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참교육자 히엔(HIEN) 교장이 현재 근무하는 레반탐(LE VAN TAM) 학교 정문 앞에서 히엔(오른쪽 세 번째) 교장·학생들·필자
[일요신문=하노이] 강효근 기자=베트남에서도 북쪽 끝 1600M 고지에 위치한 오지마을 사파(SA PA)서 필자가 우연히 참교육자 모습을 몸으로 실천하는 엄마 같은 히엔(HIEN) 교장 선생을 만난 것이 지난 2018년 초겨울이었다.
열대의 나라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눈이 오고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사파(SA PA)는 1600M 고지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소수민족만 살았던 소수민족의 고향이었지만, 프랑스 식민지 때 수려한 경관과 우리의 봄·가을 날씨와 같은 서늘함으로 인해 프랑스 사람들에 의해서 휴양지로 개발되면서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베트남 정부의 경제개방 정책으로 낮은 물가에 비해 환상적인 풍경과 소수민족의 삶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매력 등 많은 장점이 부각되면서 빠르게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으면서 이제 사파는 남쪽휴양지 다낭과 달랏에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 3대 관광지로 뜨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갓난아이를 업고 구걸하는 아이들
이런 사파의 모습은 결국 소수민족의 생활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자급자족 형태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았던 소수민족들은 도시문화와 자본이 들어오면서 어느 순간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이들을 앞세워 구걸로 생활을 하는 나쁜 부모가 생겼고, 소수민족의 아이들도 다수의 베트남 아이들에 섞여 상대적 빈곤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부작용도 있다.
소수민족들은 그들 조상의 생활 특성상 산기슭 곳곳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가 짧게는 2KM에서 길게는 5KM가 넘어 상당수 아이가 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있지만, 기숙사의 시설은 열악하고, 추운 겨울에도 찬물로 세수를 해야 하는 등 학교 환경은 열악한 실정 그 자체다.
2020년 새해 첫날 레반탐(LE VAN TAM) 학교 학생 중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는 폐결핵으로 누워있어 학교에 나오지 못한 아이들 집을 찾아 음식을 해주고 있는 히엔(HIEN) 교장
바로 베트남 소수민족 아이들이 엄마같이 생각하는 히엔(HIEN) 교장이다. 필자가 지난해 사파 산사호2(SAN SA HO 2)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히엔(HIEN) 교장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았고,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필자의 말에 학교의 기숙사와 주방 등 이곳저곳을 안내하며 열악한 시설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설명했다.
필자가 두 번 세 번 베트남 소수민족 학교 방문이 거듭되면서 우리나라 같으면 어려워해야 하는 아이들이 히엔(HIEN) 교장을 대하는 태도가 스스럼없다는 것을 보게 됐고, 주변 선생님들로부터도 히엔(HIEN) 교장이 자신의 학생 중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아이들을 위해 신발을 사주고 옷을 사주고 때로는 먹을 것을 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겨울이면 추운 날씨에 떨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에게 제일 먼저 부탁한 것이 아이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남요와 베개였고, 또한 사파 시내에 있는 호텔에 부탁해서 교체하는 매트리스를 버리지 말고 아이들을 위해 학교로 가지고 와 아이들 침대에 깔아 주는 등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더구나 어려운 사정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 직접 아이들의 집을 찾아가서 아이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들을 위해 식료품과 학용품을 사주고, 주변에도 아이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등 선생들만 관리하는 다른 교장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고달픔을 마다하지 않고 학생들 하나하나의 생활을 점검하는 참교육자의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근무했던 소수민족 학교 산사호2(SAN SA HO 2) 학생들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히엔(HIEN) 교장
실제로 지난해 11월 19일 우리의 스승의 날과 같은 베트남의 선생님들의 날에서 필자가 목격했던 아이들과 히엔(HIEN) 교장의 모습은 평소 히엔(HIEN) 교장이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날 필자와 히엔(HIEN) 교장은 처음 만났던 산사호2(SAN SA HO 2) 학교 초청으로 학교 스승의 날 행사에 초대됐다. 행사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을 위해 편지를 증정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이미 다른 학교로 전근 간 히엔(HIEN)교장을 보자마자 달려들어서 편지를 듬뿍 안겼다. 사실 이날 내가 가지 않았다면 히엔(HIEN) 교장도 그곳을 가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은 이미 떠난 교장 선생님을 위해 사랑의 편지를 준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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