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장과 임원은 기사총회에서 선출한다. 임기는 2년. 1월 말 열리는 기사총회에서 제34대 기사회장이 나온다. 선거전은 이제 시작이다. 차민수 5단(1951년생)이 이미 후보 등록을 마쳤고, 한종진 9단(1979년생)과 손근기 5단(1987년생, 현 기사회장)이 출마 선언을 했다. 삼파전이다. 차민수 후보는 이미 일요신문을 통해 자신의 공약과 비전을 밝혔다(관련기사 [인터뷰] ‘올인’ 실제모델 차민수 “기사회장 출마, 5 대 5 승부다”). 뒤이어 출마선언을 한 손근기·한종진 후보의 생각을 들어본다.
현 기사회장인 손근기 후보는 재선하면 일자리 문제에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박주성 제공
손근기 후보에게 왜 다시 출마하는지 물었다. “지난 2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바둑계에 폭풍이 몰아친 시기다. 집행부 교체, 이세돌 사태 등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뒷수습에 1년 이상 허비했다. 내가 역대 기사회장 중에서 총회를 가장 많이 열고, 징계도 가장 많이 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은 거의 하지 못했다. 처음 회장 선거에 나설 때 ‘기사들의 삶을 디자인하겠다’라고 제안했다. 아직도 많은 구성원이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기사회장에 재선되면 애초에 생각했던 일자리 문제부터 이어서 진행하겠다. 우리는 인적단체다. 사람이 성장 못 하고, 희망을 잃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
구체적 방안을 물었다. “지난 2년 동안 보급사업 지원을 강화했다. 대학 동아리, 군부대 나가는 기회를 다시 만들었다. 앞으로 학교, IT 교육플랫폼, 복지회관, 문화센터 등에서 일하는 자리를 늘리고, 바둑 관련 업종에서 프로기사의 영역을 확대하겠다. 승부를 원하는 기사를 위해서 기사회 주최 대회를 1년에 4회를 열겠다. 연령이나 성별로 3~4개 부문으로 나눠 16강부터 상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토너먼트가 아닌 스위스리그로 판수를 늘리고, 기본 경비도 지원하겠다. 토너먼트보다 우승상금이 적지만, 고른 분포를 가진 상금체계다. 이 대회는 기사회 자금으로 운영한다. 각 매체에서 받는 정보이용료를 올리겠다. 올해부터는 한국기원 바둑TV에게도 받겠다.”
지난 2년간 기사회장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물었다. “해외대회 예선 출전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예를 들어 몽백합배 등 외국에서 열리는 예선에 참여하려면 이동경비와 숙박까지 대략 100만 원 정도가 든다. 이 경비 때문에 참가 자체를 포기하는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리그 상금적립금을 이 예산으로 돌려 지원 방안을 만들었다. 바둑리그 관련해선 퓨처스리그 선발인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스포츠토토는 원래부터 찬성론자였다. 기사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없다. 한국기원에 추진을 촉구하고 관계되는 만남이 있으면 기사들의 입장을 전달하겠다.”
손근기 후보는 “이미 기사회장을 한 번 해봤다. 재선을 노리면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낼 순 없다.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추진할 생각이다. 바둑계가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다. 누가 집행부에 들어와도 획기적인 변화는 어렵다. 가장 현실에 와 닿는 도움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탰다.
한종진 후보는 구단제 개혁 등 바둑계 변화를 이끌고 싶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사진=박주성 제공
한종진 후보는 한국기원 이사, 바둑도장 원장, KB바둑리그 감독을 하고 있다. 기사회장까지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년 동안 운영위원으로 일했다. 여러 사안을 접하면서 내부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다. 운영위원은 주어진 안건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표결한다. 더 주도적으로 바둑계 변화를 이끌고 싶었다. 물론 기사회장 자체는 큰 힘이 없다. 그러나 기사들 여론을 주도하면서 전체적인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이다. 기사회는 단합해서 한목소리를 내면 파급력이 큰 단체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추구하나. “구단제 개혁과 스포츠토토 진입이다. 이 두 개는 서로 맞물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사회가 모든 걸 바꿀 순 없다. 한국기원, 후원사와 함께 TFT를 만들어 구체화하겠다. 모든 걸 단번에 바꿀 순 없다. 현실성 있게 3년 또는 5년 단계별 전략을 수립해 구단제 초석을 닦겠다. 무엇보다 기사들과 후원사의 인식이 바뀌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전체 기사를 위한 비전도 밝혔다. “프로기사가 되면 승부가 우선이다. 프로라면 대회를 통해 존재감을 느끼고, 수입을 창출해야 한다. 승부를 원하는 기사들에게 목표가 되고 희망이 생기는 무대를 만들겠다. 일류기사가 존중받아야 프로의 권위가 선다. 상위 랭커가 더욱 좋은 환경에서 대국할 수 있도록 특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 승부에서 멀어진 프로들은 자격증을 가지고 대국 외에 다른 일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 공교육 현장, 실업팀 감독, 대회 심판, 정부사업 등 실제 현장에서 프로기사가 인정받도록 교육하고 기회를 확대하겠다.”
한 후보는 기사회장 선거를 떠나 평소 생각임을 강조하면서 “한국기원 바둑TV는 매각해야 한다. 매체 간에도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 한국기원 안에 있으면 공정할 수가 없다. 또한 시청률과 영업이익이 하향세다. 더 투자를 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 아직 흑자가 나고 있을 때 인수할 기업을 찾아야 한다. 바둑리그도 모든 매체에서 방영해야 방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로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종진 후보는 “도장 운영은 이미 조한승 9단에게 맡겼다. 당선되면 바둑리그 감독 자리에서 물러서겠다. 원장을 그만두는 건 혼자 결단하면 되지만 감독 사퇴문제는 후원사 한국물가정보를 생각하면 상당히 미안한 일이다. 그래도 기사회장이 되어서 감독까지 겸임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다 내려놓을 각오다”라는 뜻도 밝혔다.
세 후보 모두 프로기사 권익 향상과 대회 확장을 주장한다. 기사회장 후보등록 마감은 22일, 선거는 정기 기사총회가 열리는 29일에 치러진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