은 두 가지로 분석됐다.
일단 앞서 밝힌 대로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또 하나는 무리한 선두 전개를 벌인 점이다. 전형적인 도주마 1번 디케이나린이 죽자사자 선행을 나섰는데, 약 400m 부근부터 스피돔이 넘어선 것이다. 김용근 기수는 제어하려 애썼지만, 말이 끌리며 디케이나린을 약 1마신 차로 넘어가며 무리한 선행을 나선 것이, 즉 오버페이스가 결정적 패인이었다. 선두경합을 했던 디케이나린(인기 2위)이 10위에 그친 것만 봐도 알 만하다. 대부분의 경주마들은 성장 과정에서 이런저런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 갓 세 살밖에 안된 어린 마필이라 이번 경주의 부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고 싶다.
스피돔은 미국 킨즈랜드 1세마 경매에서 8만 달러의 고가에 낙찰될 정도로 혈통적 기대치도 높다. 부마 콩그랫츠(Congrats)는 미국 현지에서 2014년 2세마 리딩사이어 4위, 2016년 리딩사이어 14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씨수말이다. 국내에 도입된 자마 중 마이티씽, 우승라인 등 5두나 1군에 진출했다.
#캡틴불릿(3세·수·2전1/1/0·양현모·배휴준 부:TWIRLING CANDY 모:AUTHENICAT 레이팅:49)
캡틴불릿은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배휴준 마방의 새로운 기대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신예다. 500kg에 육박하는 좋은 체격을 타고난 것은 물론, 주행 자세가 매우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혈통적 기대치도 상당히 높다. 따라서 질병 없이 관리만 잘된다면 최상위군 진출도 가능하다고 본다.
캡틴불릿은 데뷔전부터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울트라챔피언’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는데, 당시 단승식 배당 1.1배를 기록하며 배당판을 압도했던 ‘큐피드미션’을 자력으로 이겼다. 당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출전한 울트라챔피언(단승 6.6)이 선행에 나섰고, 큐피드미션이 인코스 선입의 최적 전개를 펼쳤다. 시종일관 외곽선입 전개를 펼친 캡틴불릿(단승 10.6)이 막판 결승선 통과할 때 큐피드미션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역전에 성공했다. 어부지리나 레이스 운이 따른 것이 아닌, 불리한 조건을 뚫고 자력으로 이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두 번째 경주에서는 첫 우승을 기록했다. 이번에도 1000m 경주. 데뷔전과 마찬가지로 선입 전개를 펼친 후, 막판 결승선에서 탄력적인 걸음을 발휘하며 역전 우승을 따냈다. 지난번과 같은 큐피드미션과 대결. 큐피드미션이 직전과 달리 총알 발주를 보이며 편안하게 선행을 나섰음에도 막판에 제압하며 한 단계 상승한 경주력을 보였다. 이번에는 데뷔전보다 좀 더 여유가 있었고, 경주마로서 완성도 또한 높아진 느낌이었다.
현재 레이팅 49로 아직 4군에 속해있어 다음에도 웬만한 편성에서는 입상이 유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3군에 올라가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 이유는 앞서 밝힌 대로 주행 자세가 상당히 부드럽고 안정적이며, 혈통적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스피드를 타고난 데다 자세가 좋다 보니 거리가 늘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자세가 뻣뻣하고 주행이 불안한 마필들은 대부분 거리가 늘수록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부마 트월링 캔디(Twirling Candy)는 현역 시절 블랙타입에서만 5승을 거둔 뛰어난 경주마였고, 씨수말로 전환한 후에도 2019년 미국 리딩사이어 15위에 오를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예 기대주(?)다. 모마 오쎄니캣(Authenicat)도 현역 시절 화려한 성적을 기록했던 뛰어난 경주마였다. 16전 5승 2위 6회를 기록하며 무려 54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고, 블랙타입에서도 3승 2위 5회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둔, 한마디로 엄청난 암말이었다. 더군다나 배합 자체가 근친이 없는 이계교배라 관리만 잘하면 건강하게 오랫동안 활약해 줄 가능성도 높다.
체격과 혈통을 타고나 앞으로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되며, 개인적인 바람은 최근 이렇다 할 경주마를 배출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하위권에 맴돌고 있는 배휴준 마방이 도약하는 기폭제가 돼주길 바란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