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검·경 수사권 조정 대응 업무를 맡던 김웅 검사가 14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일요신문
김 검사는 14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명하는 글을 올리며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반발했다.
김 검사는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수사권 조정안과 법안이 만들어지고 패스트트랙에 오를 때, 국회를 통과할 때 도대체 국민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맹비난했다.
김 검사는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하다. 이른바 3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또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느냐”며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 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 검사는 마지막으로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며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 봉건적인 명에는 거역하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 검사는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지난 2018년부터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 대응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교수로 사실상 좌천됐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