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렛증후군으로 알려진 유튜버 아임뚜렛은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기 위해 연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아임뚜렛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유튜버 ‘아임뚜렛’ 조작 사건으로 유튜브 불신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투렛증후군을 가진 유튜버라고 자신을 밝힌 그는 병을 당당히 드러내면서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실제는 병을 가진 척 연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임뚜렛은 2019년 12월 채널을 개설해 ‘잉, 아응, 아잇’ 등의 소리를 수시로 내면서 영상에 등장했다. 특히 라면 먹는 영상이 140만 조회를 기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젓가락으로 면을 건져 올리는 순간에 틱이 나오면서 면은 공중을 날았다. 영상을 보던 시청자들은 “젓가락이 눈을 찌를까 걱정”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보이기도 했다. 아임뚜렛은 오히려 “(투렛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제 채널을 통해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희망을 전했다. 콩 옮기기, 미용실 방문하기 등이 화제를 모으며 한 달 만에 구독자 36만 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의 친구가 댓글로 실체를 폭로하면서 그의 틱 장애가 연기였단 의혹이 불거졌다. 그는 2017년 12월 음원을 발매한 래퍼였다. 2019년 최근까지도 디지털 앨범을 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아임뚜렛은 사과 영상을 찍어 올려 틱을 과장했다고 시인하면서 채널에 올라와 있던 동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그의 영상을 보고 희망을 얻거나 후원을 마다하지 않았던 시청자들이 격한 배신감을 토로하기 충분했다.
#속임수에 과장 광고, 사기까지
유튜브 불신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초기엔 ‘가짜뉴스’가 문제가 됐다. 좌우로 나뉘어 자기 진영 입맛에 따라 짜 맞춘 뉴스가 확인 과정 없이 쏟아지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가짜뉴스 유통 방지 관련 기구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1세대 먹방 유튜버로 유명한 밴쯔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허위광고 한 혐의로 2019년 8월 500만 원 벌금형을 받고 난 뒤 1월 12일 사과 영상을 올렸다. 밴쯔는 머리를 박고 벌을 서는 일명 원산폭격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는 사이 연기와 속임수를 동원한 유튜버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먹방’이 그렇다. 한 유튜버는 ‘이 영상을 보면 누구나 먹방 유튜버로 돈 많이 벌 수 있습니다’는 영상을 게시하며 먹방 편집 기술을 소개했다. 음식을 씹다가 뱉은 뒤 편집으로 먹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일명 ‘씹뱉(씹고 뱉는다)’이다. 씹는 소리를 입히면 자연스러운 먹방이 된다.
과대광고, 사기 등 범죄로 이어져 처벌을 받는 사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유튜버를 포함해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 15명이 허위·과대광고를 일삼다가 1월 9일 보건 당국에 적발됐다. 이 가운데 방송인 박명수의 아내 한수민, 탤런트 김준희 등도 포함됐다. 1세대 먹방 유튜버로 유명한 ‘밴쯔’ 또한 다이어트 보조제 허위광고로 2019년 8월 5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심각한 사회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크다. 1월 9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관련 방송을 하는 유튜버는 괴한 2명에게 습격을 당했다. 유튜버는 자신의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흉기에 찔렸다. 공범 가운데 한 명은 1월 12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돈을 잃은 뒤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처벌 어렵고 자정 노력은 실효성 적어
영상에 속임수와 사기가 등장하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유튜브는 콘텐츠제작자인 유튜버에게 높은 비율로 광고 수익을 나눠준다. 조회 수와 영상 재생 시간에 비례해서 광고수익은 커진다. 너도나도 유튜버를 하는 이때 성공하려면 허위정보를 활용해서라도 좀 더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 수밖에 없다. 아임뚜렛은 한 달 만에 총 재생 수 2000만 회를 기록하며 8000달러(925만 원)가량을 번 것으로 추산된다.
채널을 삭제당한 보수 성향 시사 유튜버 ‘윾튜브’가 이름을 ‘노가다 김씨’로 바꿔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유튜브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노가다 김씨 영상을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로 선정하기도 했다. 사진=윾튜브(아래), 노가다 김씨 유튜브 영상 캡처
그럼에도 유튜브에서 넘쳐나는 각종 허위정보를 막기 어렵다. 허위·과대광고 같은 현행법을 위반한 사안처럼 처벌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아임뚜렛 같은 속임수는 처벌이 어렵다. 법무법인 바른 정양훈 파트너 변호사는 “시청자의 돈을 직접 편취하는 형태가 아니고 유튜브로부터 광고 수익을 얻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또한 자정 노력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 유튜브는 허위정보로 인한 각종 문제를 막기 위해 ‘노란 딱지’ 제도와 가이드라인 위반이 누적되면 아예 채널을 삭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적다. 노란 딱지는 유해 콘텐츠와 허위정보가 담긴 영상에 광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게 제재를 가하는 제도다(관련기사 보수 유튜버 탄압? ‘노란 딱지’ 음모론 팩트체크 해보니…).
일례로 과거 보수 성향 시사 유튜버 ‘윾튜브’는 60만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가이드라인 위반 누적으로 채널을 삭제당했다. ‘윾튜브’는 이름을 바꿔 ‘노가다 김씨’로 활동을 다시 시작했는데 유튜브는 ‘노가다 김씨’ 콘텐츠를 ‘인기 상승 중인 크리에이터’로 선정했다. 유튜브가 채널 삭제당한 유튜버를 알아보지 못한 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도적 장치 필요
전문가들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불량식품을 먹는 사람을 탓할 게 아니라 불량식품을 만드는 사람을 없애야 한다”며 “개인이 경계심을 늘릴 필요도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명백히 불법을 담고 있는 영상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독일에선 가짜뉴스를 내리지 않으면 페이스북에 큰 벌금을 부과한다. 이처럼 우리도 유튜브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게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펴낸 ‘해외 인터넷플랫폼의 유해 콘텐츠와 허위정보 대응방안’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돈줄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허위정보로 동영상 조회 수를 높이고 채널 구독자를 늘린 계정에 광고 수익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찬을 받고 만든 영상은 고지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도 과도한 추가 입법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돈을 받고 만들어진 콘텐츠와 독립적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구분해 제시해야 하며 지급 주체의 정보와 금액이 공개돼야 한다”면서도 “한국은 온라인 허위정보 규제를 위해 추가적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현행 법률로 허위정보 규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